왠지 모르게… 출판되었으면 좋겠단 생각이 드는 글. 공모 브릿G추천 공모채택

대상작품: 펑서토니의 마임이스트 (작가: 문그린, 작품정보)
리뷰어: truewriter, 18년 11월, 조회 97

*스포 있음

 

 

방금 전 ‘펑서토니의 마임이스트’ 라는 소설을 다 읽었습니다.

중단편 소설이라 읽는데 시간이 좀 걸렸지만, 흥미로웠고 가슴을 찡하게 만드는 그런 부분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작가님이 글을 많이 써보신 분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습니다.

뭐랄까요… 굉장히 차분한 느낌도 들고 글이 정리가 되어 있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분명 훌륭한 필력입니다.

 

스토리를 아주 아주 간단히 요약하자면 이렇습니다.

 

오영이라는 여자 주인공이 어느날 장례식장에 갑니다.

절친한 대학 동기의 죽음이 있었고 그의 빈소로 찾아간것입니다.

빈소에는 윤지라는 친구 한명만이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친구와 옛 이야기를 하며 술한잔을 하다가 잠에 드는 오영.

깨어나서 밥이나 먹을까 하고 예전에 갔던 식당을 찾아가는데, 거기서부터

타임리프가 시작됩니다. 분명 같은 장소인데, 과거의 시간대로 돌아가게 됩니다.

그 식당 안에서 ‘아터’라는 친구, 즉 장례식장의 주인공이 살아서 자신 앞에 있는 모습을 보게 됩니다.

오영은 아터와 함께 시간을 보내는데 뭔가 결정적인 순간마다 갑자기 불이 꺼지면서,

다시 원점, 즉 친구 윤지와 술을 먹고 잠들었던 그 시점으로 돌아가게 됩니다.

 

그리고 마지막까지, 아터의 비밀스러운 아픔을 알게 되고, 그의 영혼이 그녀에게 보내는

메세지를 알아차릴 때까지 이 타임리프가 반복됩니다. 마치 아터가 선택했던 영화 ‘사랑의 블랙홀’ 에

나오는 주인공처럼 비슷한 상황이 반복 되는 것입니다.

 

처음엔 장르가 ‘판타지 로맨스’ 라고 명시되어 있어서, 단순한 사랑이야기 라고 생각했는데,

남녀 간의 사랑 이야기라기보다는 ‘힐링’, ‘치유’ 가 생각나게 하는 글이었습니다.

하지만 대놓고 ‘힐링’에 대해서 말하는 글은 아니고 그보다 자연스럽게 그 느낌을 드러냅니다.

 

좋았던 것은 문체가 따뜻하고 인간미가 있는 캐릭터들이었습니다. 최근 유행하는 ‘차도남’, ‘차도녀’들

보다는 인간을 인간스럽게 배려하려고 노력하는 캐릭터들의 모습이 엿보입니다.

물론 비인간적인 ‘수현’이라는 캐릭터가 안타고니스트로 등장하기도 하지만,

그 역시 하나의 극중 장치로써  훌륭한 배역이라고 생각합니다.

 

오영의 현재 시간에 있어서 겨울에 대한 묘사,

그리고 과거 시간에 있어서 여름(?)에 대한 묘사 (여름인지, 봄인지… 5월정도 였던것으로 기억함)

계절에 대한 묘사, 자연경관에 있어서의 묘사가 훌륭하고 생생한데, 전 개인적으로 겨울에 대한 묘사가

더 좋았습니다. (아마 제가 추운 계절에 이 글을 읽고 있어서 더 동조가 되는 모양입니다.)

 

계절 묘사도 그렇고 설정도 저로 하여금 생각하게 하더군요.

왜 현재의 시간은 겨울이며 과거의 시간은 봄이나 여름으로 설정했을까… 하구요.

아마도 모든 사람들의 기억속에 있는 과거의 시간은 그렇듯 따뜻하고 젊고 생기있고

행복한 시간인가보다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한 제가 글을 읽다가 속도를 늦추면서 찡한 마음으로 읽은 구절이 있었는데,

그건 주인공 오영이 자신이 예전에 동아리 활동 (영화관람 동아리) 하면서 적어놓은

영화 소개글을 읽을 때였어요.

 

타임 리프를 통해 과거에 갔다온 오영은 현실로 와서 자신이 그 시절 써놓은 영화

소개글을 인터넷 카페에 들어가서 다시 찾아 읽습니다. 오영이 동아리에서 함께

보려고 소개한 영화는 ‘가을날의 동화’ 인데, 주윤발이 주인공인 무려 1987년도에

제작된 옛날 영화였습니다.  (멜로 영화)

 

극중에서 20대의 오영이 써놓은 그 풋풋한 글이 그대로 나옵니다.

그 예전에 썼던 글을 현재의 오영이 읽으면서 ‘이 때 이랬지…’ 하면서

회상에 잠기고 있는데…

 

갑자기 번쩍하고 그런 생각이 드는 겁니다.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게 되는 거죠.

생각해보니 자신은 바로 가을날의 동화에서 나오는 남자주인공 같은

그런 남자와 결혼을 했던 거였죠. 가진 것이라곤 열정밖에 없는 그 ‘선두척’ 같은 남자와.

(영화의 주인공의 이름이 ‘선두척’)

 

그리고 그렇게 풋풋한 마음으로 결혼했지만 결국 고통스러운 이혼으로

이어진 자신의 인생에 대해서 그 한순간 반추하게 해보는 거죠.

 

이 소설에서 흥미로운 많은 부분이 있지만, 전 개인적으로 이 부분이 가장 소름 돋았던 거 같아요.

뭐랄까, 우리가 생각하고 마음에 두는 무언가는 어떻게든 현실로 이어지는데, 그것이

우리가 품었던 환상과 너무 다른 민낯을 드러낼 때의 충격과 상실감….

그리고 그 무엇보다 자신 스스로에 대해서 느끼는 실망감 같은 거…

마음 속에 남아 있는 순정을 지키지 못한 실망감 같은 거.

특히 사랑, 인간관계에서 느끼는 이런 감정들에 대해 공감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이런 부분이 아주 강렬하게 다가왔고 이 정도 깊이와 임팩트가 엔딩까지 이어졌으면

좋았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초중반에 비해 엔딩이 살짝 임팩트가 약한 것 같아서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제가 아쉬웠던 부분은 바로 이 부분부터 입니다.

 

“아이처럼 흐느끼는 아터의 뒤편으로 세상이 무너지고 있었다.”

 

여기서부터인데요. 그 전까지는 판타지이지만, 그것이 현실과 아주 절묘하게 맞물려 돌아가서

자연스러운 느낌이 들었는데, 여기서는 갑자기 정말 판타지가 되면서 장르자체가 바뀌어 버린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조금은 아쉬웠습니다. 어떤 글의 분위기랄까.. 그런게 유지되었다면 어떘을까

조심스럽게 의견 내어 봅니다.

 

 

글을 읽으면서 또 생각했던 것은

이 소설은 연극으로 만들어져도 재미있겠구나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왜냐면 과거에서 현시점으로 다시 돌아갈때마다 마치 무대처럼

조명이 탁 하고 꺼지거든요. 그래서 정말 무대에서 공연으로 하면 그럴싸하겠다 라고 생각해보았습니다.

작가님께서 괜찮으시면 이 글을 시나리오 식으로 만들어서 소극장이랄까, 그런 공연단과

협업하셔도 흥미롭겠다 싶었어요.

 

 

영화 같기도 하고 소설 같기도 하고 연극 같기도 한 흥미로운 글이었습니다.

최근에는 드라마를 거의 안보게 되는 것 같아요. 소설을 쓰고 읽고 한 뒤로는

어떤 드라마보다 소설이 더 재미있네요.

 

책으로 나와도 퀄러티가 보장되지 않을까 생각나게 하는 글.

아름다운 겨울 배경과 사람과의 추억이 왠지 영화 러브레터를 떠올리게 하는 글.

 

리뷰 마칩니다. 감사합니다.

 

p.s 소설에 나왔던 가을날의 동화 사진 올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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