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손잡이 단상 브릿G추천

대상작품: 나는 절대 저렇게 추하게 늙지 말아야지 (작가: 너울, 작품정보)
리뷰어: 루주아, 18년 11월, 조회 386

글을 재밌게 읽엇고, 리뷰도 재밌게 읽었어요. 리뷰에 달린 작가님의 답글을 보고 씁니다. 저는 화자를 남성이라 생각했어요. 비 장애인 시스젠더 헤테로 남성. 그리고 필시 군대를 다녀왔을 겁니다. 사족이지만, 덤으로 오른손잡이일 거에요.

저는 왼손잡이입니다.

식당에 가면 자연스럽게 왼쪽 구석자리로 가서 앉고 지하철 개찰구에서 남들과 다르게 지갑을 꺼내 찍고, 가위는 잘 들지 않지만 그럼에도 왼손잡이로 사는건 그럭저럭 살만 합니다.

오른손잡이들이 한마디 얹기 전까지는요.

“왼손잡이로 살면 안 불편해?”

그럴때마다 이런 불편한 것들을 떠올리는 거죠. 그리고 알게 됩니다. 나는 절대 표준이 아니구나.

좋아요. 왼손잡이 대신에 다른 단어들을 넣어 볼까요? 여성은 어때요? 성 소수자는? 장애인은? 빈자는?

형편없는 비유이니 비웃으세요. 고작 왼손잡이에요. 과장되게 투덜댔지만 그렇게 불편하지도 노골적으로 차별받지도 않습니다. 그러나 한 번 생각해 봐요. 고작 왼손잡이에요. 오른손을 못 쓰는 것도 아니고 수저랑 펜을 왼손으로 드는거 외에는 사실 큰 차이도 없어요. 그럼에도 옳은 손을 쓰는 사람들은 왼손을 쓰는 사람들에게 물어보죠. 불편하지 않냐고. 심지어 가끔은 선을 넘죠. ‘남들처럼’ 옳은 손으로 써 볼 생각은 하지 않았냐고.

비 장애인 오른손잡이 여러분. 왼손을 쓰는 자신을 떠올려 보세요. 오른손에 심각한 결손을 입지 않는 이상 그건 힘들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스스로의 정체화도 왼손잡이보다는 장애인으로 할 가능성이 높겠죠. 그리고 자신이 장애를 입는 것 또한 왼손을 쓰게 되는 것 만큼이나 상상하기 어려울 것이고요. 성 정체성이 바뀌는 것은요? 가난해지는 것은요? 모두 상상하기 어렵죠.

비교적 쉬운 상상을 해 봅시다.

늙는 것이죠.

그러나 어떻게 늙을 것인가요? 여러분. 건강하고 돈이 있고 사회적 양식이 있는, 여전히 옳은 자신으로 아름답게 늙을 수 있나요? 여러분, 아니 당신은 늙지만 사회는 여전히 젊을 것입니다. 그리고 여러분은 소수자가 될 것입니다. 고작 왼손잡이인 제가 보장하죠. 소수자가 되는 순간 여러분은 더이상 옳을 수가 없습니다. 메이저리티, 스탠다드, 보통사람들. ‘정상인’ 들이 여러분을 평가할 거거든요. 여러분의 모든 행동은 소수자에 대한 편견을 강화하는 일이 됩니다. 여러분은 소수자 답지 않게 잘 하는 사람은 될 수 있지만 그뿐이에요. 실수라도 한다면 소수자 집단의 대한 편견이 강화되죠. 당연하게도요.

추하게 늙는 것이죠.

그래서 사회는 늙은 이들을 포용할 준비가 되어 있나요? 아니면 늙은 이에게 비난을 쏟아내 골방에 처박혀 눈에 띄지 않기를 원하나요? 추하게 늙지 말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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