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르게 휘발되는 냄새의 단상 공모 브릿G추천 공모채택

대상작품: 냄새 (작가: 녹차빙수, 작품정보)
리뷰어: 주디, 18년 11월, 조회 80

냄새에 민감하다. 모두가 조용히 앉아 자신의 호흡에 집중하며 명상의 시간을 갖고 있을 때 어딘가 희미하게 파고 드는 핸드폰의 진동소리나 카톡!소리가 귓가에 파고든다. 이미 나의 호흡은 흩어졌고, 오직 그 진동소리와 카톡소리가 귓가에 울려퍼진다. 꺼지기 전까지 귓가에 맴도는 소리 때문에 이미 나의 명상을 깨졌다. 아무리 집중을 하려고 노력을 해도 다시 침묵같은 시간이 모여지지 않는다. 냄새 또한 코끝에 그 냄새를 자각했을 때, 내가 감당 할 수 없는 소리 만큼이나 참을 수 없는 것이 코를 찌르는 냄새다. 악취에 가까운.

 

녹차빙수님의 <냄새>는 제목에 걸맞게 처음에는 단조롭게 이야기가 시작된다. 아버지를 여의고, 어머니와 홀로 사는 주인공은 자연대를 나와 구직활동에 힘쓰고 있다. 그러다 시작된 공황발작은 개인의 우울함 뿐만 아니라 집안의 공기 또한 우중충하게 변모한다. 그의 어머니 또한 우울증을 앓고 있고, 병원 치료를 받았지만 여전히 술에 의존하고 있고, 매일 밤 아버지의 작업복을 움켜 잡으며 그의 냄새를 맡고 울분을 터트린다.

 

남들과 평범하게 직장을 찾아서 평온하게 살고 싶었던 그는 하루에 몇 번씩 자신의 방으로 들어와 자기소개서를 고친다. 그러다 한 번씩 터져 나오는 한숨과도 같은 폭력이 터져나오고, 아직도 아버지의 체취를 잊지 못하고 끌어안던 어머니의 모습을 보고 그는 묘안을 생각해 낸다.

 

그렇게 시작된 계획은 어머니가 매번 껴안다 싶이한 아버지의 작업복과 속옷, 양말등 아버지를 떠올리게 하는 것들을 상자에 담는다. 자신의 모교를 방문해 인사를 하고 실험실에서 에틸 에테르를 담고, 실험에 필요한 장비들을 구매해 그가 하고자한 실험을 자신의 방에서 하다가 다시 베란다에 옮겨 놓는다. 그렇게 자신이 알고 있는 과학적 지식을 이용해 치밀하게 구성을 하며 옮겨 놓는 장면을 마치 007영화나 미션 임파서블을 보는 것 마냥 흥미진진하다. 그의 의도가 무엇인지 궁금해 손에 땀을 쥐며 그가 하는 행동의 근거를 찾아 보기도 하고, 다음 행보의 이야기가 궁금하게 전개된다.

 

한껏 기대를 갖고 탄탄하게 실험을 행하는 주인공의 이야기가 최고조로 오를 때쯤 작가는 그가 체취한 냄새를 빠르게 휘발시켜 버린다. 냄새란 길고 긴 잔상이 남는 것이어서, 그 원인이 없어졌다 하여 금방 휘발되는 것이 아님에도 이야기는 기대와 달리 빠르게 끝맺음으로 이야기를 종료시켰다. 차곡차곡 쌓아오던 이야기가 한 순간에 무너져서 초반에 호감과 함께 이후의 이야기가 괜찮겠다 싶어 계속해서 마우스를 내렸건만 이야기는 어딘가 싹뚝 잘라진 것처럼 급 마무리된 점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술을 마시다 갑작스럽게 일어나 아버지의 냄새를 맡고 갑작스럽게 베란다 난간 위로 떨어져 죽는 설정 보다는 주인공의 실험을 맞닥뜨린 어머니의 모습을 조금 더 견고하게 설명했으면 좋겠다. 어머니의 이미지가 너무 단조롭게 시작되어 이야기를 끝맺다 보니 이미지를 차용 할 뿐 주인공의 색깔이 깊이 드러나지 않아 아쉬웠다. 뒷 부분을 앞부분처럼 더 견하게 이야기를 더 만들어간다면 제목처럼 아무리 빼내에도 빠지지 않는 냄새의 향취가 느껴질 작품 같다.

 

그럼에도 이 작품에서 좋았던 점은 치밀하게 냄새를 이용하게 돌아가신 아버지가 어머니를 보기 위해 잠시 찾아온 것처럼 느낄 수 있는 상황을 야기시킬 수 있는 실험을 하는 장면들이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과학에 대해서는 무지하지만 치밀하게 준비하는 모습이 어떤 사건을 일으킬까 하는 기대감이 샘솟는 장면이어서 더 다음 이야기가 궁금했다. 아마도 그는 자기 소개서 마저도 실험을 하는 것처럼 이토록 치밀하게 자신을 그려내지 않았을까.

 

그렇게 치밀하게 준비하다 보니 상대적으로 스트레스가 쌓이고, 그것이 하나의 울분으로, 광기로 표출된 것 같다. 글에서 종종 보여지는 생각하지 못한 이변들이 출현해 이야기를 다른 색으로 바꿔 버렸지만 그 우연이 아닌 똑바로 길을 걸었더라면 어떤 길을 만들어냈을지 궁금한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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