냄새, 그러나 이 글에서 냄새는 나지 않습니다 공모 브릿G추천

대상작품: 냄새 (작가: 녹차빙수, 작품정보)
리뷰어: 김귤, 18년 11월, 조회 85

※ 리뷰를 쓰기에 앞서, 글에 대한 직설적인 표현이 있을 수 있음을 미리 말씀드립니다.

 

도입부에서 ‘나’는 더운 날 버스 안에서 아저씨 ‘하나’가 타는 것을 보게 됩니다. 첫 문장부터 시선을 끄는 점은 더운 여름 날 버스에 탄 ‘나’가 아저씨가 타는 것에 주목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왜 아저씨 ‘하나’ 일까. 한 명도 한 사람도 아니고 ‘하나’여야 하는 이유가 있을까 의문을 불러 일으킵니다. 굳이 맞춰보자면 아저씨를 본 순간 암내에 대해 미리 떠올린 ‘나’의 거부감을 드러낸 건가 싶었습니다. 아저씨의 체취가 생각나게 했다는 ‘벗어날 수 없는 공포와 절망’이란 표현은 다소 거창한데, 이후 문단에서 충분히 설명될 수 있을지 호기심을 갖게 합니다.

그러나 다음 문단부터 ‘나’의 개인사와 가정환경이 서술됩니다. 아버지의 급작스런 사망과 어머니의 우울증, 나의 구직활동이 뜻대로 되지않는 것에 대한 스트레스. 어느 날 ‘나’는 느닷없이 공황발작을 일으키는데, 이전에 공황발작을 겪은 적이 있기 때문에 느닷없이 공황발작을 일으킨다고 말하기엔 어폐가 있습니다. 그리고 고교시절 공황발작을 일으킨 이야기를 두번째 문단에 붙여쓰고, 세번째 문단에는 첫문장을 짧게 시작하는 편이 몰입해서 읽기에 나았을 것 같아요.

어머니의 우울증은 게다가 모계로 전해지는 질환이었네요. 왜 굳이 모계로 전해져야 하는지 당위성을 잘 모르겠습니다. 어머니의 이러한 상황은 ‘나’에게 스트레스를 더하는 것일 뿐입니다. 어머니의 감정에 공감하기는 커녕 자신이 처한 상황도 버거운 것이죠. 도대체 냄새에 대한 이야기 진행은 언제 되는 것인가… 몇 문단에 걸쳐서 계속 어머니의 우울증과 슬픔, 나의 취업에 대한 스트레스만 나열됩니다. 냄새에 대한 것은 언제 알려줄 것인지 슬슬 인내심을 요구합니다. 이러한 집안 분위기와 더불어 냄새에 대한 것을 곳곳에 배치했다면 좋을 텐데요. 먼지냄새, 곰팡이냄새, 썩어가는 음식물냄새 같은 것들요.

암울한 집안상황은 예전에 사귀던 아이가 준 향수가 깨지면서 분위기가 환기되는데, 이것을 계기로 주인공은 아버지의 체취를 채집해 어머니에게 다시 아버지의 냄새를 맡게 하자는 계획을 세웁니다. 그런데 그 다음 문단에 어머니가 아들에게 탕수육을 제안하는 장면의 의도를 잘 모르겠어요. 어머니가 자신이 소홀했던 아들에게 관심을 표하는 장면으로 넣은 것 같긴 한데, 어머니란 인물이 조명되는 방식이 단면적이고 극중 내내 울고만 있습니다… 몇 문단에 걸쳐서요. 게다가 탕수육을 제안하는 어머니의 말에 대답도 않고 일어나는 아들.

이후로는 아들이 아버지의 체취를 채집하기 위해 이리저리 바쁘게 뛰어다니는 모습을 다시 몇 문단 동안 서술하고 있습니다. 아니, 장르가 호러라면서 이거 드라마였나요? 기구를 빌리고 실험을 체취를 추출하기 위해 나가 움직이는 부분이 세밀해서, 글을 쓰면서 조사를 잘 한 것인가 생각도 들지만 극의 진행을 위해서 이만큼 대부분의 묘사가 필요한 부분이었나 생각하면 잘 모르겠어요.

그리고 그렇게 바쁘게 뛰어다니며 체취를 채집하려고 한 이유가 한참 후에야 나옵니다. 차라리 앞부분에 서술했다면 바쁘게 뛰어다니는 부분을 읽는 동안 이해가 됐을 텐데 그 동안 읽는 입장에서 ‘나’가 왜 이렇게까지 하는지 이해를 하기가 어려웠습니다. ‘나’가 바쁜 와중에도 어머니는 우울증이 점점 심해져 알콜 중독까지 옵니다. 과연? 이것도 글쓴이의 설계일까, 아직까지도 저는 기대를 놓지 못했습니다만 어머니가 굳이 알콜 중독이어야 하는 이유도 모르겠어요. 꿈에서 아버지를 자꾸 봤다던가, 아니면 어머니는 점차 정신을 놓는 일이 잦아졌다거나 할 수도 있지요. 그러나 글 속에서는 묘사는 되어 있지만 어느 정도인지는 잘 알 수가 없습니다.

그러나 ‘나’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버지의 냄새를 맡은 어머니는 홀린 듯이 냄새를 따라 추락사했고 더 이상 견디지 못한 나도 마지막엔 자살한 것으로 보입니다.

냄새라는 소재로 쓰여졌기에 공감각적 표현이 많이 등장할 것이라 예상했지만 딱히 그렇진 않았습니다. 냄새에 집착하거나 남새에 몰입하기보다는 아버지가 부재한 모자가정의 우울함과 이상한 방향으로 튀어버린 ‘나’의 체취 추출에 대한 집착 뿐입니다. 이게 무섭냐면 안 무섭습니다. 기이하냐면 그렇게 기이한 건 마지막 문단 뿐입니다. 아버지의 체취와 암내에 대한 생전의 묘사가 더 필요하고, 냄새에 대한 나의 다양한 기억들을 함께 끄집어내는 것이 글을 좀 더 풍성하게 만들 것 같습니다. 현재로서는 기억을 끄집어내는 강렬한 냄새나 향수(그리움)에 대한 것을 묘사하는데 있어서 글이 너무 냄새가 없다는 생각을 들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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