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g 리뷰단으로 쓰는 마지막 작품이네요. 작가님 입장에서는 9월 초에 리뷰를 신청했고 리뷰 공모까지 다 끝난 작품이 갑자기 리뷰를 받아서 당혹스러우실 수도 있겠습니다.
이렇게 된 것이 사실 본래는 읽지 않으려고 했기 때문입니다. 로맨스라는 장르는 저와 엄청난 거리를 두고 있는 장르였거든요. 낯간지러운 대사들, 과장된 감정선, 이해할 수 없는 행동원리. 제가 로맨스라는 말을 듣고 떠올리는 것들은 그런 것이네요. 하지만 실제로 읽은 글은 그런 것은 그냥 저의 편견에 불과하다고 할 수 있었습니다.
글의 소재이자 줄거리는 단순합니다. 연인과 헤어진 주인공은 처음에는 그 사실을 계속 의식하고 있지만, 매일매일의 일상 속에서 그것에 점차 연연하지 않게 되고 어느 시점에 와서는 그 사실을 의식하지도 못할 뿐더러 그 사실에 어떤 감정도 몰입할 수 없는 지점까지 돌아갑니다.
이별의 진정한 끝이죠. 단순히 잊은 것이 아니라 이별 자체에 어떤 감정도 느낄 수 없는 상태. 주인공은 그 사실을 슬퍼하지만 그것은 연인을 잊지 못해서가 아니라 그렇게 가치있게 여겼고 절대 잊을 수 없었을 것만 같던 시간이 지금에 와서는 무가치한 것으로 변해버리고 말았다는 것에 대한, 말하자면 스스로에 대한 안타까움인 것이죠.
단편이니만큼 글은 한 가지 감정과 한 가지 기법만 써서 주인공의 시간이 어떻게 마모되어 빛바래갔는지를 착실히 그려냅니다. 길게 말하고 있지만 결국 본론만 말하면 굉장히 좋았습니다. 근본적으로 로맨스와는 인연이 없는 제가 공감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이야기여서 그런 걸지도 모르겠네요.
하지만 아쉬운 점이 없는 것도 아닙니다. 이것이 실제로 그런지, 아니면 저의 단순한 착각인지, 혹은 작가님의 의도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글에 나열되는 사건이 실제 사람의 경험이 실제로 반영된 것 같아요. 작가님이 이별을 경험했고 그것을 그대로 작품에 옮겨썼구나! 하고 지레짐작하는 무례한 평가를 하는 건 절대 아니고요.
본 작품은 주인공이 겪은 사건들을 끊임없이 나열하면서 진행해 나가는데 그런 일상적인 경험들이 소설적인 것과 진짜로 경험한 것이 뒤섞여 있는 것 같습니다. 적어도 전 그렇게 여겨져요. 왜 그러냐면 작품 내에서 극도로 일상적인 경험과 소설적으로 의미가 있는 추억들이 잘 조화되고 있지 못한 것 같거든요. 문체나 표현법 자체가 바뀌고 있는 것 같다고 해야하나? 실제로 그런지와는 관계없이 인상이 그랬습니다. 조금 어색하게 느껴졌어요.
하지만 이것은 사소한 문제일 뿐이고 가장 중요한 주인공의 감정선과 작품의 주제는 제대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개인적인 편견도 깰 수 있었던 재밌게 읽은 글이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