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장소 감상 감상

대상작품: 행복의 장소 (작가: 바르데, 작품정보)
리뷰어: 뚜근남, 18년 10월, 조회 69

9월 초에 보기로 한 작품을 지금에서 리뷰하니 작가님에겐 당혹스러울 수도 있겠네요. 음. 1주일에 하나씩 쓰다보니 이렇게 되었습니다. 더 난감한 건 제가 이 글을 그리 좋게 읽지 않았다는 겁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글을 다 읽었는데도 제가 뭘 읽었는지 모르겠어요. 누군가가 이 글 내용이 뭐죠? 라고 물었을 때 글 내에서의 단편적인 사건은 얘기할 수 있어도 전체적으로 대체 뭔 내용인지 설명하는 건 힘들 것 같네요. 적어도 작품소개 이상의 텍스트를 쓸 수가 없습니다.

문장이 어렵지도 않고 사건 자체가 그렇게 난해하지도 않은데 왜 이렇게 느껴지는 걸까요? 나름대로 정리를 해보자면 이렇습니다.

짧지 않은 단편인데 글에 있어서 핵심이 되는 소재가 없습니다. ‘짧지 않다’라는 부분보단 ‘단편’이라는 부분에 주목하고 싶네요. 글에서 집중해야 하는 부분을 모르겠어요. 주인공의 박사학위? 주인공의 남자친구? 타로점? 주인공의 결혼생활? 아니면 꿈? 다른 등장인물? 으음. 뭐에 집중하건 이야기가 그냥 흘러갈 뿐 만족스러운 내용이 되지 않습니다.

절 가장 당혹스럽게 만든 건 작중 초기에 언급된 꿈 유도 장치가, 그리고 주인공이 꾼 꿈이 실질적으론 아무 관계도 없으며 꿈 유도 장치라는 건 주인공의 남자친구가 해본 농담 정도로 넘어가서, 이 작품이 태그로 달아놓은 SF라는 것조차 거짓말이 되었다는 것입니다. 과학자를 소재로 했다고 해서 그게 SF가 되진 않잖아요? 동물을 소재로 했다고 해서 그게 동물학을 소재로 한 얘기가 되지는 않는 것처럼요.

작품 내의 사건들이 유의미한 연관관계를 갖지 못합니다. 적어도 제가 볼 때는 그렇습니다. 글에 사건들은 많은데 그 사건들의 당위성이 존재하지 않는 것 같아요. 어디서부터가 의미 있는 사건이고 의미가 없는 사건인지, 작품 내에서 의미가 있는 사건이 있기는 한 것인지, 이 작품의 의미가 뭔지 전 모르겠습니다.

이건 제가 그리 민감한 독자가 아니라서 그런 것 같기도 해요. 전 글을 겉으로 보이는 피상적인 부분만 읽고 작가가 은연중에 암시한 사실이나 진짜 주제 같은 걸 캐치를 못하거든요. 이 작품에는 의미심장한 부분들이 있고, 작가님이 분명 이 글로 말하고자 하는 목적이 있음은 확실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 글에서 나오는 말처럼, “다른 어떤 독자들도 작품의 진짜 의미를 알지 못하는 소설” 같아요. 이건. 전 글을 중간쯤 읽었을 때부터 머릿속이 일관성 없는 사건들 때문에 ????로 가득한 상태였는데, 그 시점에 등장인물이 내뱉은 이 말은 저에게 있어서 ‘너는 이 글의 의미를 알 수 없을걸~’ 하는 우롱처럼 들렸습니다. 화났다기보다는 슬퍼졌어요. 저는 결국 이 글의 의미를 하나도 알지 못했거든요.

이해하지 못한 글을 논하는 건 무리가 있군요. 특히 작가보다 제 자신의 문제처럼 느껴지는 상황에서요. 이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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