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동 작가의 리플레이 잘 읽었습니다. 진행이 속도감이 있지는 않지만 디테일이 상당한 소설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약간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을 수 있겠습니다.
좋아하는 노래인데, 김동률이 부른 기억의 습작에 이런 가사가 있었죠.
‘나에게 말해봐. 너의 마음 속으로 들어가볼수만 있다면’
소설을 보고 이 노래를 다시 듣는데 기억과 마음이 거의 혼동되어 가사에서 사용되고 있다는 사실을 새로 알았습니다. 해당 소설 리플레이에서는 비가역적인 범죄의 기억과 의심과 연민사이에서 가역적일 수 밖에 없는 사람의 마음을 보여줍니다.
인생은 실전이라는데 미리 연습해볼 수 없듯이 저질러진 후로는 수정도 할 수가 없습니다.
다만 이 소설에서는 기억속으로 수사관들이 들어가서 누구를 위한 건지도 모를 진상 조사를 하는 과정들이 나옵니다.
1회에서는 횡단보도에서 다수의 사상자를 낸 차량 사고의 상황을
2회, 3회에서는 아이와 부인을 화재 사건으로 잃은 남자의 이야기를
4회는 기억속으로 들어가기 위해 작업을 수행하는 안내자와 무차별 살인 사건을 엇나가는듯 마주보게합니다.
1회는 기억재생과 평행우주라는 세계관 설명을 담당하며 누구의 생사도 책임질수 없이 관망해야만하는 조사관들의 직분에 대해 소개합니다.
2회 3회는 평행우주와의 현실에 대한 상호 영향력에 대해 (비록 묵살이 될지라도) 화재사건 진상 조사를 통해 보여주는데요 아이를 구하면 부인이 죽고 부인을 구하면 아이가 죽고 누구를 구해도 모두 죽으며 스스로는 구하지 못하는 남자에 대해 작은 가능성을 열어둡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흥미롭게 본 것은 4화였습니다. 설정에 대한 설명이 지루하지 않으면서 삽화의 인물들이 입체적으로 묘사되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본격적인 기억조사에 선행되어 투입되는 안내자라는 사람이 나오며 이 안내가 결국은 비극으로의 안내라는 점이 있네요.
아직 4회까지 밖에 써지지 않은 소설이지만 1회에 언급된 호수사건 등등이 향후 전개의 단서로 있는 것 같아 앞으로의 연재분도 기대가 됩니다.
공을 들인 세계관, 결점이 없는 문장력, 일관성있는 분위기가 해당 작품의 장점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친절한 소설은 아니지만 매회를 거듭함에 따라 단서들이 확장되고 있다는 느낌을 줍니다.
소설 리플레이의 조사관들은 타인의 기억속에서 컴플렉스로 부터 자유로워지면서도 스스로의 자유를 어색해하는 장면들이 종종 나오는데 이런 점도 소소한 재미가 있었습니다. 투닥투닥거리며 실소가 나오는 부분들도 있구요.
제가 조사관이라면 어떤 방식으로 컴플렉스를 노출시킬지도 생각해보게되네요.
컴플렉스는 행동 제약의 의미보다 행동의 벡터를 결정하는 영향력이 더 커서 이런 점이 소설에서 어떻게 다른 사건으로 나타나게 될 지 궁금합니다.
그럼 건필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