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에도 퀴즈처럼 정답이란 것이 존재할 수 있을까?
본 작품 <스무고개>는 퀴즈와 추리에 빠져 있는 이들의 이야기다. 화자인 양여준은 삼촌의 집에서 숙식하며 간단한 알바로만 삶을 이어나가고 있는 백수이다. 그런 그에게 십여년전 우연히 PC통신에서 ‘스무고개‘로 인연을 맺고 함께 동호회까지 만들었던 예전 지인 ‘로매’가 연락을 해온다. 연락한 이유는 그가 받은 협박성 메시지 때문이었다. 양여준은 과거 동호회의 추억을 되살리며 ‘로매’를 도와 사건 해결에 뛰어들지만, 예상치 못한 살인사건에 휘말리게 된다. 결국 그는 과거에 별다른 설명도 없이 사라져버린 전설적인 추리왕이자 동호회의 리더였던 ‘여고‘형에게 도움을 요청하게 된다.
<스무고개>를 읽으며 가장 좋았던 점은 케릭터였다. ‘여고’형에 대한 설정은 전설적인 추리왕의 이미지를 표현하기에는 제격이었다. (또 하지만 그의 실명은 김남중이라니)… ‘로매’는 일반적으로 떠올리는 ‘로드 매니저’가 아닌 동호회의 성격에 대변한 인물의 형성과정이 신선하고 인상적이었다. (‘여고’와 ‘로매’가 작품 속에서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는 직접 확인하시길…)
또한 김영하 작가의 <퀴즈쇼>를 연상시키는 PC 통신이 활발하게 이루어지던 시절을 배경으로 한 설정은 참 반가웠다. 1부의 제목이 관찰놀이이고 2부의 제목이 탐정놀이인 것도 인상 깊었다. 추리의 기본은 관찰이니까… 트릭에 대한 힌트와 정보가 독자에게 공정하게 제공되는 점도 극에 대한 몰입도를 높여주는 하나의 원동력으로 작용했다.
하지만 ‘사건’의 구성은 조금 아쉬움이 남았다. 1부에서 희귀도서를 훔치기 위해 10여년전의 동호회 동료를 대상으로 살인사건을 위장한 사건을 벌이는 설정은 조금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느껴졌다. 희귀도서를 훔치기 위해 굳이 그렇게 까지 해야하는 이유에 대한 설명이 부족한 느낌이라고 할까? 2부에서도 ‘여고’형의 실종을 둘러싼 사건의 진상에 대한 설명이 설득력이 부족했다. ‘여고’형의 입장에서 왜 ‘로매’와 ‘총무’를 끌어들여야만 했으며, 그 사건을 벌인 ‘여고’형의 동기가 그렇게 절박한 것이였다면, 과연 동호회원들을 대상으로 자신의 실종 원인에 대해 설명할 여유가 있었을지…
작품을 읽으며 퀴즈처럼 삶에도 명확한 답이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스무고개처럼 누군가의 마음속에나마 명확하고 확고부동하게 정해진 답이 있다면 삶은 보다 쉽게 흘러갈 수 있지 않을까? 하지만 인생에 그런 답이 있을 리 없고 누군가에게 그 답이 있다 해도 그 답이 내게도 통할지 여부는 알 수 없다. 세상을 살아가는 방식에 있어 모범답안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삶이 던지는 시험에 제대로 대답을 하지 못하고 어려움을 겪는 이유는 각자가 다른 시험지를 받았다는 사실을 미처 알지 못했기 때문이다. 더러는 알 수 없는 인생이라 좋기도 하지만 더러는 알 수 없는 인생이라 참 버겁고 힘들다. 추리로서 삶을 풀어낸 그들의 낭만이 그리운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