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희를 성희라고 부를 수 없는 학교 공모 브릿G추천 공모채택

대상작품: 모두가 성희를 회장님이라고 부른다 (작가: 매도쿠라, 작품정보)
리뷰어: 글포도, 18년 9월, 조회 147

* 쓰다보니 매우 주관적인 리뷰가 되었습니다.

작가님이 악마의 속삭임을 들었을 때 (엄성용), 천사의 속삭임을 들었을 때(메도쿠라) 이렇게 두 개의 작가 계정을 나눠쓰신다는 독특한 설정으로 계정 관리를 하시는 것도 퍽 재밌고 특이하네요. 악마의 속삭임을 들은 소설 <아직 살아있나요>에 대한 리뷰를 쓴지 얼마 안 됐지만 음, 천사의 속삭임을 들은 소설은 어떨까 하는 호기심에 이 소설을 읽었습니다. 악마일 때와 천사일 때 확실히 분위기가 다른 느낌이 있네요. 두 개 다 재미있게 읽힌다는 공통점은 있지만요.

하지만 전 아무래도 악마 쪽이 좋은 것 같긴 하네요.(개인 취향입니다.) 악마가 속삭일 때 쓰신 후안유니버스 시리즈를 읽다가 포기하긴 했지만 – 재미도 있고 통쾌하지만 제가 요즘 잔인한 묘사를 못 읽는 관계로 눈물을 머금고 포기- 잡설은 이쯤에서 마무리하고 이 소설 얘기를 할게요.

 

이 소설은 일단 잔인한 묘사가 없다는 점이 좋았습니다. 대신 주술 노트군요. ‘데스노트’ 같기도 하고 ‘검은책’ 같기도 하고 비스무레한 책이 나오는데 ‘하나 더하기 하나’ 주술이라고 해요. 두권 중에 하나에 주술을 걸어서 땅에다 묻고 나머지 하나로 조종이 가능한 책이랍니다. 뭔가 새로운 게 나오면 읽어보지 않으면 안 되는 터라 또 훅 딸려갑니다. 뭔지 되게 궁금해지잖아요.

 

뭔지 이런 걸 어떻게 다 아는 거야? 싶은 친구가 하나 있고- 주변에 이런 친구가 꼭 하나씩은 있긴 하죠.- 이 정보 담당 경수가 [경수사전]을 꺼내가며 잘 설명해주고 전학생이면서 목격자이고 호기심 담당인 나(태식)가 듣는다는 설정이라 이야기 흐름은 잘 나아갑니다. 게다가 또 한명이 합세하게 되는데 폭력 대응 담당 연수(특이하게도 유도를 하는 여자아이군요.) 이 세 명의 조화가 일단 안정적입니다. 그들이 뭉쳐야 할 이유도 분명하고요.

 

뭔가 로봇 같은 아이들, 모두가 하나같이 움직이는 곳이야말로 정말 무서운 곳이죠.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 곳. 모두 같아야 하는 곳. 초반 ‘나’가 쇼핑몰 에스컬레이터 사건을 목격하는 부분과 더불어 그런 학교 장면에서 꽤 호러스럽다고 생각했는데요. 이야기는 흘러가면 갈수록 코믹적인 요소가 강해집니다. 학생다운 행동들과 유머에서 ‘애는 애지’싶고 ‘탕수육’을 무서워하는 장면에선 빵 터져버렸어요. CM송 들으며 등장하는 회장님도 너무나 웃깁니다. 근데 그애들은 진지할 거란 말이죠. 그게 더 웃기네요. 심각한 상황에서 춤을 춰야 하는 것도 상상해보면 정말 웃깁니다. 이런 부분들이 재밌게 읽혀요. 다 읽고 나서도 그런 장면들이 기억에 남고요.

 

그렇지만 이 소설은 일단 일관된 분위기로 읽어나가기 힘들고 조금 매끄럽게 읽히지 않는 부분이 있어요. 초반의 호러 분위기에 저처럼 뭔가 기대했던 사람이라면 조금 실망할 수도 있고 오히려 그런 개그스러운 상황들이 부조화스럽게 여겨지면 실망부터 하게 되거든요. 전 중반에 약간 그런 기분을 느끼다가 그냥 웃기니까 다행이다 하면서 읽어나갔습니다. 그리고 초반에 1인칭 시점으로 나가다가 갑자기 [820 반격] 부분에서 체육관에 들어서면서 나(태식)로 서술되던 시점이 3인칭 시점으로 변경이 되는 바람에 – 두 패로 나눠졌고 경수네의 상황이 들어가야 하는 부분이라 어쩔 수 없었을 것 같지만 어쨌든 – 이 부분 때문에 약간 혼란스러움을 느꼈습니다.

그렇지만 이것도 너무도 자연스럽게 넘어가는 바람에 조금 이상하다, 혼란스럽다 정도지 크게 이야기 흐름에 영향을 주는 건 아니었어요.

전체적으로 재미있었고 독특한 개그가 잊을만하면 배치 돼 있어서 지루하지 않다는 것이 이 소설의 큰 장점이지만 내용적인 부분에서 사실상 사악한 짓을 저지르는 회장님 이성희에 대한 단죄가 없고(내용 설정상 그럴 수밖에 없긴 하지만요.) 그렇다고 집안이 빵빵한 ‘금수저’ 아이를 통렬히 풍자하는 것 같지도 않고 그냥 다 잘 마무리 됐으니까 됐다 하는 결론은 좀 불만스럽긴 해요. 어쨌든 학교 왕따를 주도했던 아인데 말이죠. 또 쇼핑몰 사건은요. 쇼핑몰에 CCTV 엄청 많은데 그것도 안 들킨 것도 신기하고 목격자도 또 다른 사람이 있을 것 같은데 말이에요. 전 소설 속에서만이라도 권선징악이 (네 구시대적일지도 모르는 그 권선징악이요) 있었으면 좋겠어서 조금 아쉬웠습니다.

다만 연수가 반 아이들하게 하는 말은 통쾌했어요. 앞 부분에서도 그랬고 뒤에서도. “니가 가서 사 처먹어라” 같은 말 좀 시원스럽게 해주는 친구 나오는 소설 또 읽고 싶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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