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혹 그런 작품들이 있습니다. 이 작품에 대해서 한마디 하고 싶은 욕구를 자극하는 작품이요. 그건 작품이 가진 에너지에 그야 말로 반해 버렸을 때 나오는 반응이지요. 유권조 작가님의 <성모 좀비 요양원>은 그런 작품입니다.
화자인 김혜원이 9급 공무원 시험에 계속 낙방 하던 일 년 전, 인천에서 좀비 사태가 발발합니다. ‘생각보다 무력하지 않았’던 국군과 ‘기대한 것 보다 훨씬 무력 했’던 좀비 탓에 진압은 한달만에 마무리 됩니다. 살아남은 좀비들은 격리 되었고 혜원은 그런 좀비들을 관리하는 요양원의 보안요원으로 취업합니다.
헐리웃에서도 닳고 닳은 장르 중 하나인 좀비물 혹은 좀비 아포칼립스는 아직도 유효한 인기 장르입니다. 평화롭던 우리의 세상이 어느날 뒤집어지면서 주는 장르적 쾌감은 언제나 맛있으니까요. 어떤 작가는 그 뒤집어진 세상에서 싸우고 생존하는 이야기를 그려내기도 하고 어떤 작가는 그 뒤집어진 세상 이후의 편린들을 수집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것들은 결국 파괴되기전 세상의 민낯을 보여줍니다. 좀비물을 세대간의 갈등이나 인종차별에 대한 고발로 해석할 여지가 많은 것도 그 때문이겠지요. 좀비를 통해 우리를 보니까 말이에요.
<성모 좀비 요양원>은 담담하게 좀비 사태 이후의 한국을 묘사합니다. 혜원에게 좀비는 월급을 벌게 해주는 직장인 동시에 먹여 살려야 하는 집, 즉 일상의 존재입니다. ‘온통 논밭 뿐인 덜렁 솟은 요양원’은 사실 매우 한국적인 공간이죠. 중소도시 변두리만 나가도 한 채씩은 꼭 있으니까요. 그 공간에 좀비가 살면서 그것은 한국적인 동시에 더욱 ‘이질적이다 못해 괴기스럽기까지’ 한 공간으로 재탄생합니다. 무엇보다 혜원의 집에서도 ‘입에서 침을 흘’리는 누군가가 있습니다. 집 또한 요양원인 것이죠. 좀비와 요양원이라는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 주는 에너지는 여기서 불꽃이 튑니다. ‘좀비가 나타났다고 해서 현대사회가 영화에서처럼 무너지는 일은 없’겠지만 누군가의 일상엔 많은 균열이 가고 있으니까요. 혜원과 비슷한 삶을 살고 있을 다른 한국인들을 상상해보면 끔찍하면서도 슬퍼집니다
새로운 발상이 나오기가 힘든 장르들이 있습니다. 포스트 아포칼립스와 좀비물이 대표적일텐데요. 그럼에도 여전히 새로운 이야기와 참신한 사고, 과감한 문제를 꼬집는 작품들이 나온다는 것은 팬으로도 창작을 하는 입장으로도 기쁘고 감사한 일입니다. <성모 좀비 요양원>은 차분한 문체임에도 이야기가 주는 울림이 강력해 작가님이 아주 고심하시며 소중하게 쓰신 작품이란걸 알 수 있었습니다. 더 멋진 작품 기다리고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