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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작품: 폴라로이드 사진 (작가: 타우, 작품정보)
리뷰어: BornWriter, 17년 12월, 조회 48

매우매우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매우매우 스포일러 함유합니다.

매우매우 매우매우 매우합니다(?)

 

작가는 이 작품을 호러로 분류하였다. 그러나 이 작품이 정말로 무섭냐고 묻는다면, 내 대답은 조금 애매해진다. 분명 어느 순간까지는 오싹한 감이 있었다. 폴라로이드 사진이 목구멍에서 솟아나고, 그 사진에는 친구의 죽음이 찍혀있다. 처음에 나는 이것이 무언가의 은유라고 생각했다. 오늘날에는 다른 사람의 인격이나 지성을 비하할 때 흔히 ‘빻았다’는 표현을 사용한다. 그리고 폴라로이드 사진에 찍혀나온 친구의 머리는 잔뜩 으스러져있다. 이것이 어쩌면 ‘친구에 대한 주인공의 평가’를 은유하는 것이고,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한 채 쌓여온 말들이 사진의 형태로 튀어나온 것이 아닐까 싶었다. 그리고 이것은 잔뜩 헛다리였다.

결말만 놓고 말해볼까. 이 작품에서 주인공은 폴라로이드 사진에 찍힌 대로 친구와 남자친구를 살해한다. 그러니 폴라로이드 사진은 ‘주인공의 본능(혹은 분노)가 이성적인 형태로 도출된 결과물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사실 폴라로이드 사진은 존재하지 않았고, 그녀가 사진에서 보았던 이미지는 전부 그녀의 분노가 불러온 살인 계획이었다. 이렇게만 놓고 본다면 호러로서 충분히 맛을 낼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결말로 향하는 길에서 작품은 공포를 잃었다.

작품이 공포를 잃은 주된 원인으로 나는 ‘주인공의 깨달음’을 꼽고 싶다. 호러는 이성적일 필요가 없다. 독자가 혼란스럽도록 해야 하고, 작품이 끝나고 나서야 모든 것을 이해하도록 해야 한다. 말이 쉽지 정말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내가 늘 이런 장르들을 두고서 ‘작품 내에서 작가가 정보를 얼마나 흘리느냐에 따라 달라진다’고 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 작품에서는 주인공이 작품이 끝나기도 전에 대강의 사실을 깨달아버린다. 과격하게 말하자면 ‘필요한 정보가 독자에게 다 넘어가버렸다’고 까지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결말은 어떠한가. 주인공은 폴라로이드 사진을 통해 자신의 죽음을 본다. 그리고 경찰이 찾아온다. 주인공은 상황을 회피하려다 결국 14층 높이에서 추락하게 된다.

호러나 테러와 같은 장르에서는 어느 인물 혹은 어느 장치가 작품 전반의 분위기를 좌우한다. 가령 호러에서는 주온의 토시오&카야코가 있고, 테러에서는 샤이닝의 잭 토렌스나 13일의 금요일의 프레디 같은 존재가 그렇다. 이 작품에서는 의심할 나위 없이 주인공이 그런 존재였다. 그런데 이 존재가 공권력으로부터 도망치다가 추락사해버린다. 나는 김이 팍 새버렸다.

 

초반이 너무 흥미로워서 결말이 더욱 허무하게 느껴진다. 더 좋은 서사는 없었을까, 하고 고민하게 된다. 문제점을 발견하는 것은 쉽지만 그걸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는 늘 어려운 문제이다. 작가분의 건투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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