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낀 점과 생각한 것 공모

대상작품: 사우(死宇) (작가: 김눈, 작품정보)
리뷰어: 제오, 18년 9월, 조회 69

느낀 점과 생각한 것을 이것저것 써 보겠습니다. (스포일러 있습니다!)

 

죽음의 방.

죽음의 방의 이미지가 마음에 드네요. 간결하고, 무덤덤하고, 약간 삭막하고. 인형의 방 같기도 하고. 쿨했습니다. 무리하게 뭔가 있어보이려 하지 않는 느낌이 좋았습니다.

 

주인공의 능력.

어떤 장식적인 요소 없이 그저 찌르면 죽는다, 살짝 찌르면 상처만 남는다는 간결한 룰이 좋았습니다. 꿈에서의 행동이 현실 세계에 영향을 미치는 식의 설정은 그리 드물지 않습니다만, 간단한 면이 좋았다고나 할까요.

 

결말.

중간에 갑자기 끝나버린 느낌이었습니다. “이게 끝이야?” 이런 느낌. 보통은 그 능력이 역효과를 낸다든지, 능력 사용에 다른 대가가 요구되기 시작한다든지 – 예를 들어 증오하는 아이는 두 번째 방에 들어 있고, 첫 번째 방에는 아무 악감정이 없는 아이가 들어 있어서, 그 아이를 먼저 죽여야 두 번째 방이 열린다든가 -, 그 능력을 사용하면서 주인공이 황폐해지는 것을 묘사한다든지, 그런 이야기들이 나오면서 파국으로 흘러 갔을텐데요. 그런데 생각해보니 이런 결말도 나쁘지는 않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다만, 능력의 근원에 대한 아주 어렴풋한 설명이라도 들어가 있었으면 좋았을 것 같습니다. 그냥 그런 거야 – 라고 해버리는 건, 뭐랄까, 너무 쿨한 것 같아요.

 

개연성.

선생님이 주인공의 이야기를 선뜻 믿어주는 장면이 어색했습니다. 일반적인 선생님이라면 농담으로 넘기거나, 주인공의 정신 상태를 의심해 보았을 것 같습니다. 아니면 처음에는 믿지 않다가, 아이들이 차례차례 죽어가는 걸 보고 마음이 바뀌는 걸로 했으면 어떨까 합니다. 그런데 그 경우에도 주인공이 초자연적인 능력이 아니라 현실적인 수단으로 살인을 저지른 게 아닐까 하고 의심했겠지요.

선생님의 행동을 설명하는 방법이 아주 없지는 않습니다. 제가 생각해 본 건 이렇습니다: 선생님도 학생 때 능력자였던 겁니다. 그 능력을 이용해서 사람을 해쳤었구요. 하지만 그 후에 양심의 가책에 몹시 힘들었고, 그래서 주인공을 그렇게 대했던 거죠. 그런데 이렇게 설정해 버리면 선생님의 진심이 약간 퇴색될 것 같기도 하고 그렇네요.

 

선생님.

선생님은 주인공을 위해 뭘 한 걸까요? 점심시간에 불러 먹을 걸 주고 점심시간 내내 (양아치들이 괴롭히지 못하도록) 붙잡아 둔 것 말고는 한 일이 별로 없는 것 같습니다. 주인공도 여전히 폭행을 당했구요. 선생님이 왜 그렇게 어정쩡하게 행동했는지 뭔가 설명이 있었다면 좋았을 것 같습니다. 어차피 선생 혼자 힘으로는 어쩔 수 없으니 포기했다든지 하는.

 

여기까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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