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로 어떤 글은 다 읽고 나서 침묵하게 되거나 감탄사밖에는 못 내뱉게 되는 그런 작품이 있습니다. 저는 이 작품이 그랬습니다. 작년부터 올라와 있는 소설이고 작가님이 워낙 유명하시니 이미 볼 사람은 다 보았겠지요? 전 늦게 이곳에 들어왔고 뭘 해도 결국 뒷북치는 독자로 지낼 수밖에 없습니다만 언젠가 한번은 꼭 리뷰를 써보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새로 유입되는 독자들도 읽을 권리가 있지 않겠습니까?-
처음 읽었을 때는 정말 말을 잃고 ‘세상에…’ 이 말만 반복했었더랬어요. 대체 여기다 무슨 말을 덧붙인단 말이냐…. 그래서 포기했죠.
시간이 꽤 많이 흘렀는데도 계속 생각이 나서 결국 다시 찾아 읽었는데도 여전하네요. 이건 뭐랄까요? 이런 글쓰기가 어떻게 가능한 걸까 놀라기밖에는 할 게 없어요. 이분 대체 뭐 하시는 분이시죠?
잔혹하고 어둡고 암울하고 아무도 행복하지 않으며 독자도 행복하게 만들 수 없는 소설임에도 결국 끝까지 읽게 만들고 결국은 독자를 매료시켜버리는 묘한 작품입니다. 어둡고 고운 비단에 피로 물들인 실로 한땀 한땀 정성들여 수놓으면 이런 느낌이 날까요?
살을 발라내고 뼈를 부서뜨리고 내장을 들어내고 머리카락을 잘라서 알뜰히 남김없이 이용하는 데도요. 죽고 죽이는 것이 일상처럼 벌어지는데요. 독약이 입과 입으로 흘러다니고 심상하게 죽음을 종용하는데요. 그런데도 아름답습니다. 시체를 이용해 살았고 궁에 들어가서도 계속 시체를 만드는데 여념이 없었던 이 잔혹한 남자의 이야기가 왜 이토록 절절하고 애절한지요. 왜 그를 동정하게 되고 그가 살길 바라게 될까요? 저는 여전히 잘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또 읽고 싶어질 거라는 것은 압니다. 이건 그런 작품입니다.
잘 정돈된 텍스트가 어떻게 사람을 홀리는지를 전 경험했습니다. 한번 붙들리면 놓여나지를 못합니다. 텍스트들이 쳐놓은 덫에 갇혀서 결국 주인공이 어떻게 되는지를 보게 되고야 맙니다. 어쩌면 이 작품은 궁에서나 쓰는 고풍스런 청동새장이고 독자는 앞니가 빠진 쥐의 신세일지도 모릅니다. 작가가 넣어주는 텍스트를 넙죽넙죽 받아먹을 수 밖에는 없는 그런 존재요. 하지만 이 작품을 읽는 동안 만큼은 그런들 어떠하리요! 같은 기분이 되지요.
그러니 조금 시간적 여유가 있을 때 읽으시기를 권합니다.
이것은 3부작이라고 하네요. 전 모르고 읽었지만 (작품소개고 리뷰고 뭐고 무작정 작품부터 읽고 보는 성격이라서요.) 다행히 작가님이 맨 처음 올리신 작품이라 [서왕]부터 읽었지만 서왕, 혁명가들, 우음-우연히 읊은 시 이렇게 세편이 3부작이라고 하네요.
*하룻강아지는 용감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