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인생은 이토록 사소한 것일까?! 공모(비평) 브릿G추천

대상작품: 윤회가희 (작가: 인레, 작품정보)
리뷰어: 아나르코, 17년 2월, 조회 70

지금 하고 있는 생각들을 고스란히 간직한 채 다시 태어나면 어떨까, 라는 상상을 해보곤 한다. 어린 시절에는 알면서도 모른 척 평범하게 살아가다가, 조금씩 나이를 먹어가면서 알고 있는 것들을 바탕으로 해서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삶을 조종하다보면 지금과는 다르게 꽤 괜찮은 삶을 살 수도 있지 않을까, 싶은 생각을 해본다. 그러다가 그런다고 그 삶이 결코 후회가 없을까, 뭔가를 더 알고 있다는 그 사실 자체로 더 괴로운 삶이 되지는 않을까, 싶은 생각에 쓸데없는 생각을 했다는 듯 고개를 젓게 된다. 가끔씩 했었던 이런 상상을 소설로 풀어낸 작품이 <윤회가희>이다. 보통의 나와는 다른, 어쩌면 이해할 수조차 없는 상상 속의 존재와 스쳐 지나가는 이야기가 펼쳐진다.

 

<윤회가희>의 화자인 ‘나’의 어릴 적 꿈은 음악을 하는 사람이 되는 것이었다. 하지만 꿈과는 다르게-전혀 다른 일은 아니니 조금은 비슷하게?!- 큰 규모의 음악 전문 잡지 회사에서 음악에 대한 글을 쓰는 일을 하며 어느덧 40대 중반의 임원이 되어있다. 20대를 지나 가만히 있기만 해도 시간이 도망친다는 말을 실감하며, 어릴 적 같은 꿈을 꾸던 친구를 문득 떠올리게 된다. 중학생 때 처음 만난 그 친구의 이름은 ‘이의령’. 소극적인 성격의 ‘나’와는 달리 먼저 와서 말을 걸어주며 어울려주는 그를 어느 샌가부터 동경하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그가 피아노 치는 모습을 목격한 후 제대로 교류(친구 사이에 교류라는 단어는 약간 어색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를 시작하게 된다. 음악에 관한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그를 질투하고 또 동경하며 지속해오던 관계는 섭외를 받게 되었다는 의령의 말에 순식간에 끝나버리게 된다. 뮤지션으로 데뷔하게 되고 천재라는 이름으로 승승장구하는 의령과 상대적으로 극적이라 말 할 사건도 없었던 ‘나’와의 거리는 점점 멀어져갔다. 시간이 흐르고 어느 날 의령은 돌연 은퇴를 선언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의 자살소식까지 더해졌다. 그 이후 지금까지 20년의 세월은 의령에게서 도망치기 위해 달린 시간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그를 떠올리게 된 것은, 우연히 지하철역에서 버스킹을 하는 어린 소녀를 보았기 때문이었다. 의령과 나만이 알고 있는 노래를 그녀가 부른 것이다. 의령과 관계가 있다고 확신하고 그녀에게 다가가게 되고, 그녀는 황당무계한 이야기라며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윤회’와 관련된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게 된다.

 

‘나’와 ‘의령(혹은 유나)’의 두 캐릭터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되는 것이기에 역시 이 두 캐릭터를 이야기하면서 이런저런 생각들을 주절거려봐야 할 것 같다. 아무래도 이야기를 하다보면 스포가 될 수밖에 없을 것 같기에, 혹시나 아직 읽어보시지 않으신 분은 어서 가서 작품부터 보고 오시길!!

 

먼저 ‘의령’의 이야기를 해봐야겠다. 그는 이해가 가지 않으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이해가 가는 인물이기도 하다. 의령은 이전-혹은 이후?!-의 삶의 기억들을 간직한 채 계속해서 죽고 다시 태어나는데, 무엇보다도 음악을 하고 싶다는 명확한 삶의 방향이 있었다. 하지만 젊은 나이에 자살을 선택하고 ‘유나’라는 새로운 모습으로 태어나 ‘나’에게 다가와서 진실을 들려준다. 무엇보다도 윤회를 거듭하면서 많은 것을 보아온 사람이 뜬금없이 나타나 믿기 어렵겠지만 믿어줘, 그리고 미안해, 등의 자기 할 말만 하고 사라지는 것은 너무 어이없는 상황이 아닌가 싶었다. 많은 것을 겪고 봐왔던 만큼 그 생각의 깊이도 보통의 사람들보다는 깊을 텐데 말이다. 더군다나 이번 생은 틀렸어, 그러니까 다름 생으로 가서 다시 시작할거야, 나에게는 쉬운 일이니까, 하며 마치 게임을 리셋하듯이 하는 행동이라니. 차라리 ‘나’보다도 더 쉽게 포기하고 쉽게 시작하는 요즘 인간들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아닐까 싶은 생각까지 들었다. 아이러니하지만 그래서 또 이해가 가는 인물이었다. 기억을 가지고 새로운 생으로 계속 태어나는 윤회를 함에도 불구하고 결국에는 그도 신이 아닌 인간이기에 그런 것이 아닐까 싶은 것이다. 인간이기에 그 오랜 세월을 걸어오면서도 인간이 가지는 욕심과 욕망 같은 것들을 포기하지 못하는 것이 아닐까. 결국에는 신이 아닌 인간이 가지는 오만함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은 아닐까. 그 오만함을 정작 본인은 인식하지 못하는 것이 아닐까, 그에게는 그것이 이미 당연한 것이 되어버렸으니까. 어쩌면 그게 우리를 더욱더 좌절하게 만드는 것은 아닐까!? 그렇게 우리는 더 작아져만 간다.

 

이런 흐름 속에서 더 작아져만 가는 ‘나’를 떠올려보면 가슴이 아파온다. ‘나’ 의 행동이며 생각들에 공감이 특히 많이 간다. 나와 당신, 그리고 우리 대부분의 이야기니까 말이다. 친한 친구가 잘되면 축하해주고 또 실제로 진심으로 좋기도 하지만, 아무리 친한 사이라도 어느 정도는 나와 비교하게 되는 것이 인간의 마음 아닌가!? 저 친구는 잘 되는데 난 뭔가, 자괴감도 들기 시작하고, 계속해서 그 친구를 볼 때마다 그런 생각이 들고, 그러다보면 조금씩 피하고 싶은 마음도 생기고, 그러다가 멀어지기도 하는 선택 아닌 선택을 하게 되는 것이다. 그 와중에도 자신은 그냥 살아가는 수밖에 없다는 사실에 더 가슴 아프지만 말이다. 친구가 있거나 없거나 그냥 살고, 자신이 그리던 꿈을 그 친구가 이루어도 그냥 살고, 그 친구가 죽어도 그냥 살고, 그냥 그렇게 사는 것. 그냥 살다보면 살아지는 것이 우리 보통의 삶이 아닌가. 그래서 더 평범하게 보이고, 때로는 그런 평범함 마저 벗어나 마냥 착하게 누군가에게 순종하며 살아가는 것으로 보이기까지 한다. 그리고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그대로 또 살아갈 수밖에 없어 보이니까 가슴이 더 아플 수밖에 없는 것이고 말이다.

 

‘윤회’를 거듭하는 ‘의령’와 그것을 그냥 바라만 보게되는 ‘나’ 사이에서 ‘윤회’ 그 자체를 생각해본다. 그냥 막연히 다시 태어난다는 그 생각만으로 좋게 보일지 모르겠지만, 윤회 사상은 전생의 업을 가지고 다시 태어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전생을 어떻게 살았느냐에 따라서 그 다음의 생이 결정된다는 것인데, 결국에는 현세를 착하게 잘 살아야 된다는 말이 되는 것이고, 이것은 결국 통치 수단으로 작용할 수도 있게 된다. 너흰 전생을 제대로 살지 못했으니까 이번 생에서는 이렇게밖에 살 수 없는 거야, 그러니 지금 그 자리에서 맡은바 임무나 다 해, 그렇게 착하게 굴면 다음 생에서는 더 훌륭한 인간이 될 거야, 라고. ‘의령’이 던지는 말이 그런 말 같고, ‘나’ 또한 순순히 그렇게 받아들이는 것 같다. 그렇게 살면 삶이 개운해지고, 편해진다고 느껴지니까 말이다. 작가가 소시민의 삶을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하는데, 결국은 소시민들에게 그런 의식을 강요하는 자들과 이미 그런 의식으로 살아가고 자들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은 아닌가 싶다. ‘우리의 인생은 이토록 사소하다’ 며 소설은 끝내지만, 오히려 그렇게 마무리하면서 결코 그렇지 않음을 말하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뭔가 아쉽게 느껴질 수밖에 없는 결론은 그 아쉬운 부분을 독자가 스스로 채워나가라는 말은 아닐까?! 그래서 더 좋은 이야기였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같은 공간에서, 다른 세상을 살아간다고 유난히 더 절실하게 느끼게 되는 요즘. 나는 그저 평범하다, 에서 그칠 것이 아니라 나의 평범함이나 그들의 특별함이나 다를 것이 없는, 결국 우리는 같은 인간인 것이라고 느끼고 생각할 수 있는 시작점에 이 작품이 놓이게 되길 소망해본다.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