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의 눈을 따라 걷는 꿈 속 모험담 공모(비평) 브릿G추천 공모채택

대상작품: 꿈을 걷는 고양이 (작가: 인레, 작품정보)
리뷰어: Ello, 17년 2월, 조회 120

1.

몇 년 전, 몇 년 전이라고 해도 내 기억에 의하면 7~8년 전 쯤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고양이에 관한 콘텐츠가 슬슬 늘어나나 했더니 이제는 어딜 봐도 고양이에 관한 소재와 아이템이 흔해졌다. 그 와중에 또 다시 고양이는 아직도 소비의 대상이 되고 있고 여전히 매력적인 존재이다.

갑작스럽게 고양이 찬양을 왜 시작했냐고 한다면 그것이 이 소설에 손이 간 계기이기 때문이다. 클릭을 부르는 작지만 아주 중요한 힘은 제목에서 나온다고 생각한다. 수 많은 고양이 중에 꿈을 걷는 고양이는 처음보기 때문에 게다가 고양이와 펜팔로 주고 받은 편지를 수기의 형식으로 엮어서 소개만 한다는 점에서 더욱 흥미를 자극했다.

글 속의 고양이가 반복해서 이야기 하듯 인간은 동물과 소통하는 방법을 잊었다. 고양이는 냐옹하고 울고 개는 멍멍하고 짖을 뿐이었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이 고양이의 왕자는 소통하는 방법을 잊은 인간과 함께 살 결심을 한다. 그리고 인간끼리의 소통마저도 잊은 새로운 인간(집의 주인)을 딱히 돕는건 아니지만(츤츤) 그저 내가 변덕이 심한 고양이이기 때문에 궁금해서(츤츤) 꿈 속을 걸어보기로 한다.

절반 쯤은 농담삼아 츤츤거리며 인간의 꿈을 살펴보기로 했다고 하지만 여기서 동기부여가 미약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원래는 밝은 사람인데 갑작스럽게 우울해졌다던지 라는 이 인간을 궁금해하고 고치고자 하는 동기가 단지 호기심 때문이라니. 게다가 꿈 속으로 들어가는 것은 고양이가 설명했던 것처럼 쉬운 것도 아니고 위험이 따르는 일인데 말이다. Part1의 서두는 앞으로도 고양이와의 일을 꾸준히 전하기 위해 지루할 수도 있지만 꼭 소개를 해야하는 부분이라고 이해 가능했다. 하지만 인간을 관찰하는 부분에서도 이렇다할 동기를 찾을 수가 없어서 꿈 속으로 걸어들어 갈 때부터는 고양이의 이유가 아닌 앞으로의 전개가 궁금해서 읽게 됐다.

 

2.

동기에 대한 이야기를 끝냈으니 이제 다시 바싹 말라버린 인간과의 조우에서 한 발 더 나아가 꿈 속을 걷는 고양이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고양이 눈에 비친 세상인데다 그것이 꿈 속이라 그런지 상당히 몽환적이다. 요정이 나오고 숲이 반딧불로 반짝이는 몽환은 아니고 어딘가 을씨년스러운 바람이 불어오는 곳인데 등장인물들이 다채롭다. 감시자이자 문지기인 부엉이부터 시작해서 식충식물인 도어맨, 호텔의 주인인 생선 대가리 등등등

동물들의 특성을 따서 각각의 자리에 배치시킨 점이 흥미로웠는데 그보다 고양이의 관점에서 ‘육식성’이 보이는 것이 더 흥미로웠다. 꿈 속에 들어오기 전부터 느낀 점이었는데 점점 더 확신을 갖게 해주는 장면들이 등장한다. 고양이는 상위포식자에게는 관대하고 정중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거미에게도 그랬고, 부엉이에게도 그랬다. 게다가 도어맨은 식물 중에서도 식충식물의 형상을 하고 있었다. 반대로 아무에게도 해를 끼칠 수 없는 자살한 영혼(지박령이 된)이나 툭하면 기절하는 생선대가리에게는 정중함과는 거리가 먼 행동을 취하는데 더 나아가 이들을 제물 삼는 일 또한 서슴지 않는다. 부엉이와 거래를 할 때도 우연찮게 휘말린 지박령을 제물로 내주겠다거나, 생선대가리를 개미지옥으로 던져넣는 장면은 역시 고양이는 사냥을 하는 육식동물이구나 하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됐다.

이렇게 생선대가리를 물어다 개미지옥에 넣는 순간 개미귀신이 그를 두동강냈는데 그마저도 눈하나 깜빡하지 않는 잔인함과 어차피 이 꿈에 부속품에 불과하다는 합리적인 사고를 가졌음에도 처음 본 인간의 꿈에 들어가 고치려고 했다는 처음의 동기가 역시나 미흡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3.

앞서 말했지만 이 이야기는 앞으로 전개될 많은 이야기의 서두라고 짐작된다. 작가 역시 다양한 이야기를 소개하고 싶다고 했으니. 그렇다면 앞으로 나올 이야기 속에서 고양이의 변덕이 어떤 역할을 하게 될 것인지 조금 더 조용하게 기다려봐도 좋을 것 같다.

거미에 대한 속담이나 동티에 관한 이야기, 지박령에 관한 소소한 지식들이 큰 줄기의 맥락을 해치지 않고 고양이의 성격을 드러내 주는 곁가지로 잘 활용되었다는 점이 매우 좋았다. 과연 고양이 왕자라 할 말한 방대한 지식과 상황에 따른 예의범절이었다.

 

아. 리뷰를 끝내며 한가지 더 바라는 점이 있다면 고양이 이름으로 까치가 마음에 안든다는 점을 주인이 알아차려 줬으면 하는 것이다. 왕자님에게 까치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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