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순간 속에 파고든 공포의 서늘함. 비평

대상작품: 노크, 논 (작가: 00, 작품정보)
리뷰어: 주디, 17년 2월, 조회 101

공포 영화를 볼 때 어디선가 누군가 갑자기 튀어나올 것 같은 압박감이 싫어 공포 영화를 볼 때면 늘 아침이나 낮시간을 이용해 영화를 보곤한다. 이상하게도 밤에 보는 공포 영화는 무섭지도 않은데 보고 나면 잔상이 많이 남아 아무 것도 아닌 일에 놀랄 때가 많다. 겁이 많기도 하거니와 혼자서 영화를 보면 왜그리 무서운지.

 

커다란 브라운관에서 보는 것과 달리 책은 상상력을 자극하는 매체이기에 낯에도 밤에도 끄떡없다. 그래서 시간과 공간에 상관없이 글을 읽고, 이야기에 매료되어 작가가 그려낸 이야기에 슬며시 공포감이 차오르기도 한다. 상상한 것 이상으로 무서운 공포감이 조성되어 손에 땀이 바짝 나기도 하지만 다시, 책을 덮으면 아무렇지도 않은 일상으로 다시 복귀한다. 순간적인 공포감. 책을 펼치면 다시 무수한 무서움이 나를 얽어매지만, 다시 덮으면 호리병 속으로 이야기가 쏙 들어가는 것처럼 무서움도 싹 가셔 버린다.

 

중간중간 무서움을 그렇게 피어올리다, 꺼뜨리다를 반복하지만 읽었던 글이 순간적으로 어느 상황에 생각날 때, 특히 그 글 속의 인물과 같은 상황이 맞닿아 떨어질 때 삶의 순간 속에 파고든 공포의 서늘함은 몇 배 이상으로 크게 다가온다.

 

특히 toll님의 ‘노크’는 짧은 글이지만 순간의 서늘함을 잘 그려냈다. 글을 읽고 나서 무의식 중에 열쇠를 열고 집에 들어가면서 생각난 이 한 편의 단편 때문에 순간적으로 몸이 오싹했다. 다른 곳은 몰라도 집에서는 혼자서도 잘 있었는데, toll님의 글을 읽고 난 뒤에는 왠지 집에 ‘혼자’있는 것이 무서워졌다. 머리를 흔들며 에비, 에비-하며 이야기를 털어냈지만 ‘노크’의 이야기는 단순하면서도 순간적인 무서움을 장악하는 글이다. 지금 당장은 모르겠더라도 순간에 이야기가 머릿속에서 상상이 될 때 더 효과과 만점인 글이 아닐까 싶다.

 

단편 ‘논’ 은 초등학교를 다니는 아이의 시선으로 그린 이야기다. 질퍽이는 논의 특성, 엄마의 말이 곧 아이의 모든 방향을 대변해 주지만 어쩐지 아이는 논 속의 얼굴이 자꾸만 떠오른다. 더욱이 엄마가 씌어준 모자는 바람에 핑그르르 날라가 논 위에 떨어졌다. 아이의 고민이 시작되고, 글의 긴장감은 더 높아진다.

 

두근두근, 긴장감어린 두 편의 단편은 때로 이야기로서 평이하게 읽히지만 읽는 순간 마음에 축척된 이야기들이 다시 내 삶 속에 파고든다. 거짓말인듯 거짓말이 아닌 순간이 다가올 때, 그때 사람들은 그제서야 그 이야기가 진심을 담고 있음을 깨닫게 되는 것을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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