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22화. 현재 나온 부분까지 다 읽었습니다. 솔직히 전 휴대폰이든 컴퓨터든 책 아닌 매체로 소설 보는 것을 굉장히 불편하게 여기는 사람이에요. 이유는 모릅니다. 그런데 그냥 전자매체로 읽는 건 불편하더라고요. 종이책으론 멀쩡하게 읽을 수 있는 글도 턱턱 막힙니다.
하지만 이 글은 그런 걸리는 것 없이 처음부터 끝까지 단번에 독파할 수 있었습니다. 재밌었고, 좋은 웹소설입니다.
정말로 웹소설이라는 게 마음에 들어요. 이야기를 훌륭히 만드는 것과, 그렇게 훌륭하게 만든 이야기를 특정 포맷에 짜넣는 건 다른 기술이잖아요? 웹에서 연재하면 그 포맷에 맞춰야 합니다. 그런데 솔직히 실제로 웹소설들을 보다보면 그런 기본적인 걸 생각치 못한 것 같은 모습을 자주 보이거든요. 하지만 이 작품은 웹소설 포맷에 잘 맞춰져 있습니다.
일단 한 화 분량에 이야기 하나씩 깔끔하게 나눠져 있죠. 그리고 한 화를 읽은 뒤 다음 화가 기대되게끔 적절히 끊어져 있습니다. 그냥 이야기를 쭉 읽을 때도 좋고, 다 읽은 뒤 다음 화를 기다리는 것도 아쉽지 않게, 다음 화를 보면 적당한 수준에서 만족하게끔, 독자들이 계속해서 읽을 수 있도록 잘 썼어요. 아직 완결이 안 난 작품이고, 의뢰를 받아서 읽기 시작한 거지만 저도 이 작품이 후에 연재될 때마다 읽을 것 같아요.
좋은 유머와 괜찮은 인물, 작품 소개-떡밥-핵심 이야기로 이어지는 깔끔한 전개를 가진 좋은 소설이지만 아쉬운 점이 없는 건 아니었습니다. 요컨대,
‘금기’를 주인공이 어기는 장면이 두 번이나 나오고, 꽤나 심각한 것처럼 분위기를 잡고 이야기도 끊어버려서 기대감을 높이고 다음 화를 기대해주세요~ 하더니, 정작 드러난 패널티는 소소해서 거의 패널티가 아닌 것처럼 느껴진다는 것. 그러면 금기조차도 아닌 것 같죠. 어기면 큰일나니까 금기인데. 이러면 독자로썬 좀 사기당한 것 같아요.
이야기의 연결이 잘 안 되는 것도 아쉽습니다. 한 화에 이야기 하나씩 넣는 건 좋지만, 그 이야기들이 잘 연결되지 않고 뚝뚝 끊어지는 것 같아요. 이야기 전체를 관통하는 메인 플롯이라는 게 좀 있어야 한다고 보거든요. 하지만 작품의 주인공의 동기가 그닥 절실하지 않다보니 이야기가 중심축을 잡지 못하고, 그렇다고 깔끔하게 끝나는 에피소드식 구성도 되지 못하고 어정쩡해진 것 같아요.
주인공이 그냥 돈을 벌기 위해서가 아니라 계약에 끌려다닌다던가, 혹은 금기를 어긴 패널티가 생각보다 가혹해서 몇 개의 퀘스트를 깨고 빚을 청산해야 한다던가, 전생과 관련된 주요 동기가 있던가(주인공 전생은 개그에 가까워서 힘들 것 같습니다만) 하는 식으로 이야기의 좀 능동적인 동력이 있었으면 어땠을까 합니다. 지금 주인공은 언젠가 다가올 죽음의 운명이라는 수동적이고, 소극적인 동기를 가지고 있으니까요. 주인공이 무엇을 두려워하고, 무엇을 원하는지 좀 더 써내려갔다면 괜찮았을 것 같은데.
그래도 전반적으로 괜찮게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