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의 화신이라니요. 처음부터 어려운 이야기로 시작하게 됐네요. 40화에 걸친 길고 장황한 이야기 속에서 ‘복수의 화신’은 분명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개인적일 수도, 사회적일 수도 있는, 악인과 그들의 인생 이야기들이었죠. 그런데 한 가지 의아한 점은 그 수 많은 이야기들 가운데 제가 기억하고 있는 이야기가 ‘김혁’의 고아원장 복수 부분이라는 점입니다. 그 이야기가 가장 처음 시작되었음에도 말입니다.
만일 독자 분들이 브릿지를 돌아다니다 ‘복수의 화신’이란 제목의 소설을 발견했다고 생각해봅시다. ‘복수의 화신’이라니요. 저는 이 제목이 상당히 멋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왠지 억울한 일을 당한 이가 벌이는 통쾌한 복수극이 떠올랐습니다. 아마 독자분들도 비슷한 기대로 소설을 접했을 겁니다.
처음 1화를 읽었을 때 마치 복수극처럼 이야기가 흘러갈 것처럼 보였습니다. 저승에서 돌아온 ‘김혁’이란 인물이, 자신을 이승에서 괴롭히던 고아원장에게 복수하는 것으로 이야기가 시작되니까요. 저는 이후 김혁의 활약을 지켜보려 숨을 죽이고 소설을 계속 읽어내려 갔습니다. 하지만 10화가 넘어가고, 20화가 넘어갈 때까지 별다른 일이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혹은 여러 사건이 일어나는 중에 제가 눈치채지 못했을 수도 있습니다.
이 소설은 옴니버스식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처음 하나의 에피소드가 구성된 방식 그대로 이후 에피소드들이 반복되는 형식이지요. 이를테면 첫 에피소드 때 성추행 교사에 대한 이야기가 진행되지요. 어떤 소녀가 괴로운 일을 당하고 있다는 이야기는 저를 굉장히 몰입하도록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에피소드가 마무리 됐을 때, 뭔가 심심하지만 그래도 다음 에피소드가 궁금하게 만들었습니다. 아직 김혁에 대한 이야기도 전혀 나오지 않은 상태였고, 소녀의 이야기가 아직 끝나지 않았을 수도 있을 거란 기대감 때문이었습니다.
다음 에피소드도, 그 다음 에피소드도 읽었습니다. 그런데 왠지 이 전 에피소드의 구성과 동일하단 느낌을 받았습니다. 왜냐하면 이 소설은 옴니버스식 구성의 소설이니까요.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니, 다음 에피소드를 읽기 전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어차피 이것도 이전 것들과 같은 이야기겠지.’
소설은 김혁이 저승사자직을 정식으로 제안 받으며 마무리됩니다. 저는 그때까지 고집스럽게 김혁의 다음 활약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김혁은 저승사자로 돌아다니며, 악인을 구경하고, 가끔 피해자들에게 설교를 하다, 악마에게 설명을 듣습니다. 그것이 옴니버스식으로 구성되어 다음 에피소드에서 반복되지요. 김혁도 어떻게 보면 이기적인 인물인 것 같습니다. 저승에서 돌아오자마자 원장을 때려눕힘으로써 개인적 복수를 완수한 뒤 이승 유람이나 다니니까요.
이 소설은 기묘합니다. 복수의 화신이지만 복수에 대한 이야기는 거의 나오지 않고, 악당이 악행의 대가를 치루는 이야기만 반복해서 나옵니다. 그것도 김혁이 저승으로 악당을 데리고 가면, 악마가 악당의 악행을 설명해면서 ‘이런 벌을 받겠지.’ 정도로 말하고 끝납니다. 그리고 무슨 이유인지 모르겠지만 악당과 직간접적으로 연결된 인물들은 에필로그 부분에서 자수성가한 모습으로 등장합니다. 역시 노력하는 사람한텐 보상이 따르나봅니다.
아직 ‘복수의 화신 2’를 읽진 않았습니다. 저는 처음부터 모아보는 걸 좋아하니 아마 연재가 종료될 쯤 읽게 되겠지요. 복수의 화신 1을 읽은 독자의 입장에서 ‘복수의 화신 2’는 1보다 더 읽을거리 풍성한 이야기였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더 즐거울 수도, 더 흥미있을 수도 있는 이야기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