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순수 독자로서 느낀 주관적인 감상입니다.
우선 이 작품은 내가 브릿G에 와서 처음으로 읽은 장편이었다. 그때는 아직 완결도 안 난 상태였고 지금 완결 난 상태로 보아 절반쯤 진행된 무렵이었다. 엄청 놀라워하면서 읽었던 기억이 있다. 계속 계속 다음 화를 넘기며 숨도 안 쉬고 다음은 어떻게 될까? 다음은? 어? 그러다가 딱 끊겨버렸을 때의 그 미칠 것 같았던 마음은 정말 안 당해본 사람은 모를 것이다. 아흐!!!
하지만 재밌는 연재소설을 따라가는 독자들은 뭐 흔히 경험하는 일이겠다. 난 이런 것이 싫어서 연재중인 작품을 잘 안보는 편인데 어쩌다 첫 화를 클릭해서 그만 마수(?)에 걸려들고 말았다. 오히려 그런 스릴감(?) 같은 걸 좋아해서 연재소설을 기다려가며 읽는다는 분들도 계시다. 아니 많으니까 연재소설이 성행하는 거겠지.
암튼 나로서는 오래 기다렸다. 그때로부터. 최신 연재란에 제목이 떠올라도 애써 외면하며.
그리고 완결이 났다는 소식이 들려 달려와 읽었다. 역시 숨도 안 쉬고 읽어나갔다. 847매면 책으로 치면 한권 좀 넘는 분량의 장편이긴 하지만 단숨에 읽어서 그런지 거의 단편소설을 읽고 난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이게 어떻게 가능한 걸까? 그래서 더 놀라운 소설이다. 그래서 다시 보게 되는 소설이다. 음 내가 이런 종류의 소설을 좋아했던가? 다시 되돌아보기도 하고.
나도 모르게 계속 읽게 되고 끝을 보게 하고야 마는 소설. 이 소설의 최고 장점은 이것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재밌다는 것.
“니가 죽인거야?”
이 짧은 문장에서 소설은 시작된다. 시작부터 세다. 시작 뿐만 아니라 이야기 전반의 사건이 다 세다.
쓰레기봉투 옆에 버려진 여학생 시체, 불을 질러 부모를 살해했다는 악의적 소문 속에서 살아가는 고등학생, 니가 죽였냐고 아무렇지도 않게 묻는 여학생과 그걸 또 아무렇지 않게 대답하는 남학생. 전교 꼴찌와 전교 1등이 얽혀야 하니 이 정도는 해야 됐을까? 시작부터 평범한 이야기는 아니다.
더구나 이야기가 전개될수록 여전히 평범하지 않고 어디서 본 것 같다거나 그런 느낌보다는 계속해서 예상치 못하는 상황들과 맞닦뜨리게 된다.
워낙 이야기들이 넘쳐나는 세상이다 보니 계속되는 궁금증, 계속되는 의외성, 꾸준히 자극받는 것은 ‘보고 들어서 아는 것’과 비례하는 것이긴 해도 결코 흔치 않은 경험이다. 하지만 나는 이 소설에서 꾸준히 궁금했고 의외였고 자극받았다. 단순히 고등학생들의 일탈 정도로만 생각하고 읽었다가 제대로 후려맞은 느낌?
또 나는 장편 소설을 써본 입장에서 이 작가님이 어떻게 계속 이런 사건들을 계속 연결시켜 나가지? 어떻게 계속 이런 상태로 소설을 써나가지? 거의 경탄해가며 소설을 읽었다. 배우들이 작중 인물에 너무 몰입해서 영화가 끝나고도 헤어나오지 못한다는 기사를 종종 보곤 하는데 작가가 자신이 쓰는 작중 인물에게 감정이입이 돼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경험을 나도 한 바가 있어서 말이다. 계속 이런 극한 상황에 몰입 돼 있으려면 쓰는 내내 일샹생활이 가능했으려나 의심스럽기도 할 정도.
최대 단점은 체감상인지 모르지만 너무 짧게 끝났다는 거다.
또 개인적으로 느끼는 단점은 내가 마조히스트가 아니어서 그런지 생생하게 묘사되는 육체적 고통들- 살이 찢기고 뼈가 꺽이고 퉁퉁 부어오른 곳을 짓밟힐 때의 통증, 피맛 등등 – 이런 묘사들이 읽는 게 좀 고통스러울 정도였다는 것. (그만큼 실감나서 놀랍다는 점, 이런 건 실제 경험해보지 않으면 쓰기 어려운 것들 같은데 작가님이 혹시? 음!)
아마 읽다 보면 누구라도 이영 좀 그만 괴롭혀!! 소리치게 되지 않을까? 그럼에도 계속 읽는 건 또 무슨 심리인지…
끝까지 시크한 김세연과 겉보기와 달리 속은 착한 녀석 이영도 매력적이라 저 들이 잘못되지 않기를 바라면서 읽게 되고 또 잘 되기를 바라게 되는 마음 역시 작가님이 잘 마무리 해준 것 같다. 사건은 끝났지만 매력적인 이 둘의 이야기는 이제 시작인 것 같다. 먼 미래에는 탐정사무소 하나 차릴 수도 있으려나? 2편을 기대하게 되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