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속 큰 줄거리는 하품을 할 때마다 입안에서 물고기가 튀어나오는 한 남자의 이야기이다.
입 밖으로 튀어나온 물고기의 축축한 비늘, 동그랗게 치켜뜬 커다란 눈동자, 파닥파닥 날뛰는 물고기의
힘찬 몸부림 등이, 이 모든 장면을 바라보고 있는 또 다른 한 남자의 시선에 의해 보여진다.
독자인 나는, 순간 비일상적인 작품 속 광경에 눈살이 찌푸려진다. 어쩔 수 없는 생리적 반응이다.
하지만 또 다른 한 남자는 익숙한 지 아무렇지 않은 것 같다. 이 남자에겐 이 모든 광경들이 일상적인 것처럼…
오히려 축축한 하품을 하는 남자 본인은 뭔가 개운치 않고 꺼림칙해 하는 듯한 인상을 준다.
이 둘의 관계도 궁금하지만, 입 밖으로 튀어나온 물고기의 운명이 어떻게 될지도 궁금했다. 집안 어딘가에 커다란
수족관이 있는 것은 아닐까? 수초도 심고, 물고기에게 먹이도 주면서 관상용으로 기르는 걸까?
그렇다면 남자는 한 종류의 물고기만을 토해낼까? 아니면 다양한 어종을 토해낼까?
만약 다양한 어종을 토해낸다면 그건 그 자체로도 좀 기묘하긴 하지만 멋진 일이지 않나? 등등….
작품을 읽어가면서 머릿속에선 다양한 추측과 생각들이 오갔다. 마지막 결말이 어떻게 날까? 생각하면서.
아, 그런데 생각지도 못한 결말에 조금 비위가 상해버렸다. 와… 이런 식의 결말은 (충분히 생각할 수도 있었을 법
했을 텐데도…) 난 왜 생각지 못했던 걸까? 짧은 작품이었지만 제목처럼 축축하고 찝찝한 기분을 달랠 길이 없었다.
작가님의 의도가 혹 이런 부분도 없잖아 있었다면 완전 성공!
그러고 보니 난 입 밖으로 튀어나오는 물고기까지는 아니어도 언젠가 한 번 이런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평소 사진 찍는 것을 좋아하는데, 내 눈에 보이는 풍경 그대로~ 카메라에 담고 싶은데 갖고 있는 카메라의
화각이 눈의 화각과 달라서인지.. 영~~ 마음에 안 들 때가 정말 많았다.
그래서 그때 든 생각이 눈을 한 번 깜빡거리면 (즉, 찰칵!) 눈이 본 그대로의 풍경이 입 밖으로 현상되어서
한 장의 사진으로 나오는 그런 상상 말이다. 마치 폴라로이드 사진기처럼.
눈을 동그랗게 뜨고 깜빡한 후에 입을 벌리면 사진이 나오는 거다. ㅋㅋㅋ 이것도 좀 기괴하긴 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