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하면 생각나는 건 뜨거운 태양과 그리고 그 태양을 닮은 꽃, 해바라기가 떠오른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꽃이기도 하다. <울지 않는 해바라기>속 10살 소녀는 집 앞에 피어 있는 해바라기가 항상
한낮의 태양을 바라보는 모습을 궁금해한다. 소녀도 덩달아 태양을 바라보지만, 강렬한 햇살에 눈이 부실뿐이다.
대청마루에서 조각보를 만들고 계시던 할머니에게 소녀는 왜 해바라기가 태양만 바라보는지 물어본다.
그러자 할머니는 어린 손녀에게 그리스 신화 속 태양의 신 아폴론과 아폴론을 짝사랑 한 요정 크리티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신화 속 이야기는 아름답고 신비롭지만, 누군가를 남몰래 짝사랑한다는 건 어딘지 슬프고 쓸쓸하게
느껴진다. 어린 손녀는 신화 속 요정 크리티의 마음을 쉽게 이해할 수가 없다. 마찬가지로 태양을 향한 해바라기의
마음도… 좋아한다고, 당신을 늘 바라보고 있었다고 말하면 될 텐데 왜 말을 하지 못하는 거지? 하늘 위에서 모든 것
을 바라보고 있을 태양도 누군가 자신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 텐데 왜 모르는 거지?
소녀의 천진난만한 마음은 이 모든 상황을 쉽게 이해할 수가 없다. 동네에서 유일하게 대학을 나온 할머니.
소녀에게 있어서 할머니는 세상 모든 것을 다 알고 있을 텐데, 할머니도 그것만은 모르겠다고 하신다.
태양의 마음을, 해바라기의 마음을. 그러다 소녀는 할머니에게 다른 질문을 던진다. 한낮의 태양을 바라볼 수 없는
해바라기가 저녁엔 어떻게 되는지. 그땐… 해바라기가 울고 있을 거라는 할머니의 말에 소녀는 호기심 가득한
동그란 눈을 커다랗게 뜨고 놀라고 만다. “울고 있을거라고!!!!”
그날 저녁 모두가 잠든 뒤, 누군가의 울음소리에 잠에서 깨어난 소녀는 정말로 해바라기가 울고 있는 모습을
보게 된다. 안타까운 마음에 소녀는 손전등을 태양 삼아 해바라기 머리 위로 들어 올려 준다. 소녀의 키는 해바라기
보다 작지만 까치발을 들고서라도 해바라기의 울음이 그치길 바라면서… 점점 팔이 아파지지만 해바라기의 울음이
그치길 바라면서… 소녀의 마음을 해바라기도 알아 주었던 걸까? 정말로 해바라기는 더 이상 울지 않는다.
작품 속 이 장면에 담긴 소녀의 이런 순수한 마음이 너무 예뻐서 가슴이 뭉클해졌다.
그러면서 한편의 동화처럼 이 장면을 따뜻한 느낌의 일러스트로 그려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해보기도 했다. 머릿속으론 그런 아름답고, 따뜻한 장면이 그려지는데… 손이….망손이라…
얼마나 지났을까? 결국 소녀는 작은 오빠의 손에 이끌려 방으로 들어가게 된다. 그날 새벽 소녀는 해바라기가 걱정
되어 다시 대청마루 밖으로 나오게 되는데, 한 장면을 목격하게 된다.
그리고 그날 이후 소녀의 해바라기는 더 이상 밤에 울지 않는 해바라기가 되었다. 스포가 될 수도 있겠지만
마지막 결말은 O. 헨리의 마지막 잎새를 떠올리게 했다. 뜨거운 여름날, 노란 해바라기처럼
아름답고 따뜻한 이야기 한편을 읽게 되어 잠시나마 꿈을 꾸듯 행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