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캐하고 칙칙하고 환상적인 글 공모 공모채택

대상작품: 로트레아몽 백작의 수기 (작가: 시무농, 작품정보)
리뷰어: 제오, 18년 7월, 조회 52

우와,

매캐해요. 칙칙하고.

좋은 의미에서.

 

어쩐지 1970년대 잡지에 실렸을 만한 글 같아요. 문학 잡지와 버스 정류장 가판대에서 파는 얄팍한 이야기 잡지 중간 어디쯤에 있는 그런 잡지. 거칠고 누런 종이에 세로로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글이 써져 있는.

담배 피우는 걸 내연기관의 연소로 비유한 것이 멋집니다. 저 개인적으로 담배를 무척 싫어해서 담배 피우는 행위를 그럴싸하게 비유하는 것조차 거부감이 있습니다만, 이건 멋지네요. 전기차가 나오면서 슬슬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채비를 하는 (아직은 아니지만…) 내연기관 자동차들의 처지와 거의 모든 공간에서 배척받고 있는 담배 피우는 사람(흡연가라고 높여주기는 싫어요)들의 처지가 겹쳐 보이기도 하구요.

주인공을 보는 느낌은 이렇습니다. 알파 수컷이 되지 못한 채 전성기를 지나버린 수컷 짐승. 전성기 전에는 ‘나중에는 내가 뭔가 할 거야’라고 미래 핑계를 댔지만 이제는 그럴 수도 없는. 그래도 아직 뭔가 있어 보이고 싶어서 허세를 놓지 않는. 그래서 사실 별 것 없는 담배 피우는 행위에 대해서까지 뭔가 그럴 듯한 의미를 부여하는. 하지만 언제나처럼 무기력한.

로트레아몽이란 사람(필명이지만)이 있었다는 건 인터넷을 찾아보고야 알았습니다. 어두우면서도 환상적인 산문시집을 하나 냈던 사람이더군요. 이 글과 비슷한 느낌이었을 것 같네요. 이 글이 소설과 시를 섞은 느낌이 든 것도 그런 거였나봅니다. 산문시. 글의 환상적인 (초현실적인?) 결말도 납득이 됩니다.

브릿지에서는 좀처럼 만나기 어려운 분위기를 가진 글이어서 좋았습니다. 제가 브릿지 글들을 아주 많이 읽은 건 아닙니다만. 요즘 세상 기준으로는 보기에 불편할 수 있는 묘사가 있지만, 사전 정보 없이 무작정 읽는 글에서 그 정도를 만날 각오는 해야 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잘 읽었습니다.

 

아, 쟝르라는 게 뭔지에 대해서. 뭐 이런 거 아닐까요, 독자가 읽고 싶은 걸 골라 읽을 수 있게 미리 제공해 주는 대략적인 정보. 또는 글에 억지로 씌워서 자유로운 글쓰기와 감상을 방해하는 철골 구조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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