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 작품을 읽기까지는 몇 가지 경위가 있었습니다. 우선 저는 늘 그랬던 것처럼 브릿G에 들어왔습니다. 자유게시판에 들어와서 글을 몇 개 읽고, 소설을 쓸까 말까 고민하면서 탭을 건너뛰어 네이버 뉴스의 기사를 읽기도 하고, 업무상 메일에 답장도 하였습니다. 만약 네이버 뉴스의 기사 중에서 재미있는 기사가 많았다면, 그게 아니라 업무상 메일이 없었다면 저는 다시 브릿G에 들어오지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제가 그랬다면, 이 작품을 읽는 일도, 그리고 완독한 뒤에 리뷰를 쓰게 되는 일도 없었을 겁니다.
작품으로 돌아와서, 이 단편의 제목은 <오타쿠>입니다만 사실 ‘오타쿠’라는 일반명사는 이제 플라스틱 빨대처럼 너무나 자주 사용되고 (또한 언중에 의해 오용되고) 있기 때문에, 단순히 제목만 보아서는 무슨 이야기가 펼쳐질지 짐작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입니다. 그래서 저는 호기심에 단편을 읽어 보았고, 이 이야기가 누구의 이야기인지, 언제 어디서 펼쳐지고 있는 이야기인지, 그리고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건지 쉽게 알아챌 수 있었습니다. 한 마디로 말하면, <오타쿠>는 한 중학생이 자신의 자아상을 다시 정립하려고 노력하는 이야기입니다.
그 과정에 다소간의 어려움이 따르는 건 사실입니다. 스포일러를 피하기 위해 자세한 묘사를 할 수는 없지만, 이야기의 주인공인 ‘오타쿠’는 신체조건도 그다지 좋지 못하고, 반 내에서는 인기가 없으며 집에 돌아오면 모니터 위에 올라오는 투하트의 ‘아카리쨩’을 바라보면서 자기위안을 하는 존재입니다. 한 가지 의문은 카카오톡을 사용할 정도로 가까운 시점에 거주하는 우리 주인공이, 1997년에 발매된 투하트1를 플레이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아마 짐작해 보자면 작가 분의 나이가 많은 편이거나, 주인공이 일본어를 전혀 할 수 없어서 한글패치된 미연시를 할 수밖에 없었다는 사정이 있지 않을까요.
그렇지만 미연시, 오타쿠는 사실 이야기에서 중요하지 않습니다. 극의 후반부에서, 주인공은 우연한 계기로 영화의 콘티를 그리게 됩니다. “물론 나를 미워하는 일은 차라리 쉬운 일이라는 걸 이제는 안다. 내 머리통을 세게 때리면 되는 일이다.” 라며 스스로의 처지를 비관하는 주인공이 다시 일어나는 모습은, 전형적인 소년의 성장 서사를 닮아 있습니다. 물론 요즘 같은 시대에 소년의 이야기는 별로 인기가 없긴 하지만, 그래서 ‘소재’를 집어넣은 게 아닐까 짐작이 갑니다, 어쨌든 자신의 경험을 픽션이라는 형식을 통해 풀어내는 일이 가지는 문학적인 중요성은 사라지지 않을 겁니다.
그런 의미에서 <오타쿠>는 한번 읽어볼 만한 소설입니다. 우연한 계기이든, 아니면 필연적인 만남이든 상관 없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