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적으적 머리까지 시원해지는 솔의 눈 감상 브릿G추천

대상작품: 솔의눈 뽑아 마시다 자판기에 잡아 먹힌 소년 아직도 학교에 있다 (작가: 이시우, 작품정보)
리뷰어: 시제츠, 18년 6월, 조회 171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고요함은 우리에게 평화를 선물합니다.

오랜만에 그 고요를 맞이한 당신은 이 순간을 즐기기로 마음먹었습니다. 그런데 이게 웬 일인가요. 거슬리는 소리들이 하나둘 등장해 잠시간의 고요를 깨뜨리고 말았습니다.

평소라면 그냥 넘겼겠지만, 우리는 사람이잖아요? 이상하게 예민한 날들도 분명 존재하는 법이죠. 도저히 못 참겠군! 저 거슬리는 소리 좀 어떻게 해 봐! 당신은 속으로 투덜거릴 겁니다. 그리고 일상 속에 숨어있던 소란스러움들을 착실히 발견해 나가겠죠.

물론 약간의 주의력이 필요한 일이에요. 냉장고의 웅웅거리는 소리. 실외기가 탈탈거리며 돌아가는 소리. 다른 방에서 돌리는 헤어드라이어 소리 등, 일상 속에 숨어있던 요 녀석들이 평화를 깨뜨린 범인이니까요.

모 작품에서는 그것을 ‘조용한 소리’ 라고 표현하더군요. 현대인에게 친숙해진 일상속의 소음을 나타낸 표현으로는 최고라고 생각하지만, 저는 예전부터 ‘기계들의 웅성거림’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한 번 가정해 봅시다.

그 기계들 속에 인간을 잡아먹고 싶은 어두운 망령이 깃들었다면 어떻게 될까요?

당신이 쓰는 키보드와 노트북에, 고데기와 헤어 드라이기에, 그리고 불이 켜진 자판기에요. 그 속에 숨은 그 망령들이 시뻘건 아가리를 벌린 채 당신이 걸려들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겁니다.

 

시작이 조금 으스스하죠? 이젠  몇 가지 포인트를 집어 본격적인 리뷰를 시작하겠습니다. 다 쓰고 나니 홍보나 다름없게 되었지만요.

그럼 시작!

 

 

1. 일단, 솔의 눈은 이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음료 중 하나다.

 

맨 처음부터 너무 장난스러운 거 아니냐고요? 오, 결코 아닙니다.

 

– 도대체 세상 어떤 고등학교 1학년생이 솔의눈 따위를 좋아하는지 나로서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노릇이었지만 …..

– 정상적인 기호를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도 좋아 할 수 없는 기괴한 맛의 액체를 담은…..

 

저는 솔의 눈을 향한 이런 모욕적인 서술을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솔의 눈은 다른 음료수보다 (아마도) 당분이 적게 포함되어 있습니다. 인슐린 스파이크에 더 강하다는 소리죠.(GI지수는 안 찾아봤지만요) 게다가 얼음을 씹어먹는 것처럼 머리까지 으적으적 씹히는 시원한 느낌이 든단 말예요. 솔의 눈을 향한 편견을 버려주세요! 너무해!

 

 

2.  가벼움을 잃지 않으면서도 흥미롭게 이어지는 퇴마물

 

주인공인 진이와 석영이가 주고받는 대화들은, 방금 끔찍한 일을 겪었다고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가볍고 코믹합니다. 추후 등장하는 중요 인물과의 대화도 마찬가지고요. 하지만 메인 스토리는 그들의 대화처럼 가볍지는 않습니다. 발달된 문명과 어울리는 요괴의 등장과, 그가 사람을 잡아먹는다는 호러감, 그리고 이를 뒷받침하는 세세한 설정이 눈여겨 볼 만 합니다.

그리고 짠! 상반된 두 가지가 섞여서 적당히 긴장감 있는 소설이 탄생했습니다.

 

 

3. 누구나 학창시절은 있었다. 쉽게 공감할 수 있는 학원물

 

성질 나쁜 학주 선생님과 1년 차이가 엄청 큰 줄 알았던 선후배 문화. 그게 학원물의 묘미 아니겠어요?

 

 

4. 주인공을 돕지만, 동시에 해치려고도 하는 입체적인 캐릭터

 

자판기에 잡아먹힌 이후로 진이에게 도움을 청하러 온 석영이는, 분명히 그의 조력자입니다. 멋진 모습을 자주 보여주는 하연이와 다르게 나사 풀린 역할을 담당하는 인물이죠. 자기의 죽음에 대해서도 깊히 생각하지 않아요. 석영이가 자판기에게 잡혀먹을 때 진이를 원망했다는 서술이 나오지만, 영혼으로 등장했을 땐 그것을 모두 잊은 것처럼 굽니다.

하지만 그의 분노와 원망은 다른 형태를 띈 채로 남아 있었죠.

 

” 개새끼. 혼자만 살아남아서.”

 

석영이는 진이를 친구로서 꽤 좋아해요. 하지만 동시에 원망하기도 합니다. 그게 가능하냐고요? 당연히 가능하죠! 애증이라는 단어가 왜 있겠어요? 그럼 이건 어때요? 어떤 사람이 착한데, 동시에 나쁠 수도 있을까요? 당연히 가능합니다. 저는 착하다는 개념이 상대적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좀 더 간단히 말해서, 어떤 사람이 좋으면서도 서운할 수도 있어요. 사람이란 이렇게 입체적입니다. 석영이도 마찬가지에요.

진이를 해치고 싶어하는 나쁜 석영이와 진이를 돕고 싶어하는 좋은 석영이는 한 사람입니다. 그 두 존재는 분리된 것 같으면서도 동시에 하나에요. 작가님은 그것을 따로 분리해서 보여주셨지만 한 사람이 동시에 품은 감정이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악의와 부정적인 감정들을 숨기는 데 익숙하죠. 사람들과 지내야 하니까요. 그 동안 쌓인 서운함, 원망, 분노, 절망, 우울 등… 동양판타지로 말하면 ‘한’ 이에요. 한을 품은 사람이 죽어서 귀신이 되듯, 현대 사회에서는 그런 어두운 감정들이 기계를 부정타게 만드는 것도 이상하지 않아요.

 

“사람의 피를 먹은 기계식 키보드는 조심해야 해, 헤어드라이어 같은 유형이 일반적이야. 자판기는 나도 처음 보긴 하지만 부정을 탄 기계 자체는 현대 사회에서 매연만큼 흔한 것들이거든.”

“확실히 부정한 기계가 그냥 생길 가능성은 희박하니 네 말대로라면 (스포)의 소행이었을 가능성도 크겠구나.”

물론 기계가 부정을 타는 세세한 설정은 설명하지 않으셨지만요.

 

그리고 저를 잠 못들게 만든 이 문장

“사실 그 때 헤어드라이기 이야기했잖아…요새 기계들이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리지?”

 

 

 

5. 후속작을 기다리게 하는 깔끔한 마무리까지

이것은 소설에서 직접 확인하세요!

 

 

여기까지 보시고 이 소설을 읽지 않는 건 너무한 처사! 무더워지는 여름에 오싹하고 가벼운 소설을 찾으신다면 바로 이것입니다. 얼음을 으적으적  씹으면서 보시면 더 좋아요.

아무튼 즐겁게 잘 봤습니다, 작가님. 재밌는 작품 써 주셔서 감사해요. 앞으로도 건필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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