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이 작곡을 하나? 로봇이 명화를 그릴 줄 알아? 감상

대상작품: 녹차 (작가: 차맛, 작품정보)
리뷰어: Campfire, 18년 6월, 조회 99

예전에 이런 생각을 한 적 있다. ‘우르릉 쾅!’이나 ‘꽈르르릉!’ 등. 천둥소리를 글자로 처음 표현한 사람은 누굴까? 라는 생각이다.

천둥소리 뿐 아니라 자연의 소리건 인공적인 소리건 참 신비한 부분이 많다. 들을 수는 있지만 그걸 표현하기는 정말 어렵다. 이를테면 돼지 울음소리는 ‘꿀꿀’ 이라곤 하지만, 사실 꿀꿀은 아니다. 저건 일종의 기호에 불과하다. ‘돼지 울음소리=꿀꿀’. 비슷한 예로 ‘개 짖는 소리=멍멍, 왈왈’, ‘고양이 우는 소리=야옹, 냐냐, 뮤뮤’, ‘바람이 불어 나뭇잎들이 부딪히는 소리=쏴아아아’ 등이 있다.

하지만 사람들이 이런 단어들을 쓰는 건 학습의 결과물이다. 사실 개 짖는 소리를 멍멍 이라고 배우지 않은 채로 개 짖는 소리를 써보라고 했을 때 멍멍 이라고 쓰는 현대인은 없지 않을까?

 

서문이 길었다만, 요컨데 이 작품은 그런 작품이다. 글자를 읽을 수는 있지만 쓸 수는 없다. 손의 기억이라는 건 무섭다. 나는 오른손잡이다만, 어느날엔가 왼손으로 젓가락질을 해보고 싶어서 도전한 적이 있다. 결과는 실패였다. 왼손의 ‘컨트롤’이 정교하지 못하다는 문제가 아니다. 나는 왼손으로 젓가락을 잡은 순간, 젓가락을 잡는 법 자체를 기억할 수 없었다. 젓가락이 손가락의 어느 부위에 놓여 있어야 하는지, 엄지의 위치는 어디인지, 중지 위의 어느 부분이 젓가락을 지탱하는지, 검지는 어떤 식으로 젓가락의 어느 부분을 움직였는지 등등을 하나도 떠올릴 수 없었다.

이 세상에서 핸드폰이나 컴퓨터 같은 단말기기가 갑자기 사라지면, 이 세상은 문자도 잃어버릴 것이다.

방송을 보기 전에 차를 준비하는 모습이나, 방송 내용, 딸에게 무시당하는 주인공의 초라함, 미래의 장인들에 대한 얘기 등. 일종의 일상물을 보는 듯한 한적한 재미가 있다.

중반부는 단락이 빠르게 넘어가는 부분이 조급하게 느껴지는 터라(꿈 장면 부근), 초반의 집중력이 후반까지 이어졌으면 더 재밌었을 거라 생각한다. 사실 저 부분에 무슨 내용을 더 추가하건 사족이긴 할 것이나, 기술적으로 낭비없이 쓴 부분이어도 감각적으로는 아쉽게 느껴진다.

잘 읽히고 주인공의 심정 묘사가 잘 되어 있다. 결말에서 복선을 회수하는 부분도 꽤 놀랐다.

다만 기술에 대한 진지한 고찰보다는 주인공의 고민만을 다룬 점이 개인적으론 아쉽게도 느껴진다. 잘못된 건 아닌데, SF로서는 피상적이라고 할까.

 

정리하자면,

술술 읽히는 소프트SF.

리뷰 제목은 아이로봇에서 따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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