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가 만든 그늘, 그늘이 만든 그들 감상 브릿G추천

대상작품: 칼날이 향하는 너 (작가: 블루라쿤, 작품정보)
리뷰어: 포그리, 18년 6월, 조회 76

가능한 객관적인 리뷰를 쓰려고 노력합니다.

예, 노력만 가상합니다.

 

 저는 단편에 대해서 잘 모릅니다. 거기에 더해 일반소설에 대해서도 소양이 없습니다. 그래서 걱정이네요. 이게 고작 두번째 리뷰인데 난이도는 폭등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의뢰는 들어왔고, 저는 까라면 까는 성격입니다. 고로 깝니다! 이번엔 블루라쿤님의 작품입니다. 칼날이 향하는 너.

 이번에도 제 리뷰는 세계관, 스토리텔링, 캐릭터, 못다 한 이야기로 나뉘어 진행됩니다. 장르소설, 특히 판타지 소설 비평을 위해 잡은 틀이라 이번 작품에도 잘 맞을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일관성을 위해서라도 일단 쭉 밀고 나가 보렵니다. , 이번만은 비평이 아닌 감상입니다. 제가 이런 류의 글을 비평할 능력도 없다고 생각하고 하고, 비평할 거리도 딱히 찾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저한텐 꽤 좋은 글이었어요.  

 아무튼 잡설 끊고 시작합니다.

 

세계관&캐릭터

 

 이게 올바른 잣대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제가 장르소설, 그중에서도 판타지 소설 덕후다보니 비교를 안 할 수가 없겠네요. 장르소설과는 다르죠. 현실세계는 해석이 필요 없습니다. 독자가 이미 그 속에서 살고 있으니까요. 그러나 캐릭터의 세계는 다릅니다. 사람은 각자의 태생, 삶 그리고 거기서 형성된 가치관을 가지고 있습니다. , 한 캐릭터의아니, 여기서는 등장인물이라는 표현이 더 알맞겠군요. 한 등장인물의 세계는 하나의 세계관이긴 합니다. 그래서 전 이번 리뷰만큼은 세계관과 등장인물을 동시에 다루고자 합니다.

 다시 제 관점에서 비교해볼게요. 장르소설과 일반소설에서, 등장인물의 차이는 무엇일까요? 많은 의견이 나올 수야 있겠지만, 제가 생각하는 건 시대와의 관계입니다. 아시다시피 장르소설 캐릭터는 전형성을 벗어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상식을 뛰어넘어, 상식 외의 세계에서 상식 외의 짓을 벌이죠. 그런 독창성에서 장르소설 독자는 희열을 느낍니다. 현실에서 벗어나는 꿈을 꾸는 거지요.

 반면 일반소설의 등장인물은 대체로 전형적입니다. 우리네 일상에서 흔히 볼 법한 평범한 사람이, 평범한 세상에 있죠. 물론 이 등장인물도 상식 외의 행동을 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장르소설의 캐릭터가 하는 것만큼 독창적이지는 못합니다. 현실에 그런 사람은 거의 존재하지 않으니까요.

 전 바로 왜, 라는 질문을 던져봤습니다. 그리고 거기에 시대라는 답을 내놓았습니다.

 장르소설의 캐릭터는 으레 시대를 뛰어넘습니다. 부조리한 시대에 무리할 정도로 맞서고, 패배하는 경우도 많지만 대개 승리합니다. 장르소설에서 시대, 더 나아가 세계관은 주인공을 띄워주기 위한 발판에 지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시대의 억압은 성장의 발판이나, 플롯 일부로 기능할 뿐이죠. (당연하지만 이런 경우가 많다는 거지 좋다는 게 아닙니다. 요즘 판타지가 왜 양판소라며 까이겠습니까.)

 하지만 일반소설에서의 등장인물들은 철저히 시대의 영향을 받습니다. 평범한 우리들처럼. 부모, 정치, 경제 등에 의해 각자의 세계가 형성돼죠. 장르소설 캐릭터는 시대를 만들지만, 일반소설 등장인물은 시대에 의해 만들어집니다.

 

 블루라쿤님의 소설, ‘칼날이 향하는 너는 이런 이유로 일반소설에 가깝습니다. 작중 인물들은 시대가 빚어낸 지극히 현실적인 인간상이죠. 제가 이 작품을 보면서 고개를 끄덕인 것은, 이런 인물과 시대의 관계가 설득력 있게 그려진 점입니다. 주인공의 법전, 만년필, 교복. 아버지의 멋쟁이 양복. 안경잡이의 얼룩무늬 군복. 그리고 작중 분위기를 그대로 관통하는 재판. 이런 세세한 디테일들이 많은 묘사 없이도 인물의 성격과 세계를 그대로 그려냅니다. 많은 장르소설 작가가 무시하거나, 혹은 아예 생각도 못 하는 디테일이죠. 라쿤님이 판타지소설도 쓰실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만약 그렇게 된다면 꼭 한번 보고 싶네요.  

 

스토리텔링

 

 짧은 분량임에도 과거와 현재를 쉴 새 없이 오고 갑니다. 그럼에도 따라가는 게 어렵지 않았습니다. 아마 작중 공간이 교실, 아이의 방, 재판장 등으로 명확히 구분되고 명시되어서 가능했던 것 같습니다. 딱히 걸리는 게 없어서 코멘트할 것도 없군요. 애초에 제가 단편을 잘 모르기도 하고

 

못다 한 이야기

 

 아쉬운 점이 아예 없는 건 아닙니다. 예를 들어 작중 시대배경이 명확하지 않았습니다. 중반부에 아버지가 보여주는 PTSD 증세를 보면 5.18이 벌어진 시대인 것 같긴 합니다. 하지만 그래도 데모씬 정도에 시대를 짐작할 수 있는 암시가 있으면 어떨까 합니다. 같은 데모라도 4.195.18이냐 6월 항쟁이냐에 따라 분위기가 훅훅 바뀌니까요.

 

 독서량이 적은 편인 제가, 취향이 아닌 일반소설을 앉은 자리에서 쭉 읽었습니다. 하지만 철저히 장르소설 독자 관점에서, 이게 팔릴까? 라고 묻는다면 고개를 갸웃하겠습니다. 이 작품, 굉장하다! 라고 외칠만한 개성이나 전율을 못 느꼈거든요. 최소한 저를 끓게 만들진 못했습니다.

 두 번째 리뷰고, 제 분야도 아닙니다. 그래서인지 이번에도 수필 같은 막글이 됐네요. 에이, 그래도 하다 보면 늘겠죠. 변명은 이제 그만! 그리고 저도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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