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아직 어린이니까요 감상 브릿G추천

대상작품: 용과 도서관과 어린이날 (작가: 키르난, 작품정보)
리뷰어: 리체르카, 18년 6월, 조회 101

이 글이 귀여운 글인 동시에 어른스러운 느낌을 물씬 풍기는 까닭은 주요 인물로 비추어지는 것이 사람은 아니지만, 어린이와 마찬가지의 외형을 가졌고, 동시에 경험도 부족해 어린이로 생각하기 적당한 인물이라서가 아닐까 해요. 아니, 인물이라고 하는 말은 조금 부적절할지도 모릅니다. 용물이요? 생물이라고 생각해봅시다.

아무튼, 라이너스는 용입니다. 스포 처리하지 않아도 괜찮게 첫 문장에 등장하는 이야기에요. 인간과 용, 장수종 등의 언급이 잠시 지나갑니다. 작가님 세계관 속 거대한 이야기 중 일부를 보여주셨다는 느낌을 받아요. 다루어질 거대한 이야기도 궁금해지는 자연스러운 세계지요.

용들은 인간보다는 신체적으로 발달했지만, 어린이들이 즐기고 어울리는 활동들을 함께하며 동심을 보입니다. 나름의 어린 개체로서 적합한 행동이고, 손재주가 좋을 뿐인 어린이같다는 느낌도 받았어요. 그러나 구연동화에서 이입하는 대상이 다르지요. 최근에 종종 회자되곤 하는 이야기들을 생각했답니다. 여자아이들은 이입할 대상으로 같은 여자 롤모델을 찾기 어렵다는 이야기가 영화 및 컨텐츠 시장을 향유하는 분들 사이에서 심심찮게 나왔었거든요.

주인공과 자신을 동일시하는 과정에 있어선 같은 성별이란 점도 크게 작용할 텐데, 더욱이 같은 ‘타 종족’이면 그 영향력이 더 크겠구나 깨달았어요. 인간 위주의 동화 속에서 라이너스는 호랑이에게 동정심을 품고 맙니다. 아직 어린이인 라이너스 역시도 다른 어린이들처럼 동심을 보호받아야 할 대상이잖아요.

유능하고 훌륭한 보모인 하인리히와 곧 애 아빠가 된다는 에밀린의 대화 속에서 앞선 이야기들과 마찬가지로 더 큰 이야기들이 궁금해졌답니다. 아마도 라이너스는 조만간에 호랑이님을 만나뵈러 가겠지요! 보여주지 않으신 이야기 속에서 펼쳐질 더 넓고 깊은 이야기가 궁금해지는 외전 격 동화 느낌이었답니다.

참, 중간에

 

팥죽 할멈과 호랑이가 나쁘다는 건 아닌데, 5월에 12월 동화를 들려주는 건 너무 이르지 않나요

다 이유가 있어. 다 읽으면 알 거야.

 

이 부분의 대화는 화자와 청자가 미묘한 느낌이어요. 라이너스가 에밀린에게 적어 보여준 것이 첫 문장이면 에밀린이 이유가 있다고 말한 까닭은 무엇일지. 저 이유가 있다는 말을 하인리히가 하고는 자연스럽게 호랑이를 보러 가자고 유도했다면 좀 더 자연스럽지 않을지 생각했답니다. 표현의 차이일지도 모르겠지만, 이유가 있다고 여유 있게 대답했던 에밀린이 당황하는 모습을 보여주니 앞뒤가 맞지 않는 느낌도 있었어요.

사실 모든 보호자는 자신이 아이를 제어할 수 있다고 생각하니까, 그런 식으로 생각해보면 이 자신감이 영 틀린 것도 아니겠다는 뒤늦은 깨달음도 있습니다. 어린이지만 용이니까 좀 더 성숙하게 동화를 받아들이고 해석할 거라고 생각했을 지도 모르겠고요.

이런 많은 추측들은 작가님의 이야기 속에서 보여지는 인물들의 새로운 모습과 행동으로 맞거나 틀리거나 하겠지요. 다른 글을 올리지 않으신 상태라, 지금은 말을 줄이며 얌전히 기다리도록 하겠습니다.

용과 호랑이와 또 다른 장생종들의 이야기가 궁금해지네요.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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