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을 읽는 내내 <모든 책이 있는 서점>속 서점의 모습을 상상하며 읽었다. 읽고 있는데 나도 모르게
입가에 웃음이 걸리는 거다. 아… 이런 곳이 실제로 존재한다면 나도 꼭 한 번 방문해보고 싶다라는 생각.
그 규모는 얼마나 클 것이며, 전설 속에나 등장하는 고서들, 금서들, 절판된 책들, 희귀판본들 등등등…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이런 장소를 꿈꾸진 않을까. 작품을 읽으면서도 참 기분이 좋았다.
지금 내 방에도 책들이 꽤 많이 꽂혀있다. 책장이 무려 6개나 있고, 앞뒤 이중으로 책들이 꽂혀있다. 이뿐이랴…
다용도실로 사용하는 팬트리에도 다른 물건들 대신 책들이 빼곡히 꽂혀있다. 솔직히 말하면 다 읽지도 못하고
사놓은 책들이 대부분이다. 한편으론 내가 죽기전까지 이 많은 책들을 과연 다 읽을 수나 있을까?
막연하게 다 읽을 수 있지 뭐…했는데. 내 평소 독서량과 패턴등을 분석해주는 인터넷 서점의 기록을 통해
알아 본 결과 (얼마간의 오차는 있겠지만) 최대 80세까지 OOO님은 800권의 책을 읽으실 수 있습니다라는
기록이 나왔다. 그 기록을 보는 순간 어찌나 당황스럽던지…뭐야? 겨우 800권?
세상에 얼마나 책이 많은데! 아직 내가 접하지 못한 재미있는 이야기들로 넘쳐나는 책들이 지금 이 순간에도
엄청나게 쏟아져 나오는데! 지금부터 내 평생 천 권도 못되는 책을 읽고 죽는다는 거잖아…그런 생각을 하니
어찌나 허탈하던지. 그래서 죽는 것이 슬펐다. 세상 모든 재미있는 책들을 읽지 못하고 죽어야 한다는 것이.
인간의 삶의 유한하다는 것이 정말 너무너무 슬펐다. 정말 저런 곳이 있다면 다음 후계자는 내가 되고 싶다.
(물론 감내해야 할 것들도 있겠지. 조금 무섭기도 할 것 같다. 후계자까진 아니더라도 이런 곳이 있다면
정말 가보고 싶다!)
마지막으로 내 마음을 어느 정도 대변해주는 내용의 책 구절이 생각나 몇자 적어본다.
예전에 읽었던 온다 리쿠의 <삼월은 붉은 구렁을>이라는 책의 내용이다. 일부를 발췌해 옮겨본다.
“무엇보다도 우리는 우리가 책을 좀 읽는다고 자만하는지도 모르지만, 사실 이것도 터무니없는 환상이에요.
인간이 한평생 읽을 수 있는 책은 그야말로 빙산의 일각이거든요. 서점에 가면 아주 잘 알 수 있어요.
나는 서점에 갈 때마다 내가 읽지 못한 책이 이렇게나 많다니, 하고 늘 절망합니다. 내가 읽지 못하는,
천문학적인 수효의 책들 중에 내가 모르는 재미가 넘치는 책이 수없이 많다고 생각하면
그렇게 삼란할 수가 없어요.” <온다 리쿠 – 삼월은 붉은 구렁을 58page 발췌>
ps : 이 글을 읽고 어찌나 공감했던지! 그런데 여기 서점주인이 되면 다 해결되는 거잖아! 후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