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는 사람들이 종종 착각하는 게 있는데, 소설이 ‘허구’의 이야기라는 점입니다. 정확히는 소설이 사실을 바탕으로 세워진 허구의 이야기라는 점이죠. 소설은 허구의 이야기지만 그 이야기를 지탱하는 것은 사실적인 부분입니다. 하나부터 열까지 거짓부렁일 뿐이라면 아무도 믿지 않지만, 군데군데 사실을 끼워넣으면 어느정도 거짓이 섞여있어도 사람들은 믿기 시작하죠.
작가는 이 작품을 읽기 전에 ‘Sergent Smith’라는 작품을 읽는다면 더 재미있게 이 작품을 즐길 수 있을거라 말합니다. 그래서 좀 읽어보았습니다. 그리고 그 작품과 이 작품을 읽은 저는 몇가지 생각이 떠오르더군요. 그 생각 혹은 추측이 다 옳지도 않을테지만 좀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작가는 이야기밖에 없습니다. 작가는 하고 싶은 말이 있지만 그것뿐입니다. 그 이야기를 어떻게 뒷받침 해줘야 할지 고민하지 않은 듯합니다. 이야기의 배경은 전쟁인데 그 자체만으로는 어느 시대의 어느 전쟁인지 명확하지가 않습니다. 아마 2차 대전이겠지만 확실하지 않습니다. 작품의 시대적 배경을 추측하기에 이 작품속에서 등장하는 요소들은 너무 잡다합니다. 1차 대전 이후로 사용되지 않은 게 나오니까 1차대전인 거 같기도 한데, 2차 대전 중후반에 등장하는 물건이 나오는 걸 보면 또 2차대전인 거 같기도 합니다. 1차대전 30과 2차대전 70을 섞어놓은 가상의 전쟁인 것 같기도 하고요. 일단 노르웨이가 독일에 먹힌 건 2차대전이니까 크게 2차대전으로 퉁치기로 했습니다. 물론 2차대전이라고 정해놓고 읽기 시작해도 이상한 점은 많습니다. 제 기억이 맞다면 전투병과로 2차대전에 참전해 유럽으로 보내진 미군 여성 하사관은 존재하지 않거든요.
자잘한 것들만 비현실적이고, 나머지는 충분히 현실적이었다면 또 모르겠습니다. 문제는 이 작품의 서사 자체도 문제가 많습니다. 작가가 자신의 이야기를 하기 위해 서사를 의도적으로 끌고갑니다. 대부분의 상황이 자연스럽지 않고, 그래서 읽으면서도 도대체 이게 뭔가 싶을 때가 많았습니다. 꿈 이야기로 앞뒤를 맞추는 것도 너무 작위적이었고요.
어쨌든 작가는 허구의 이야기를 만들어 독자로 하여금 그게 사실인 양 믿게 해야 합니다. 쉬운 일은 분명 아니죠. 그렇지만 노력할 가치가 있는 일입니다. 만들어낸 이야기를 사실에 준하게 받아들이는 독자를 보면 정말 기분이 좋거든요. 독자를 속이려면 이야기의 힘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이야기를 받쳐줄 수 있는 게 무엇일까 고민하시면 더욱 좋은 글을 쓰실 수 있을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