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쾌한 회의주의, 질서적이고 체계적인 개소리에 대해서 의뢰(비평) 브릿G추천

대상작품: 2야기 : 페이크 뉴스가 인류를 멸망시키는 날 (작가: 윤여경, 작품정보)
리뷰어: 나호, 17년 2월, 조회 96

환상통에 대해서 얘기해보죠.

‘사지절단으로 인해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부위에서 통증을 느끼는 것.’ 일반적으로 이렇게 정의되고 있습니다. 이 글에서 인류는 환상통으로 멸망합니다. 정말로요. 가상현실과 밀접하게 연결된 미래의 인류는 있지도 않은 혜성과의 충돌로 인한 충격으로 모두 뇌사합니다(극히 일부를 제외하고는요.).

화자인 드라코렉스 ‘D’는 인류가 어떻게 멸망을 향해가는지, 그 과정을 담담하고 유쾌하게 서술합니다.

아주 오래 전, 대략 삼백만년 전 쯤에 지상의 모든 생물들은(무생물을 포함한.) 왜곡되지 않고, 살이 덧붙혀지지 않은 본질적인 ‘1야기’로만 정보를 나누었습니다. 다만 인간은 그렇지 못했죠. 진화과정에서 ‘직립’을 선택한 인류는 여러 유용한 정보를 수신해주는 원시주파수와 단절되었습니다. 그렇기에 ‘1야기’에서 정보를 취사선택 혹은 왜곡해 받아들여 ‘2야기’로만 대화할 수 있게 되었죠. 심지어 이루 말할 수 없이 해로운 농약을 친 퓨전품종 과일인 ‘사과’를 섭취함으로써 멍청해지기까지. 첫과 둘, 아담과 하와. 창세기와 플라톤의 이데아가 생각나는 부분입니다.

작가는 일련의 이야기를 통해서 우리에게 이렇게 묻는 듯 합니다.

“만약  우리가 딛고 있는 현실이 사실 서 있는 것만으로도 발이 푹푹 빠지는 늪이라면 어떨까?”

1야기와 2야기로 제시하는 새로운 관점은 편집증적이고, 회의주의적이지만 유쾌합니다. 그런 점이 저도 모르게 동의를 표하게 만들죠. 본질을 직시할 수 있는 그들의 눈에는, 우리는 어쩌면 불쌍하고 덜떨어진 동물들로 보일지도 모릅니다. 씁쓸하죠. 거짓과 왜곡으로만 소통할 수 있는 생물이라니.

다행히 작가는 마지막에 약간의 여지를 남깁니다. 진부한 감이 없지 않아 있지만, 그런 싸구려 믿음도 나오지 않는 이야기라면 그건 너무 슬픈 일이겠죠.

전체적으로 쉽고 단숨에 읽을 수 있는 괜찮은 글이었습니다. 저 같은 놈에게 리뷰의뢰를 주신 작가님에게 감사하단 말씀 드립니다.

마지막으로 하늘 위, 우주 어딘가에서 우릴 내려다보고 있을 고등종족을 생각하면서 끝을 내보죠. 그들의 눈에 비춰진 질서적이고 체계적인 개소리를 나누는 우리를 상상하면서요.

…정말로 어쩌면요.

 

지루한 리뷰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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