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시간에 걸쳐 털어놓는 느낌있는 독백 비평

대상작품: 나무, 꽃을 버리다 (작가: 김재찬, 작품정보)
리뷰어: bridge, 18년 5월, 조회 34

근래, 아니 요 몇년간은 장르라는 것에 아주 얽혀 있었다

보통 영화든 책이든 혹은 웹상의 글이든, 무언가를 보거나 읽거나 흥미를 갖기 전 가장 먼저 따지는 요소 중 하나가 ‘장르’였고 그런 하루하루가 쌓이다 보니 자연스레 편식쟁이가 된 듯 느끼곤 했다

컨텐츠를 택하는 데 있어 나름의 개인적인 입맛이 강하게 작용한다는 것- 나쁠 것이야 없겠지만 가끔 어릴 적 내가 적용하던 규칙을 떠올리니 나도 꽤 변했구나, 그런 생각이 든다

당시엔 그저, 정말로 그저 손에 집히면 일단 읽곤 했다

아무래도 나이에 제한이 있고 지금처럼 내가 고른 책들을 책장에 꽂아두는 입장이 아니었다 보니 어느 정도 읽기의 범주가 한정적일 수 밖에 없었는데, 생각해보면 그럼에도 당시에 참 다양한 글을 읽었던 것 같다

학업에 관련한 책도, 특정한 장르소설도 좋아했고 교과서에 짧둥하니 실려있던 글들도 너무나 좋아했다

요즘 서점에서 ‘장르소설’로 분류하지 않는 그런 이야기도 흥미롭게 읽었던 기억이 여전하다

 

<나무, 꽃을 버리다>는 어딘가 모르게 어린 시절 읽던 책들을 떠올리게 하는 구석이 있는 글이었다

안정적인 문장력으로부터 전해지는 심리적 만족감이 가장 먼저 혀 끝에 닿는다

마치 머릿속에 쫘악, 고속도로를 깔기라도 한 듯 술술, 단어와 단어의 바람직한 조합이 유려하게 문단과 문단을 채워간다

아내를 잃어놓곤, 정확히는 자살한 아내를 두고 무뚝뚝하게 속내를 읊어대는 초반부의 ‘나’를 보며 ‘평범한 아재치고 너무 말을 잘하는 게 아닌가’ 싶더라니 아니나다를까 ‘나’의 직업이 소개되는 부분에서는 고개를 끄덕였다

 

<나무, 꽃을 버리다>는 아내의 자살, 불륜과 같은 요소가 자연스레 녹아 있으나 전개나 흐름이 근래 유행하는 장르소설의 그것처럼 자극적인 편은 아니다

그럼에도 이야기를 끌어가는 그 담담한 말투에 힘이 있다

리듬감이 있고 다듬어놓은 모양새가 좋아 편식이고 자시고 할 것 없이 그냥 재미삼아 주욱 읽게 되는 글이다

아직 완결이 나지 않았으니, 마음놓고 천천히 따라가는 것만 남았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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