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이야기는 자신이 인생의 향방을 좌우할 선택을 내렸음을 인식하지도 못하는 사이에 삶의 목적지와 여정까지 결정지어 버려 단조롭고 색채 없는 길을 맹목적으로 따라 걸어야만 하는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다.
흔한 모험담이었다면 단선의 길에서 이탈하여 모험을 즐기거나, 끝내 길로 돌아오지 못하는 사건들을 다루었겠지만, 이 이야기는 오히려 여로를 걷는 개인들의 시선과 감정 그리고 정념의 공유에 초점을 두고 있다.
도입부와 결말 부의 2인칭 서술 대구와 해학적인 동시에 위악적인 코미디인 두 번째 챕터, 주 악상의 대안 변주와도 같은 환상을 다룬 세 번째 챕터의 구성 같은 것들이 기묘할 정도로 교향곡을 연상시키는 점이 매우 독특하다.
모든 좋은 교향곡, 그리고 좋은 이야기들이 마땅히 그러해야 하듯이 선언적이고 대담한 제시부를 지나쳐 격렬한 리듬의 불협화음을 다루는 스케르초를 거쳐 방만한 환상곡으로 흘러가던 이야기는 다시 한번 제시부의 핵심 악상으로 수렴된다.
여정을 따라가는 과정 자체가 근래의 넘쳐나는 복약 지시문과 가정통신문 사이 어디께에 위치한 수많은 웅변적인 이야기들보다 더 큰 울림을 전해준다는데서 이런 구성의 강점은 더욱 명확해진다.
각 장의 미묘하게 변용되는 서술 톤이나, 예의 인칭 변환 같은 능숙하면서도 섬세한 솜씨에 의해 구성의 강점이 더욱 증강된다는 것 또한 감탄스러운 지점이 될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글을 쓰는 또는 써본 입장에서 느낀 감상과 독자로서 느끼는 감상이 매우 상이하면서도 동시에 만족스러운 글이었다.
좋은 이야기, 특히나 좋은 단편이란 작가의 열변을 수용하는 것이 아닌 이야기를 즐기는 과정에서 따라오게 되는 질문들, 받아들이는 이마다 상이할것임이 분명한, 에 자신만의 해답을 내가는 과정이라 생각하는 독자들이라면 꼭 한번 즐겨보기를 권하고 싶은 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