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3,2,1. 쾅! 공모 공모채택

대상작품: 웃겨봐요, 울어줄 테니. (작가: 이시우, 작품정보)
리뷰어: 후안, 18년 4월, 조회 159

매우 강력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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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계리 판타지아로 유명한 montesur 작가님의 만우절 괴담인 이 작품은, 실은 괴담의 틀을 쓴 일종의 호러 스릴러입니다. 왜 스릴러냐고요? 제가 제목에 표현했다시피, 절묘한 호흡 조절을 보여주거든요. 5,4,3,2,1, 쾅!

영화에서 보면 폭탄을 제거하거나, 로켓이 발사되거나, 기타 긴장을 최대치로 끌어올리기 위한 표현으로 종종 제목처럼 카운트가 진행되는 방법을 쓰죠. 뭐 우리 실생활에도 많이 쓰이잖아요? 게임에서도 대답까지 제한 된 시간이 주어지면, 당사자는 끝이 다가올수록 긴장이 높아지고 호흡이 가빠집니다.

 

아주 흔한 설정인, 애들이 모여 무서운 이야기를 한다는 시작은 평범합니다. 옹기종기 모여 떨을 나눠 피는 애들은, 가장 무서운 이야기를 한 승자에게 주어지는 어마 무시한 상품을 얻기 위해, 본격적으로 괴담들을 늘어놓기 시작합니다. 혁수의 첫 이야기는 형편없고, 모두는 실망하죠. 자, 이제 카운트가 시작 된 거에요. 5.

다음 주자인 철현의 이야기부터 슬슬 조금씩, 무서워지기 시작하고 작품 속 등장인물들의 반응도 그렇습니다. 4.

주인공이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풀기 시작하며, 킬킬 거리며 무덤덤 바라보던 독자도 같이 빨려 들어갑니다. 주인공은 두 개의 이야기를 준비했는데, 한 단락을 바쳐 표현하며 제대로 된 괴담을 선보입니다. 3.

주인공의 결정적인 비장의 무기였던 두 번째 이야기는, 바로 지금 모두가 모인 이 공간에 대한 괴담입니다! 최고로 무섭겠죠! 승자는 주인공이라 거의 확신합니다. 2.

그런데, 아까부터 계속 이름이 기억 안 나는 여자애가, 자신의 차례라며 분위기를 바꿔요. 처음부터 주어지는 복선으로, 독자는 이 여자애를 계속 주시하고 있는데, 마지막에 나서니까 긴장감이 최대치로 올라가는 거 에요. 1.

 

이제 터질 일만 남았네요. 하지만, 작가님은 열린 결말로 끝내죠. 쾅하고 터지는 걸 보여주지는 않아요.

 

그렇지만, 우리는 어떤 일이 벌어질지 추측할 수 있어요.

왜냐면, 터지기 직전에 여자애가 평범한 존재가 아니라는 걸 굵고 짧게 스치듯, 세 장면으로 보여주거든요.

 

본문중에서

 

“음. 그전에 나 화장실 좀.”

“거기 안 가는 게 좋을 텐데?”

“왜?”

“이런 이야기에서 혼자만 화장실 가는 사람은 꼭 안 좋은 일 겪더라고. 귀신을 보거나.”

 

“야야! 걱정 마 내가 부적도 챙겨 왔거든? 그거 품에 지니고 가. 그럼 될 거야.”

“그거 아까 내가 다 치워 버렸어. 하나씩 다 찢어서 쥐 떼 한테 나눠 줬어.”

 

“에이. 갑자기 이상한 농담하고 그래. 야 그럼 이거 가져가라. 염주도 가져왔다.”

“그것도 소용없어. 아까 내가 염주 알 개수를 바꾸어 놨거든.”

 

“십자가 이건……”

“예수상이 얼굴 말고 뒤통수가 보이지?”

 

점차 고조되는 긴장감과, 마지막 직전 보여주는 이 장면들에서, 강한 충격을 받게 됩니다. 그래서 제가 호러 스릴러로 칭하는 이유입니다.

무서운 이야기만 들려주는 게 아니라, 무서운 이야기를 소재로 해서, 긴장을 서서히 고조시키고, 스릴감을 줍니다.

 

훌륭한 작품입니다. 뭘 조율해야 할지 잘 알거든요. 스포일러가 다수지만, 이야기 자체의 내용들은 공개 하지 않았으니 곡 읽어 보시기 바랍니다. 들려주는 괴담의 완성도도 좋거든요. 순차적으로 무서워지는 괴담들과, 덩달아 올라가는 긴장감, 그러니까 스릴감이 아주 좋아요.

폭파 직전 전환하며 끝내는 마무리도 좋고요.

 

근래 들어 읽은 작가님 작품 중 가장 좋았습니다. 앞으로도 훌륭한 작품 부탁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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