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나라의 여행기. 공모 브릿G추천

대상작품: 차원 도깨비의 세 수수께끼 (작가: 유권조, 작품정보)
리뷰어: 루주아, 18년 3월, 조회 69

이 수수깨끼를 읽다 보니 예전에 여행한 나라에 대한 추억이 떠오르네요. 돈을 쓰기만 해서 그랬을지, 시간이 지나 미화되어서 그랬는진 모르겠지만 제 생애에서 손꼽히는 일주일이었어요.

그 나라는 매우 작고 외딴 나라였어요. 서울보다는 크지만 경기도보단 작은 그정도 수준이었을 거에요. 제가 간 도시의 특산물은 ‘왕실’ 이었답니다. 예. 관광 도시였어요. 중세 왕실- 고딕과 빅토리아와 로코코 양식을 대충 짬뽕한 그런게 아니라 정말로 격조 있고 우아하면서도 모던한, 계속해서 살아있는 왕실 그 자체였죠. 좋은 구경거리였어요.

제가 그 나라에 간 이유는 ‘즉위식’ 때문이었어요. 살아있는 왕실 이라고 했지만 즉위식 만큼은 17세기 그 왕국이 독립했을 당시의 전통을 그대로 재현해 성대하고 화려한 행사가 계속된다 들었거든요. 물론 가장 가까운 곳은 돈으로 제가 이 행사에 꼭 필요한 사람이란걸 입증해야 갈 수 있었으니, 저는 적당히 부조하고 적당한 곳에 자리잡았죠. 옆에 BnB사장님이 앉아 계시더라고요. 이번이 인생에서 두번째 즉위식이라고 즐거워 하셨어요.

성대한 즉위식이었어요. 표현력이 짧은게 아쉽네요. 성대하단 말 말고 다른 표현을 쓰고 싶은데 그거 말고는 딱히 할 말이 없어요. 가슴부터 무릎까지는 내려올 정도로 훈장들이 수놓아진 원로원들의 행진이나, 각 마을을 상징하는 조각상들의 퍼래이드가 차량도 아니고 말로 진행된점이나 하나 하나가 경이로웠죠. 특히 정각이 되자 교회의 종탑에서 사람이 튀어나와 식순을 알린건 잊지 못할 거에요. 평소에는 뻐꾹이가 튀어나오던 장소였거든요.

각 마을을 상징하는 조각상들이 새롭게 즉위하는 왕 옆으로 도열하고 긴긴 내빈 소개가 이어졌죠. prince가 실제론 왕의 아들이 아니라 작위라는거 다들 알고 계시죠? 그래서인지 다들 프린스 라고 말하더라고요. 머릿속으로 아까의 장관이었던 퍼레이드를 7번쯤 다시 되새김질 할 때쯤 귓가에 King~ 이라는 말이 들려오더라고요. 새 왕이 일어서고, 모든 관람객들이 기립해 박수를 쳤죠. 장관이었어요. 그때 조각상들이 열리지 않았더라면 더더욱 장관이었을 거에요.

조각상이 열리더라고요. 저는 그게 기획된 쇼인줄 알았어요. 하지만 그 안에서는 무장한 사람들이 튀어나왔고, 바로 왕을 붙잡았죠. 그리고 두 왕자는 무장된 사람 곁으로 가더라고요. 한참 동안이나 소란스러운 그때 장내 아나운서를 밀치고 조각상에서 나온 사람이 성명서를 읽기 시작했어요. 그 어휘 하나 하나는 기억나지 않지만 그 문장은 아직도 생생해요.

아무리 대단하다 할지라도 수수깨끼 하나 풀었다고 권력 체제가 성립되는 건 아니다. 국가 통수권은 대중으로부터 위임받는 것이지, 시덥잖은 수수깨끼 풀이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이에 왕정은 끝났음을 엄숙히 선포하며 오늘은 공화국이 성립한 첫 날이 될 것이다.

무슨 소리인가 고민하고 있을적에 경찰들이 관람객 위치까지 오더라고요. 그리고 제 여권을 보더니, 국경까지 정중히 안내해 줬어요. 나라가 혼란스러울 테니 한동안은 관광은 어려울 거라나요. 결국 제 꿈만같은 일주일은 거기서 끝나고 말았죠.

이 긴 두서없는 여행기의 교훈은 무엇일까요? 사실 문제에 대한 답이기도 해요. 왕의 형제가 몇 명이냐고 물었었죠. 왕은 없어요. 모두가 동등한 권력을 가진, 같은 공민이 있을 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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