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러 장르를 즐기지 않습니다.
기괴한 설정과 묘사들이 너무 생생하게 머릿속에 떠올라
며칠간은 잠을 설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럼에도 장르 ‘호러’ 라고 적혀있는 이 글을 읽어볼 생각을 한 것은
‘재와 이’ 라는 제목의 함의가 궁금했기 때문입니다.
글을 다 읽고 우려처럼 잠을 설치는 일은 없었지만,
아프고, 아픈 글의 내용이 한동안 머릿속을 복잡하게 만들었습니다.
글은 평범한 인간들이 주변인들과의 관계에서 겪게 되는 상처와 아픔을 이야기합니다.
그것도 누구보다도 서로를 이해하고 보듬어주고,
힘이 되어주리라 믿는 가족들한테 받는 상처와 아픔입니다.
‘가족’은 가장 가까이에서 서로 이해해주고, 의지가 되며 힘이되는 존재일 수도 있지만
떄로는 어긋난 관계 속에서 감당하기 힘들어도
쉽게 뿌리치지 못하는 족쇄가 되어 자신을 괴롭히는 존재가 되기도 합니다.
‘회인’ 이라는 설정을 통해 만들어낸 낯선 분위기는
글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와 잘 어울렸습니다.
‘회인’은 망령처럼 남겨진 ‘깊은 상처’ 가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회인’ 을 가족들간의 ‘상처’ 와 ‘아픔’ 으로 치환해서 글을 읽어도 어색함이 없습니다.
한 번 죽은 사람,
죽어서도 산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는 망령 같은 존재.
회인들의 집착은
인간으로 살아있는 이들에게 상처이고, 아픔이며, 위협입니다.
그 상처와 아픔과 삶에 대한 고민은
회인으로 다시 태어난 그들이 진정 회색 재로 변했을 때 끝이 납니다.
주인공이 그대로 죽기를 바랐습니다.
그만은 회인으로 다시 태어나는 일이 없기를.
누군가의 상처와 망령으로 다시 남아
전염병 같은 아픔을 되풀이 하지 않기를 바랐습니다.
부디 편히 잠들기를.
작가님의 다음 작품을 기다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