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의 스토리는 비교적 단순하다.
디테일한 부분을 차치하고 나면 결국 한 남자가
자신의 개를 한때 연모했던 여인의 집에 맡기고 볼일을 본 뒤 다시 찾아간다는 내용이다.
특이하게도 소설은 남자가 아닌, 그가 기르는 개의 입장에서 일인칭으로 쓰여졌다.
말하자면,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의 옥희 역할을 유기된 웰시코기가 대신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본 작품의 서술자 ‘나’는 상기한 작품의 옥희와 달리
소설 내부에서 남성과 여성을 영상으로 비춰주는 기계장치 이상의 의미를 갖지 못한다.
‘나’는 작가의 이동식 카메라이자 순수한 변론자로서 소설 내부를 유령처럼 부유한다.
그러면서도 고성능의 카메라처럼 디테일한 묘사를 해내는 대신
로모로 찍은 사진을 연결한 것처럼 정확한 촛점없이 무감각하게 상황을 서술한다.
그렇다고 로모의 몽환적인 감수성이 존재하는 것 또한 아니다.
본 작품은 그저 산만하고 두서없는 스토리의 나열에 불과하다.
또한 여러부분에서 심각하게 개연성이 떨어지는 장면들이 존재한다는 것이 안타깝다.
소설 내부에서 남자와 여자는 서로 떨어져 지낸지 칠년이나 지난 상태이고
더구나 남자는 연락이 오기 전까지 여자가 유학을 간 상태로 알고 있던 터였다.
그런 상대에게 전화를 했다면 첫마디는 분명 ‘어떻게 지냈어’가 되겠지만
소설에서는 ‘헤어졌어’라는 말이 첫마디로 등장한다.
또한 그동안 여자를 그리워했음이 분명한 남자의 행동 역시 이해불능이다.
고작 게임대회에 출전해야한다는 이유로 여자에게 개를 맡기는데
그걸 빌미로 어떤 사건이 확장되는 것도 아닌
정말 대회 끝나고 나서는 개를 찾아가면서 소설이 끝나버린다.
이 경우는 소설이 끝났다기보다는 끝장났다고 적는 편이 옳을 정도이다.
리뷰라기보다는 작가에 대한 일종의 애정어린 덕담을 몇마디 남기는 것으로 글을 마칠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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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찰자의 입장에서 남성과 여성을 바라본다는 아이디어 자체는
참신하지는 않지만 나쁘지도 않았습니다
다만 어떤 시점으로 글을 쓰게 될 때에는 그 시점이 갖는 특성에 대해
작가로서 분명한 의식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작가로서 소설을 집필할 때 가장 염두에 두어야하는 것은 그럴싸한 어조나 분위기가 아니라
스토리를 끌어나가는 사건 자체에 무게를 실어야 한다는 점에 동의하실 것으로 생각합니다.
따라서 일인칭 관찰자 시점으로 쓰여진 본 소설은
주가 되는 사건이 남성이 여성에게 ‘개’를 맡겼다가 다시 찾아간다는 내용이므로
관찰자인 개 ‘나’는 남성의 ‘여성에 대한 심리’와 여성의 ‘남성에 대한 심리’를
주도적으로 관찰하여 판단하고 독자에게 보고하는 역할이 주어졌다고 할 것입니다.
또한 남성과 함께 있을 때의 ‘나’와 여성과 함께 있을 때의 ‘나’ 그리고 남성과 여성 둘 모두와 있을 때의 ‘나’
세가지 형태로서 소설 안에서 스토리의 균형을 이루어야 했음에도 사건 내에서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남성의 직업에 대한 묘사 등에 불필요한 수준으로 분량이 할애되어
독자로 하여금 초반부부터 지치게끔 하는 지루함이 존재했지요
어느 수준이 되면 손이 가는 대로 적어도 본능적으로 각 장면의 분량을 조절할 수 있게 되겠지만
그때까지는 가급적 소위 기승전결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각 장면들의 분량을 얼마간 조절하고 시작하는 것도 좋을 일입니다
본격적으로 습작을 함에 있어서 단편소설을 선택한 것에 찬사를 보냅니다
단편은 한정된 분량 안에서 매우 높은 수준의 글쓰기 기술이 필요한 바
이후 노력하시면 큰 성취를 이루실 것이라 믿어의심치 않습니다.
본 작품도 매우 재미있는 작품이 될 씨앗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건승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