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 스토리 비평 브릿G추천

대상작품: 경관이 (작가: Oo, 작품정보)
리뷰어: 루주아, 18년 2월, 조회 62

스포일러가 함유되어 있습니다.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읽으면서 내내 커버 스토리라는 단어가 머릿속에 맴돌았어요.

커버스토리는 보통 표지 기사라는 뜻으로 쓰입니다. 잡지나 주간지 등의 표지사진과 관련된 짧은 기사죠. 제가 떠올린 커버 스토리는 다른 의미에요.

심리학 실험을 할 때 참여자들에게 꼭 연구 목적을 말해줘야 합니다. 이것은 연구 윤리기도 하고 실용적인 이유도 있어요. 그렇지 않으면 참여자들은 실험에 집중하는 대신에 가설을 찾아내기 위해 더 집중하기 십상이니까요. 그러나 진짜 가설을 말해주면 그 가설을 증명해주기 위해서, 혹은 말도 안 된다 생각해 반증하기 위해 트롤링을 하기 쉽죠.

여기서 ‘커버 스토리’가 등장합니다. 실험에 방해를 주지 않도록 적당히 꾸며진 연구 목적이죠. 밀그램의 복종 실험은 피험자가 얼마나 권위에 쉽게 굴종하는가를 증명하기 위한 실험이지만, 참여자들은 맨 처음에 이게 단순히 처벌과 학습 효과에 대한 상관관계 연구인 줄 알았어요. 그 덕분에 복종 가설을 증명할 수 있었죠.

 

이제 본격적인 스포일러 시간입니다.

 

그런데 왜 커버 스토리에 대해 이야기를 할까요? 모든 실험이 커버 스토리를 사용하진 않듯, 모든 소설이 다 그런건 아닙니다. 하지만 어떤 소설은 이런 커버스토리를 쓴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하늘 작가님은 언제나 이 커버스토리를 잘 쓰는 작가라고 생각해요.

 

“비공개 안건”, “검은책”, 그리고 이번 “경관이” 까지. 모두 처음 읽기 시작했을 때 기대했던 이야기랑은 약간 달랐어요. 경관이를 맨 처음 읽었을 때 저는 사실 전통기담을 기대했거든요. 하지만 그 내용물은 왕따에 대한 이야기였죠.

 

맞아요. 반전이 대단히 사랑스러운 작품입니다. 커버 스토리는 매혹적이지만, 실제로는 별 내용이 없어요. 이 이야기의 핵심은 ‘적응’에 대한 이야기였어요. 갑자기 환경이 바뀌고, 주변 사람들은 모두 적대적이고. 그에 따라서 상상친구를 만들고 문제에서 회피하지만, 결국 실력으로 모두에게 인정받는 결국 적응하는 대단히 따듯한 이야기에요.

 

다만 아쉬운 점을 꼽자면, 사실 이 부분 때문에 리뷰를 올리지 말까 고민했는데, 저는 이게 농인에 대한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농인을 이렇게 다루는 것이 맞나 하는 아쉬움이 듭니다. 4월에 전학을 오고 6월에 극복하고, 방학 동안 경관이를 떠나보내는 이야기. 그렇다면 2개월 동안 농인 체험을 한 것인데 그게 명진에게 큰 영향을 끼친 거 같진 않아 보여요. 단순히 남의 도움만으로 극복하고 무리 없는 일상 생활을 할 수 있을 만큼 청각 장애가 가벼운 걸까요? 그러나 그렇다고 청각 장애라고 사방팔방에 알리면서 영영 회복되지 않을 상처인 냥 무겁게 다루는 것이 정말로 옳은 걸까요? 이에 대한 답을 모르기 때문에 무책임하게 느껴지지만, 이렇게 가볍게 다루는 건 좀 아쉽게 느껴집니다.

 

하늘 작가님은 커버스토리, 맥거핀을 다루는 실력이 대단한 만큼, 이런 어린아이들의 감정을 다루는 것에도 능숙해 보여요. 아까 꼽은 세 작품의 주인공과 화자의 나이를 생각해 보면 알 수 있듯이요. 그러니 다음번엔 이런 고민의 답이 조금이라도 보였으면 합니다. 리뷰어로서는 무책임한 태도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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