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무협 공모 브릿G추천 공모채택

대상작품: 바람에 우는 칼 (작가: 화룡, 작품정보)
리뷰어: 루주아, 18년 1월, 조회 69

장르에 대해 진정성을 논하는 것은 사실 어리석은 짓입니다. 다만 작가의 말에 쓰여진 ‘무협이라고 썼는데 무협 아니라고 욕 잔뜩 먹은 소설입지요.’ 를 보고 제목을 진정한 무협이라고 쓰긴 했어요. 글쎄요, 무협이 대체 뭐길래 JINJUNGSUNG 까지 따지는 걸까요?

무협에 대해 생각합시다. 무협은 무로서 협을 구현하는 이야기입니다. ‘무’의 경우에는 상당히 납득하기 쉽습니다. 쿵푸!, 체술, 검술, 기공 이런 것들이 바로 무일 것입니다.

따라서 로봇이 나오면 조금 갸웃거리게 되는게 사실입니다. 이건 사실 관념의 문제입니다. 무협지에 나오는 강시는 조금만 생각해 보면 자율조종 드론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그러니 로봇도 괜찮지 않을까요? 강시는 되는데 로봇이 되지 않는 이유를 생각해 봤습니다. 이게 개인의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거신병이 없는 이들은 얼마나 무력한가요? 적들은 인간이 아니라 거신병을 찟어발기는 거인인걸요. 거신병이 있고 없고에 지대한 차이가 난다면, 즉 ‘무’와 케릭터를 분리하는게 너무나 쉽기에 어색하게 느껴집니다.

그리고 협에 대해서도 조금 생각해 봐야 할 것입니다. 대체 협이 뭐죠?

협이란 바로 ‘사적 정의’ 입니다. 이 개념은 북바이북의 ‘웹소설 작가를 위한 장르 가이드’ 무협편 에서 따온 것이며 다른 분들도 한 번쯤 읽어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장르 가이드 무협편에서는 또한 무협의 요소로 중원과 과장을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협은 사적 정의입니다. 정의의 구현은 무척이나 올바른 것으로 들립니다. 그러나 사적 정의 실천이 언제나 좋은 것만은 아닙니다.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이 이 상황일 테니까요. 사적 정의가 적극적으로 구현되는 세상, 구현 될 수 있는 세상은 분명 ‘난세’일 것입니다.

무협지의 시초로 꼽히는 사기 자객열전, 혹은 수호전 비교적 최신 작품인 ‘랑야방’’ 이 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요? 바로 부폐한 황실입니다. 관과 무림은 서로 침범하지 않는다는 말이 있지만, 실제로는 관이 작동하지 않아야만 무림이 돌아갈 수 있는 것입니다. 상식적으로 자신의 권리와 명예가 침범당하면 비무를 통해 상대방의 모가지를 배고 은원의 굴레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법을 통해 해결하는 것이 당연합니다. 그러나 무협지는 협(사적 정의)를 무를 통해 구현하는 장르고, 그러기 위해선 법과 사회질서가 정지해야만 돌아가기 때문입니다.

바람에 우는 칼은 무협지의 시대배경을 잘 따르고 있습니다. 북방 이민족의 침입, 수도에도 도적 패거리가 나다니고, 황제는 힘이 없어 정사를 베풀지 못합니다. 이런 세계에서 개인의 신념을 지키기란 대단히 어렵고, 이를 지키기 위해선 사적인 정의, 즉 협의를 배풀어야 합니다. 자신을 둘러싼 부랑자들을 추포해 관아로 대려가거나 구휼사업을 제안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말 목을 베어 배푸는 것이 그것입니다.

그러나 이런 혼란한 사회상이기에 또 거신병이 거슬립니다. 거신병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사회라면 고도로 조직화된 사회일 것이고 이는 법과 사회질서가 엉망이라 보기 힘들 것입니다. 거신병이 자연 수복된다는 묘사 등으로 미뤄 거신병이 신, 혹은 그와 준하는 초월체가 만든것이며 보편화된 것이 아니라면 이 사회는 거신병을 통제하는 자가 모든 것을 가지는 사회가 될 것입니다. 그렇다면 몰락한 황제를 죽여 대의를 세운다는 중심 서사와 겉돌게 됩니다. 거신병 규모에 대해선 한 번도 언급이 없는거 같아 아쉽습니다.

무는 분명 폭력입니다. 힘이고 강제력입니다. 하지만 동시에 개인이 들고 있는 것이기도 합니다. 그 부분의 설명이 불충분했다고 보입니다. 이것이 바로 장르 가이드 무협편에서 말하는 ‘과장’ 일 것입니다. 고수의 일권은 산을 무너트리고, 경공으로 하늘을 날아다닙니다. 이것이 거신병을 타고 다니는 고수의 행보와 크게 다르진 않아 보입니다. 그러니 익숙함의 차이일 것입니다.

그러니 결론적으로 이것이 무협이 아니라고 하기엔 어려워 보입니다. 이 또한 무협입니다. 그러나 거신병이 들어오면서 정말로 큰 구멍이 생겼는데, 이 구멍을 뚫고 아예 다른 장르로 갈지, 무협에 남아있을지는 작가의 선택이겠지요.

P.S. 줄 간격은 일부러 그렇게 두신건가요? 문단과 문단 사이 간격이 너무 크고 특히 대화하면서 짧은 묘사를 추가 될 때마다 밀도가 너무 낮아져 가독성이 많이 떨어지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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