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은지는 좀 되었습니다. 이 글을 완독하고 나면 느끼시겠지만, 후유증이 좀 있는 편이라 리뷰를 써야겠다는 마음을 먹는 것도 시간이 좀 필요했답니다. 평범한 사람들의 평범하지 않게 된 하루 이야기거든요. 말을 덧대는 것이 감상에 방해가 될까봐 몇 자 쓰고 지우고를 반복하며 적습니다.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랍니다. 정말로요.
본디 아파트 값의 하락을 막기 위한 투쟁으로 아파트를 봉쇄했던 주민들은 어떤 본격적인 재앙을 맞이하게 되며 그 자발적 격리수단을 좀 더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게 됩니다. 하지만 식량이 없다는 건 좀 다른 문제죠. 재난 상황에서 아사하는 엔딩이야말로 가장 끔찍한 마지막이 아닐런지요. 그래서 식량이 필요하게 됐고, 식량을 구하러 비교적 안전한 아파트를 떠나는 사람을 뽑는 것이 중요한 문제가 되죠.
아파트에 사는 많은 사람들 사정과 이야기가 복잡하게 얽히고, 또 어쩔 수 없이 아파트 앞에 주둔하게 된 군대와 엮이기까지 하면서 이야기는 좀 더 처절하고 비극적으로 흘러갑니다. 특히 후반부에 가서는 정말 화낼 수밖에 없게 되더라고요. 그렇게 폭발적으로 흘러가다가, 정말로, 쾅.
글을 읽다 보면 좀비보다 경계하고 두려워해야 할 존재가 사람이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인물들이 살아있고 한 사람 한 사람 생동감이 있기에 어우러지고 부딪히는 과정이 흥미롭습니다. 강한 줄 알았던 캐릭터에게는 누군가에게 기대고 털어놓고 싶었던 인간적인 면모가 있고, 마냥 이기적인 것 같던 목소리 큰 사람에게도 지키고 싶고 보호해야 할 것이 있다는 당연한 이야기들을 자연스럽게 풀어내시는데, 읽고 나서 며칠 제 글을 못 쓸 만큼 후유증이 있었어요. 좋은 글입니다. 독자를 끌어당기는 힘이 있는 이야기에요. 반드시, 어떠한 사전 정보 없이 읽으시기를 권하기에 최소한의 감상을 적어봅니다.
잘 읽었습니다. 일독을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