놓고 온 것. 공모

대상작품: 유류물遺留物 (작가: 선작21, 작품정보)
리뷰어: 시그미온, 17년 12월, 조회 36

조금 곤란했습니다. 그러니까 슬픈 일은 사람이 세상을 살면서, 몇번이고 겪어야만 하는 일입니다. 누구나 그렇습니다. 싫은 일, 괴로운 일, 차라리 죽고 싶었던 일, 누구에게나 있는 일입니다. 그렇지만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그때의 그 격한 감정이 생각나지 않습니다. 그때는 어떻게 마음을 달랜 걸까요? 좋은 일도, 나쁜 일도, 결국에는 어느샌가 모두 추억으로 바뀌어 버립니다.

여러가지 말이 떠올랐다가 사라져 버립니다. 어떠한 말도, 어딘지 모르게 뻔해 보여서. 그렇네요, 생각나지 않는 게 아니라, 잃어버린 거군요. 두고 와버린 거네요.

살면서 두고 온 것들은 너무나도 많습니다. 실패하고, 망가지고, 혹은 포기해 버려서 그 뒤에 놓고 온 것들은 셀 수도 없을 지경입니다.

그렇다면 두고 온 것들은, 아무런 의미가 없는 걸까요. 아무리 발버둥 쳐도, 끝날 때에는 끝나 버립니다. 그런 법입니다. 날아가 버린 기회에 남은 것들은 아무런 의미가 없나요. 날아가 버린 사랑, 그 뒤에 남은 것들은 아무런 가치가 없을까요. 그렇다면 꿈을 이루지 못한 노력은 허망한 걸까요. 실패하고 포기하고 망가져 버린 그 뒤에 남은 것들은, 의미가 없는 걸까요? 그럼, 시도했는데도 이루지 못한 꿈에 남은 건, 아무런 의미도 없는 걸까요? 그 잔여물들은 무가치한 걸까요?

아무래도 그렇지 않나 봅니다. 생각했던 것처럼 일이 풀리지 않는 건, 모두에게나 있는 법입니다. 인간에게는 태어날 때부터 격차가 정해집니다. 불공평하다고 해도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 누구에게 아무런 책임도 지우지 않고, 승자와 패자가 정해져 버립니다.

그렇지만, 그렇게 당연히 정해지는 것과는 달리 노력하는 건, 당연한 일이 아닙니다.

약삭빠르게도, 인간은 어느 순간 깨달아 버리고 마니까요. 그래도 뭔가, 내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일들이 있지는 않을까, 그렇게 생각하다가도, 자신이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 따위를 자연스럽게 알아 버리는 겁니다. 마치 날지 못하는 것을 스스로 아는 닭처럼 말이죠. 그런 것에 닿도록 노력하는 건, 결코 당연한 일이 아닙니다.

그러니 설령 이뤄지지 않는다고 해도, 그 자체에 의미가 있는 게 아닐까요.

왜냐하면, 누가 부탁해서 쫒는 꿈이 아니잖아요? 꿈은 자기 자신의 것입니다. 내 꿈도, 노력도, 고통도, 아픔도, 기쁨도, 모두 자기 자신의 것이니까요. 그건 남겨두고 온 것이 아닙니다.

생각했던 것보다 아주 약간 더, 세상은 다정하고, 생각했던 것보다 아주 약간 더, 자신을 믿어봐도 좋을 지도 모릅니다. 타고 남은 재가 다시 기름이 됩니다. 그럼에도 그칠 줄을 모르고 타는 나의 가슴은 누구의 밤을 지키는 약한 등불인 걸까요.

좋았습니다.

이하부터는 작품과는 별개의 이야기입니다. 확실히 조금은 곤란했습니다. 미장센들을, 그리고 문장의 의미를 놓치지 않고 제대로 파악했는지 모르곘습니다. 펜으로 표시하고 형광펜으로 밑줄을 치면서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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