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 안 타본지가 어언 수십년이 된 듯 싶습니다.. 그냥 직장생활하면서 거의 자가용으로 출퇴근하다보니 그런 듯 싶습니다.. 제가 사는 지방 소도시는 대도시마냥 교통체증이 심하지 않다보니 늘 자동차를 이용하게 되더군요, 그래도 간혹 대중교통을 이용해야할 상황이 발생하면 늘 택시를 탑니다.. 택시비가 만만찮음에도 버스타기가 쉽지 않더군요, 그냥 택시를 타고 이런저런 세상사는 이야기하면서 기사님이랑 오는 것도 나쁘지 않아서 그렇기도 하구요, 보통은 앞자리에 앉습니다.. 혹여나 같은 방향이면 합승도 전 무관하다고 생각하니까요, 그렇다보니 항상 조수석 앞자리에 제시된 신분용 증명을 확인하는 버릇이 생겼습니다.. 많은 기사님들이 신분증에 나온 얼굴과 다른 경우가 많더라구요, 요즘은 조금 그런 경향이 덜하긴 하지만 얼마전까지만해도 그런 분들이 운전을 하는 경우를 자주 봤습니다.. 한번씩 타게되는 택시에서 제가 목격한 부분이 그러할진데 실상은 얼마나 많았겠습니까, 조심스러워지죠, 사고의 위험이나 확인되지 못한 사람에게 운전을 맡긴 경우이니 더욱 걱정스러운 심려가 들기 마련입니다.. 특히나 늦은 밤이면 더욱 그렇습니다.. 게다가 여성분이 혼자 탄 택시라면 말할 것도 없겠죠,
많은 택시기사님의 수고와 친절함을 격하시킬 의도는 없습니다만 개인적으로 조심스러운 것은 어쩔 수가 없더라구요, 그래서 한번씩 급하게 딸아이가 택시를 탈 경우에는 제가 지켜보는 경우는 늘 번호판을 확인하고 혼자 타는 경우에는 항상 타자마자 전화를 하라고 합니다.. 그리고 전화를 든 상태에서 정확한 위치를 다시한번 되풀이하게 하죠, 요즘은 연세가 많으신 기사님들이 힘겹게 운전을 하시기 때문에 조금 더 사고의 걱정을 많이 하는 경향이 짙습니다.. 아무래도 젊으신 분들보다 운전의 반응이 조금 더딜 가능성이 있어서요, 하지만 이러나 저라나 한발 물러서서 개인이 아닌 사회적 기준으로 보면 승객의 걱정보다는 기사님이 당하시는 불이익이나 불편한 차별적 폭력이 더 클 수 밖에 없죠, 많은 기사님들이 그런 힘든 이야기를 하곤 합디다.. 많은 사람들이 돈들여 택시타고 가는데 기사님이 예의가 없다는둥, 운전을 급하게 한다는둥, 온갖 욕설과 냉대를 하루에도 수십번씩 겪는다고 말이죠, 한 개인택시기사님은 처음에는 울컥하고 대응을 하지만 돌아서면 또 똑같은 상황이 수시로 벌어지니 그냥 무시하거나 최소한의 예의만으로 넘기는게 가장 좋은 방법이더라라는 이야기를 합디다.. 우리가 바라보는 개인적인 택시기사님에 대한 의뭉스러움보다 오히려 우리를 조심스러워하는 기사님의 갑을의 두려움이 더 큰게 현실적인 이야기가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택시기사와 승객의 폭력적 비교관계를 생각해보면 대번 답이 나올 것 같기도 합니다.. 그죠,
한 남자가 고속버스에서 내립니다.. 그의 손에는 기다란 쇠사슬로 수갑을 채운체 흔히 말하는 007가방을 들고 있었던 것이죠, 그의 이름은 길태입니다.. 자정이 넘은 시간 터미널에 도착해 자신의 집으로 향하지만 주변에는 택시가 전혀 보이질 않습니다.. 무작적 기다리기 뭐해서 길태는 자신의 집으로 향하는 인도로 택시가 보일때까지 걷기로 합니다.. 길태는 뭔가 의뢰받은 일을 하는 사람인 듯 합니다..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한달가량의 시간동안 해결해야하는 직종인 듯 싶네요, 힘겹게 일을 마무리하고 늦게 도착한 길태에게 편안한 안식까지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할 듯, 택시는 여전히 눈에 띄지 않습니다.. 경적 소리와 함께 자신에게 다가온 택시에 올라 탄 길태는 자신의 집 근처를 알려주고 기사와 이야기를 나누게 됩니다.. 기사는 길태의 가방과 손목에 찬 수갑을 조심스럽게 언급하며 생활적 이야기로 침묵의 어색함을 깨기 시작하고 길태는 그런 기사의 대화에 조금씩 관여하며 편안한 소통을 하기 시작합니다.. 언제나 그렇듯 삶의 중심은 돈이 듯 이들의 이야기의 주제도 하루하루 벌어서 살아가는 이시대의 월급쟁의 삶과 돈과 관련된 인생의 목적과 삶의 기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서로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씩 드러내기 시작하는데,,,
흔히 경험해보는 택시기사와 승객과의 대화입니다.. 일반적인 이야기들이죠, 객관적인 사회적 이슈를 먼저 꺼낸 후 정치나 경제를 중심으로 우리의 삶과 불만과 불평과 차별과 아픔을 끄집어내기 시작하죠, 잠시만의 관계적 소통이지만 우린 그 속에서 서로에 대해 조금의 위안과 만족을 얻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 짧은 소통이 끝나면 잔돈은 그냥 가지세요나 이것밖에 없는데요로 마무리짓고 차문을 닫음과 동시에 인연은 끝이나곤 합니다.. 승객에게는 그러하지만 기사님은 잠시 후 또다른 승객과 함께 새로운 위안과 만족을 얻거나 분노해하기도 하는 삶의 운전을 이어나가시는 것이죠, 이 작품의 전반적인 흐름과 내용의 구성도 택시기사와 한 남자의 세상사는 이야기에 할애를 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삶을 대변하는 서민으로 택시기사는 삶과 자신에 대한 사회적 불평불만을 거리낌없이 드러내죠, 승객인 길태는 자신의 삶과 위치에 대한 우월적 이야기를 드러내기도 합니다.. 각기 다른 이야기지만 서로 해될 일 없는 소통을 주고받으며 차문을 염과 동시에 단절을 시키려는 찰나 앞선 모든 이야기의 중심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되는 반전이 이어집니다.. 매력적이네요,
후반부의 흐름과 상황이 주는 구성은 어떻게보면 그러려니합니다.. 그럴 수 있죠, 하지만 여기에는 우리가 미처 감안하지 않았던 길태라는 주인공의 숨겨진 이면이 등장할 수 밖에 없습니다.. 어휴, 개인적으로는 좋더군요, 물론 이유를 알 수 없는 수갑과 쇠사슬의 가방이긴 하지만 읽는 동안 길태라는 인물에 대한 궁금증과 호기심이 한순간에 드러나며 마무리까지 이어지는 결말을 개인적으로는 상당히 만족스러웠습니다.. 제가 멍청한 지는 모르겠지만 초중반과 심지어 후반에 이르기까지 뭘까했던 의문점이 해소되면서 처음과 중반의 상황이 제시한 단서와 암시를 다시한번 되돌려보는 즐거움을 가졌으니까요, 아무래도 이러한 이야기의 단서를 처음부터 확인해본다는 것 만으로도 독자들에게 많은 감흥을 주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물론 앞서 이야기한 가방이나 쇠사슬등의 설정에 대해 그 이유를 설명해주지 않았기 때문에 의문점에 대한 진정한 해소는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이 또한 작가님이 보여주시고자 한 상황적 호기심에 대한 설정이라 감안하고 뭐 나쁘지 않았습니다.. 재미있었어요, 중반부의 현실적 대화나 이야기는 조금 평범하게 다가왔지만 후반부에서 보여주는 긴장감과 서스펜스 넘치는 장르적 목적은 앞부분을 상회하고 남을 정도로 매력적이었다고 전 생각합니다..
하지만 조금 단순하게 이어지는 스토리의 맥락은 아쉬운 부분이었습니다.. 그래서 조금 더 길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초중반의 흐름을 바꿔놓는 상황의 반전은 대단히 좋지만 이런 상황을 조금 더 몰아갔더라면 장르독자로서 그 흡입력이나 집중도를 즐길 수 있었을텐데라는 뭐 그런 생각이 들어서 아쉬웠다는겁니다.. 길태가 상당히 매력적인 캐릭터인건 사실입니다.. 그냥 그렇듯 보이는 이미지가 후반부의 몇몇 상황의 모습으로 완전히 탈바꿈해버린 느낌이 짙어서 개인적으로는 길태라는 인물의 등장하는 시리즈의 에피소드도 이어나가보시면 어떨까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저로서는 인물들이 주는 현실적 대치감과 폭력적 감성도 나쁘지 않아서 길태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주변의 이야기와 폭력의 상황적 자극성을 토대로 이야기를 펼쳐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아서 말이죠, 흔하고 전형적인 캐릭터와 상황이겠지만 그럼에도 늘 이런 설정은 독자들에게 관심을 보여주니까요, 뭐 저만 그럴 수도 있구요, 가능하면 작가님의 다른 작품들도 읽어볼께요, 나름 장르적 스릴러의 감성이 개인적으론 좋아서 찾아서 읽어봐도 좋을 것 같네요, 혹여 길태가 다른 작품에도 등장하는 지는 모르겠지만 기대해보겠습니다.. 작품 잘 읽었구요, 앞으로도 좋은 작품 많이 집필해주세요,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