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이 글을 정독하고 나서 든 생각은 약간의 아쉬움이었어요. 나쁜 의미의 아쉬움이 아니라, 여행기에서 한 부분을 발췌해 온 느낌이었거든요! 눅눅한 흙내음이 나는 낡은 여행 수첩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버리고 싶은데, 일부분밖에 못 읽었으니 아쉬울 밖에요!
그리고 리뷰를 쓰기 위해 두 번째로 이 글을 읽었을 때는 혼란스러웠습니다. 제목이 악귀의 소굴인 만큼 ‘악귀’가 무엇일까 고민하면서 읽었는데요, 사실 아직도 악귀가 누구일지 헷갈려요.
기독교인인 주인공에게는 이교도들이 악귀로 보일 수 있겠지요. 그러나 이교도인 촌장은 또 다른 존재를 악귀로 칭합니다. 주인공에게 접근하여 촌장을 악귀로 여기게 만들고, 심지어 직접 그를 처단하게 만든 ‘성인’은 정말 성인일까요? 성인의 말을 믿고 촌장을 죽인 주인공도 적어도 촌장의 입장에서는 악귀 아닐까요?
여기서 우리는 대체 무엇이 악귀인지 끝없이 고민하게 됩니다.(저만 그럴 수도 있구요ㅎㅎ) 어쩌면 주인공은 처음에는 악귀가 아니었을 지도 몰라요. 하지만 그가 촌장의 피를 뒤집어 쓴 순간부터, 혹은 믿음을 저버리고 눈을 감아버린 순간부터, 주인공에게도 악귀의 파편이 스며들었을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결국 그는 맹목적인 믿음때문에 인간적인 면모를 포기하였으니까요.
그래서 악귀란 무엇일까요? 여기 나오는 인물 중 하나가 악귀일까요? 아니면 주인공이 행한 일련의 행동, 자신의 신념으로 인해 벌인 행위가 악귀일까요? 작가님이 파놓으신 함정에 빠져 버린 느낌이네요.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