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일장을 계기로 만나게 되었던 작품입니다. 도대체 왜 해야 하는지 모르겠는 과제들은 항상 학생들의 적이지요. 주인공에게도 그런 난처하고 이유 모를 과제가 주어집니다. 서울역의 노숙자 취재라니요? 여학생들은 절대 개인과제로 해낼 수 없는 그런 것 아닙니까. 조별과제라고 해야 납득이 가겠습니다. 이런 인문학 강의를 들어본 일은 없지만, 이런 과제를 해야 한다는 소문이 나면 꼭 피해가겠어요. 아무튼 어쩌겠습니까? 강의 드랍 할 것도 아니고, 청년은 어쩔 수 없이 노숙자를 인터뷰해야 하는 운명이란 말입니다.
내게 필요한 정보를 주면 이 술을 주마, 하는 심정으로 들고 간 술은 초능력자에게 걸린 청년의 불행함으로 순식간에 자취를 감추었지요. 그렇게 해서 들은 것이라곤 맥락 없고 앞 뒤 없는 이야기뿐이라고 생각했던 그는 뜻밖의 월척을 건지고 마는데.. 어쩌면 이런 건 왜 내는 거야, 하고 생각하는 과제들의 뒤에는 사실 모 정보기관이 있을지도 몰라요. 손쉽게 사람 풀어서 자료를 수집하는 데는 과제만한 게 없지 않겠어요? 착수금이며 의뢰비며 안 줘도 되고..
각설하고, 아저씨가 어떻게 되었는지 청년이 알 도리는 없지요. 알 수 있는 것은 그 자리에 다시 간다고 해도 그 초능력자 아저씨를 다시 만날 일은 아마도 없게 되었으리라는 점. 허황된 이야기라고 생각하며 듣던 이야기가 사실이라면 참 오싹하겠다 싶고요. 작가님이 이야기를 술술 잘 풀어내셔서 청년과 함께 ‘(그럴 리가 없지만) 그렇군요..’ 하면서 듣다 보면 어느샌가 이야기가 뚝딱 끝이 나버려서 당황하게 되는 글입니다.
작가님의 글이 취향에 잘 맞는 것 같아요. 이 글은 꼭 추천해야지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날 것 그대로 올리셨다고 해서 사실은 다른 글보다 더 이 글을 추천하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날 것 상태로도 충분히 매력적이고 재미있게 읽혔거든요.
길지 않은 글이니 한 번쯤 읽어보시면 좋겠습니다. 일독을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