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박 마차의 거침없는 질주 비평 브릿G추천

대상작품: 신데렐라 드라이브 (작가: , 작품정보)
리뷰어: 하늘, 17년 11월, 조회 86

시월의 마지막 날, 할로윈의 밤입니다. 죽은 자들이 깨어나는 이 날에, 왕궁에서는 성 안의 사람들을 모두 불러들여 성대한 무도회를 엽니다. 무도회에 참여하지 못한 신데렐라는 동물 친구인 도마뱀과 생쥐들을 데리고 마법 가루로 무장한 채 무도회장으로 달립니다. 할로윈을 맞아 깨어난 무시무시한 존재들이 그녀의 앞에 나타나고, 한바탕 대결이 벌어집니다.

‘대학살 신데렐라 드라이브’는 간단한 구성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무도회장이 있고, 신데렐라가 있고, 그를 막아서는 괴물들이 있습니다. 신데렐라는 무도회장으로 가기 위해 그들과 맞서 싸웁니다. 집을 나서면서 시작해서 왕궁에 도착하고 왕자를 만나면서 끝이 나요. 이건 스포일러도 아닌 것 같아요. 애당초 어떠한 진상을 숨기고 있는 이야기가 아니니까요.

출동하고, 싸우고, 도착한다. 국면 전환이 없는 이야기 치고 97매가 아주 짧은 분량은 아닌데요. 그럼 이를 뭘로 채우느냐. 액션으로 채웁니다. ‘대학살 신데렐라 드라이브’는 액션물이에요. 신데렐라는 여러 가지 현란한 무기와 마법을 사용해서 괴물들과 싸웁니다. 그 묘사를 읽으면서 머릿속에서 그 광경들을 떠올리는 것이 이 글을 읽는 재미입니다.

원전을 굉장히 많이 비틀고 있는데 얼마나 비틀었는지를 따지는 걸로도 왠지 작가에게 지는 일인 것 같아요. 대놓고 막 나가고 있거든요. 그냥 머리를 비우고, 신나게 읽어 내려가면 되는 거에요. 작가는 철저히 신데렐라 이야기를 작품에 비주얼을 제공하는 도구로 쓰고 있습니다. 수많은 동화들 중에 신데렐라가 채택된 것도 호박 마차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귀신들린 할로윈 호박들이 가로막는 걸 마법의 호박 마차가 무찌르고 달려가는 겁니다.

단순한 내용이지만 쉽게 쓰인 건 아니에요. 그만큼 쓰고자 하는 대상에 대해 제대로 파악하고 있어야 나올 수 있는 이야기거든요. 404 작가의 문장은 액션 표현의 리듬이 무척 좋고 비주얼 호환성이 뛰어납니다. 그 배치가 잘 돼 있어서 읽기만 해도 머릿속에서 그 영상들이 피어나요. 신데렐라는 무적의 주인공이지만 위기가 없진 않지요. 그걸 얼마나 박력 있게 살리느냐가 액션의 포인트입니다.

이게 계산된 진행이라는 건 개별 장면의 연출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신데렐라의 슬리퍼가 유리 구두로 바뀔 때의 표현을 보세요. 그녀가 걸쳤던 누더기가 멋진 외출 의상으로 바뀌는 대목을 본다면 누구라도 ‘구두는?’이라고 말할 거에요. 구두를 신는 대목은 그 다음에 한번 더 부각시켜 보여줍니다. 신데렐라 코스튬에서 드레스만큼 중요한 게 구두잖아요!

저는 이런 글도 라이트 노벨의 범주로 봅니다. 그럴싸한 주인공의 일러스트가 붙어 있다면 당장 라이트 노벨 단편으로 진열을 해 놔도 무리가 없을 것 같아요. ‘대학살 신데렐라 드라이브’는 그런 만화적인 상상력과 화끈한 액션이 함께 하는 신나는 단편입니다. 같은 작가의 ‘판타스틱 와일드 웨스턴’과도 약간 닮아 있는데요. 그 떠들썩한 분위기나 요란한 스타일과 연결되는 부분이 있어서, 그 작품을 좋아하신다면 이 글도 마음에 들지 않으실 수 없을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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