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일러 있음
정말로 안타까운 이야기네요. 전 용사와 화자 둘 다 이해합니다.
물론 용사의 손찌검은 용납이 안되지만요. 그가 왜 그렇게 행동할 수 밖에 없었는지는 이해합니다.
얼마나 안타깝고 비참했겠어요. 에피 하나 만을 찾아 돌아다닌 삶.
기나긴 시간 끝에 겨우 에피와 같은 얼굴 같은 목소리의 사람을 만났는데요.
얼마나 사랑하지 않을 수가 있겠어요.
찾았다고 어떻게 느끼지 않을 수 있겠어요.
그렇게 될 수 밖에 없었던 용사를 이해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틀렸다고 봅니다. 다른게 아니고 틀린거요.
기본적으로, 원래 사람 관계에서는요, ‘이 사람이 이렇게 했으면 좋겠다’ 라고 원하는 것 까진 괜찮지만요, 그걸 강요하기 시작할 때 부터 일이 커지거든요.
많이 이야기 나오잖아요. 왜 옷이나 화장이나 머리 스타일 같은거 지적하는 연인에 대한 거요.
물론 연인이니까 “난 너 가죽자켓 입는거보단 트렌치 코트 입는게 더 좋은데, 나와 데이트할 때 혹시 그래줄 수 있을까?” 여기까지는 할 수 있는 말이죠.
하지만 “너 가죽자켓 안 어울리니까 데이트 땐 트렌치 코드 입고 나와.” 이건… 뭐 어쩌란거야. 기분 나쁠 수 있는 말이죠.
하물며 작중에 일어난 경우는 정체성의 부정이니까 단순한 취향의 문제도 아닙니다. 이렇게 취향의 문제도 기분이 나쁜데, 정체성의 문제는 어떨까요.
그래요, 사랑의 이유가 어찌됐건 좋다 이겁니다. 하지만 자기가 ‘에피’를 사랑할 지언정 그게 싫다고 하는 화자에게 ‘에피’를 강요하지는 말았어야했어요.
설사 자기가 ‘에피’ 라고 생각하더라고 싫다고 하는 것을 저렇게 강요했어야 했나요.
화자가 ‘에피’냐 아니냐는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화자가 틀렸을 수도 있어요. 저는 화자가 ‘에피’였을거라고 생각하고 있고요.
맞고 틀리고와, 화자가 싫다고 명확히 표현한 것을 강요하는 것은 다른 문제입니다. 화자 본인이 싫은 것을 이해해줄 이유가 화자에게 단 하나라도 있나요?
‘사랑하기 때문에’ 희생하라기에는 너무 큰 고통이었기에 결말이 이렇게 난 거겠죠.
역시 사람은 혼자 사는게 최고고 가족이 두 명이상 넘어가는 순간 무덤인가봐요.
…몇몇 브릿지 유부 분들의 의견을 잘 받아들인 좋은 결과입니다. 저는 좋은 학생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