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승같은 인간과 인간같은 동물 감상 브릿G추천

대상작품: 개와 고양이와 소녀와.. (작가: 이시우, 작품정보)
리뷰어: 그리움마다, 17년 10월, 조회 117

사실 개를 그렇게 좋아하진 않아요, 고양이는 더 싫어하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집안에서 반려동물을 키우는 것에 대해서 큰 거부감은 없었어요, 부모님께서 워낙 반려동물을 좋아라하시니 오랫동안 키워왔던 것 같습니다.. 결혼하고서는 아이들 때문에 집안에 반려견을 키우진 않았는데 아이들이 원해서 아는 지인에게서 말티즈라는 반려견을 분양받아서 키우고 있습니다.. 근데 이놈이 이젠 사람처럼 행동합니다.. 질투도 하고 화도 내고 자기 마음에 안 맞으면 대번에 행동으로 표시하곤 하죠, 물론 사람을 문다거나 공격적인 행동을 하는 것이 아니라 보통 자신이 저지르는 곳에서 배변을 하는 행동을 수건이나 뻔히 혼날 공간에다 아무렇지도 않게 싸제끼곤 하죠, 물론  저를 제외한 이놈을 사랑하는나머지 가족들은 치우질 않습니다.. 사랑하지만 뒤치다꺼리가 구찮은가 봅니다..

그렇다보니 어느순간부터 산책을 시켜주면서 배변을 하는 습관을 들였어요, 물론 이 임무 역시 개를 그렇게 좋아하질 않은 제가 책임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요즘들어 들려오는 뉴스를 통해 공격적인 개의 폭력적 행동으로 인해 타인에게 사고가 발생하는 내용을 사람들이 봐서 그런 지 거부감을 많이 표출하는게 조금 아쉽더라구요, 물론 전 그런 분들의 입장을 알기에 늘 산책을 시킬때조차 누군가가 지나갈때면 한쪽으로 개를 감추곤 합니다.. 싫어할 수 있으니까요, 단 한번도 누군가에게 공격성을 표출한 적이 없는 순한 놈이지만 혹시 모르잖아요, 그래도 좋아라하면서 다가오는 사람에게는 꼬리를 살랑거리며 친한척을 합니다.. 개는 그런 존재입니다.. 한 TV프로그램의 제목처럼 세상에 나쁜개는 없다는 말처럼 개는 나쁘지 않은 것 같아요, 그 개를 키우는 인간의 모습이 그 개를 나쁘게 만들고 관리를 못할 뿐이죠, 개인적으로는 자신이 키우는 개에게서 자신의 모습이 투영된다고 생각해요, 그러니 어느순간 개가 사람같이 행동하는 것이죠, 그게 순한 모습이든 공격적인 모습이든,

동물은 단순하더라구요, 집착과 과잉되지 않은 사랑은 모든 반려동물에게서 공격성을 앗아갈 지도 모르겠습니다.. 과잉되고 집착으로 점철된 세상에 둘도 없는 내새끼식의 동물 사랑법은 늘 문제를 일으키죠, 잘은 모르겠으나 이번에 문제가 된 인기연예인의 반려견의 뉴스도 그런 여러 가지 문제로 인해 일어난 안타까운 사건이 아닌가 생각이 들어서 그냥 소설을 읽은 김에 주저리 적어봤습니다.. 사실 제대로된 내용도 모르는 체 제목만 보고서 지레 짐작키로 한 소녀와 반려동물간의 상호관계를 판타스럽게 그려낸 이야기인줄로만 알았습니다.. 제목이 “개와 고양이와 소녀와..”로 되어있다보니 그렇게 생각했던 모냥입니다.. 하지만 소설의 시작과 함께 저에게 들이닥친 감정적 충격은 제법 컸습니다..

[눈을 돌려서 마음속을 바라봐! 고통으로부터 도망가려면 그 길뿐이야! 몸을 버리고 마음속으로 도망가!]라는 문장으로 시작되는 시선은 대단한 불쾌한 상황속으로 저를 몰고 들어갑니다.. 한 소녀의 아버지가 허리띠를 풀어서 아이를 폭행하는 듯 합니다.. 이 폭행은 단순하지가 않습니다.. 절대 있어서는 안되는 아이에 대한 성폭력까지 동반된 대단히 짐승같은 모습으로 다가옵니다.. 그리고 이러한 상황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는 엄마는 아이를 씻기면서 도리어 아이의 탓을 합니다.. 아이에게는 기댈 곳이 자신을 언제나 편안하게 지켜봐주는 도사견인 장군이와 늘 자신의 주변에서 도와주는 점박이 밖에 없죠, 애초 마음속으로 도망가라고 아이에게 조언을 한 친구도 점박이였습니다.. 부모의 폭력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소녀는 빛도 없는 곳으로 도망칩니다.. 그곳에서는 아빠의 폭력에서 잠시나마 벗어날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그곳에 머문 잠시동안 아이는 존재하지 않는 존재를 만나게 됩니다.. 사람이 아닌 수없이 많은 이빨과 시커먼 눈알을 희번득거리며 자신을 바라보는 존재인거죠, 그리고 이 존재는 아이를 보며 웃고 있습니다.. 이러한 사실을 장군이는 알게 되고 아이를 그 존재하지 않은 존재에게서 벗어나게 하기 위해 동네를 떠도는 집없는 개인 사부를 찾아가 도움을 청하라고 점박이에게 부탁하죠, 아시다시피 개는 인간이 볼 수 없는 영혼이나 미지의 존재를 인지하잖아요, 아무도 없는데 개가 짖는다면 당신의 근처에 존재하지 않는 어떠한 존재가 서성거리고 있을 지도 모를일입니다.. 그렇게 그 존재는 조금씩 아이에게 다가오기 시작하는데,

뭔가 색다른데요, 뭐라고 딱 집어서 말하기가 어려울 정도로 설정이나 구성이나 내용이 일반적이진 않습니다.. 그렇다고 독창적이거나 생경스러운 어색함이 있다는 것도 아니구요, 상당히 장르스러우면서도 일반적이지 않은 판타지적 관점을 작품속에 잘 버무려놓은 것 같아서 느낌이 색다릅니다.. 오히려 동물인 장군이와 점박이가 더 인간적인 모습으로 그려지고 인간이지만 짐승보다 못한 존재로 악의 능동적이고 수동적인 모습을 그대로 투영하는 부모의 행위는 말그대로 지랄맞기 그지없죠, 읽는동안 눈살이 찌푸러질 정도로 짜증스럽습니다.. 비록 허구의 소설이지만 결코 공감하기 싫은 그런 현실적 문제이니까요, 게다가 가장 중요한 설정의 호러적 판타지의 구성은 시작에서 비롯된 마음속을 들어간다는 전제 하에 매우 매력적으로 장르적 상상을 제대로 그려내고 있는 듯 합니다.. 대단한 상황적 긴장감이 끝까지 이어지는 즐거움이 가득한 좋은 단편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초반부에 점박이가 장군이에게 하는 이야기를 보면서 흠칫 했습니다.. 아이가 나이가 들면 자기네들의 말을 알아들을 수 없어야되는데 다자란 소녀가 자신들과 대화을 한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것이지요, 대단히 비현실적인 말이지 않나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대화에 무조건 공감하고 흠칫한 것은 저의 아이들도 잠들기 전에 옆에 사지를 벌리고 대자로 누운 개의 배를 쓰다듬어며 뭔 말을 소곤소곤하곤 한다는겁니다.. 그럼 개는 얕은 숨소리로 대답을 하더라는 것이지요, 서로 대화를 나누는걸까요?, 여하튼 이 작품은 일종의 반려동물과의 인간적 교감과 사랑에 대해서 비현실적으로 보여지는 대화의 형태나 행동으로 공감적으로 보여주고 있어서 개를 키우고 있는 입장에서 나름 즐거웠습니다.. 사실 가족의 구성원으로서 주체가 되어야할 부모와 자식의 관계의 단절과 비이성적 행위는 개인적으로는 가족의 구성에 있어 부수적인 역할을 가진 반려동물에게서 오히려 이성적인 근원적인 사랑의 모습을 볼 수 있다는게 색다른 경험으로 다가왔다고 할 수 있겠네요,

사실 읽고 난 전반적인 느낌은 성인용 장르 동화책을 한권 읽은 느낌입니다.. 아이를 학대하던 악마같은 아빠와 이를 거부하지 못하고 끌려가던 연약한 엄마에게 고통받은 한 소녀를 위해 자신을 희생시키는 반려동물의 모습으로 소재나 설정의 거부감을 동화적 상상력으로 희석시키는 뭐 그런 대단히 취향적인 문제에서 거부감이 들지도 모를 상황을 전제로 한 동물과의 교감을 그린 권선징악의 동화책같은거 말입니다.. 즐거웠어요, 중간부에 등장하는 사부의 모습은 뭐랄까요, 복수와 권선징악의 전개에서 흔하게 보여지는 설정이긴 하지만 나쁘진 않았구요, 물론 사부가 하는 철학적 궤변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좀 어색하긴 했지만 언제나 사부는 사부니까요, 보노보노가 고양이횽을 의지하듯이 말입니다.. 작가님의 작품들이 제법 많았는데 많이 읽질 못했네요, 전에 오우거라는 작품에 대해서 읽어본 후로 처음인 것 같아서 다른 작품들도 읽어봐야겠어요, 상당히 창의적이고 독창적인 설정과 내용적 구성을 많이 그려내시는 작가님이신 듯 해서 기대가 많이 됩니다.. 앞으로도 기대를 많이 하구요, 좋은 작품 많이 선보여주세요,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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