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타는 필름 – 2 의뢰(비평) 브릿G추천

대상작품: 메이킹 필름 (작가: 호수, 작품정보)
리뷰어: 박짝, 17년 10월, 조회 97

읽는 순간 다음 문장을, 다음 문단을, 다음 회차를 기대하게 만드는 글.
다소 맘에 안드는 부분이 있더라도, 더 읽고 싶게 만드는 글.
아껴서 곱씹으며 음미하는 글.

흡입력, 필력, 명문, 재밌는 글. 뭐 여러 표현이 있을 수 있습니다만, 어쨌건 놓치고 싶지 않게 만드는 글이 좋은 글이겠지요.

장편은 단순히 글이 길기 때문에, 의도한 결말까지 가는 호흡이 길기 때문에 초반부 전개가 중요합니다. 물리적인 시간이 오래 걸리니까요. 집중력을 요하게 되지요. 현실에서 소설의 세계로 멱살 잡고 탁 채어오는 그것이 중요하겠지요. 보통 초반부에 어그러지면 뒤에 아무리 재밌는 내용이 있어도 안 읽어버리니까요.

하하, 물론 말이 쉽지. 안다고 다 해낼 수는 없는 것이긴 합니다. 저도 못 하는 주제에 남의 글을 두고 이러쿵 저러쿵 써야하는 입장이 되니 난처하고 민망합니다.  지난 번 리뷰도 그렇고 이번 리뷰도 그렇고 좀 비판적일 거라 더 어렵습니다. 제가 필력이 그리 좋은 사람은 아니라, 제 식견으로 제가 짚는 장점과 단점이 맞는지는 솔직히 잘 모르기도 하고요. 하지만, 구더기 무섭다고 장 못 담그겠습니까. 부족한 선에서 최선은 다해야겠지요. 저는 리뷰를 작성하며 ‘무리한 요구가 아니다’라고 판단하는 선에서 제언을 드리는 것입니다. 그 제언에 대해 어떻게 판단하실지는 온전히 작가님의 몫입니다.

이렇게 글을 시작하는 까닭은, 작가님께서 리뷰에 나온 의견에 대해서 대부분 동의하지 않는 듯 말씀하셔서 미리 이야기를 하는 것입니다.

예컨대, 작가님께서 1부는 재미없어도 2부부턴 재밌어진다고, 주희 시점부터는 완독률이 높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러나, 고백하건대, 저는 처음 리뷰를 작성할 때는 2부 중간쯤 읽다가 그만두었거든요. 그리고 제가 읽기 힘겨워한 부분은 시점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이는 작가님이 보내주신 쪽지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다시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작가님이 제 의견에 동의하시지 않는다는 건 쪽지를 통해 알았습니다. 그럼에도 이 리뷰에선 지금처럼 완고하고 적극적으로 제 의견을 피력할 겁니다. ‘네… 작가님 의견이 맞는 것 같습니다.’ 하고 거짓말 하는 건 제가 잘 못하기도 할뿐더러, 정말 도움이 되는 길이라 생각지도 않습니다. 비판에 대해서 다른 의견이야 있을 수 있지요. 그렇다면 대화를 통해서 뭔가 합의점을 찾아나가면 되는 것이고요. 당연히 쓰는 입장에선 저도 제 의견이 옳다는 생각은 있습니다만, 확신까지는 없기에 대화가 필요하다고는 생각합니다. 쪽지로 작가님께서 언급한 이야기들은 세부적인 반론이라기보다 ‘내가 이런 의도가 아니었다’정도의 이야긴데요. 제 의견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언급 정도입니다. 그렇기에 보다 세부적으로 어떤 부분이 맘에 안든다고 적어주시면, 나중에라도 답해 보겠습니다.

어쩌면, 이 글을 읽는 지금 불쾌하시다면 지금 백스페이스를 누르시는 게 나을지도 모릅니다. 아래 리뷰는 정말 헛다리 짚어 놓고선 쓸데없이 강경하게 적혀 있을 지도 모릅니다.  쪽지 읽으면서 느꼈던 부분인데요. 글 쓰는 사람이 누가 고집 안 센 사람이 있겠냐만, 작가님도 어지간히 고집이 있으신 분 같거든요 하하. 저도 작가님과 척지고 싶어서 일부러 비판적인 이야기만 하는 것이 아니고, 정말 제가 보기에는 이렇게 하면 더 나은 글이 되는 방향일 것 같기에 그런 말씀밖에 드리지 못하는 것입니다. 좋은 이야길 구체적으로 해드리고 싶긴 한데, 제 식견이 낮아서 그런지 정말 잘 안보이거든요. 그래서 정말 죄송하게도 이번 리뷰는 비판적인 내용이 상당합니다. 더구나 아래 내용은 첫 리뷰보다 더 적극적으로 쓰인 부분도 있어, 자칫하면 아래 내용에 정말 속이 뒤집어지실지도 모릅니다. 의뢰를 주셨는데 안 쓸수는 없고, 솔직하게는 써 드려야 할 것 같아서 최대한 노력해봤습니다.

 

일단 작가님께서 쪽지로 주신 의견에 대해 답한 뒤에 시작하겠습니다.

작가님은 자가진단하기를, 첫째 문제로 ‘분량’을 이야기하셨고, 둘째 문제로 ‘화자의 시점’을, 셋째 문제로 ‘특정 독자층 고려’를 말씀하셨습니다. 이것들은 제가 리뷰에서 말씀드린 이야기들이 아닙니다. 그 뒤에, 제가 리뷰에서 말씀드린 내용들을 모두 부정하셨는데요. 캐릭터를 작성한 의도를 말씀하시고 문제가 없다고 하셨으며, 개연성 문제 역시 큰 문제가 없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저는 이 진단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아래엔 그 이유를 상세히 밝힙니다.
첫 리뷰에선 제가 느낀 감정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한 것 같아, 좀 더 확실하게 적어낸 부분이 많습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제 리뷰를 어떻게 받아들이실지는 온전히 작가님의 몫입니다. 필요한 지적이라 생각되는 지적은 가져다 쓰시고, 나머지는 버리십시오.

1. 분량
8만자인 분량을 16만자로 늘려야겠다고 하셨는데요. 단순히 분량이 늘어난다고 없는 갈등구조가 생긴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오히려 담긴 내용에 비해 분량이 과도하게 많습니다. 특히 롤하는 부분이 과도하게 자세하고 장황합니다. 같은 내용으로 16만자가 되면 더더욱 읽기 어려웠을 것입니다. 인물과 서사를 바꿔서 분량이 늘어난다면야 찬성이지만, 지금과 같은 내용으로 분량만 어떻게든 늘리는 것은 답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2. 시점
물론 거부감은 좀 더 적어지겠지만, 서사 구조 자체가 바뀌지 않는 한 3인칭으로 바꾼다고 해서 휴일이 행동하는 것이 딱히 더 설득력 있을 것 같진 않습니다.

1부를 깔끔하게 요약하면 이렇게 됩니다.

금수저 주인공은 해커 친구와 결탁하여 민간인을 사찰했고, 리벤지포르노의 희생양인 여자를 찾아가 야동을 찍었다. 그 여자는 편리하게도 아무 트라우마도 없는 여자고, 돈 2천만원 주니 모든 것이 해결됐다. 일본 포르노를 배껴 찍었고, 외국인들 보라고 팔았다.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국산 야동녀 추적해서 야동 찍어 팔았다. 그거지요.

이건 시점의 문제가 아니라 누구 시점으로 봐도 동일한, <메이킹필름>의 서사입니다.

그래서 저는 시점은 전혀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혹시 덱스터라는 미드 보셨나요? 연쇄살인마에 대한 미드인데, 1인칭 시점을 자주 씁니다. 독백으로 시작하지요. Tonight is the night. 오늘이 그 날이다 로 시작하는데요. 사람 죽이러 가는 독백이 시작이에요. 근데 이 미드 대박 쳤어요. 왜 그랬을까요? 잔혹한 걸 사람들이 좋아해서? 아닙니다. 제가 보기엔 개연성이에요. 왜 이 인물이 살인을 하는가. 살인당한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인가? 왜 이 사람은 살인을 하는가? 어떻게 이 지경에 이르렀는가? 이걸 덱스터는 설득력있게 풀어 놓아요. 솔직하게 모두 털어놓지요. 어떤 감정이 있었고, 갈등을 겪고 또 다른 사람이 되어가는 과정을 드러냅니다.

그래서 살인을 저지른 덱스터는 오히려 나빠 보이지가 않아요. 그런데, 연쇄살인에 비하면 사실 커다란 악행이라 하기엔 좀 애매한, 민간인 사찰과 스토킹을 한 휴일은 정말 저질 인간으로 느껴집니다. 그 개연성이 설명되지 않거든요. 묘사는 매번 착하고 좋은사람처럼 나와서 위선자로 보여요.

작가님 쪽지중에 이런 내용이 있습니다.

“쓰면서 실제로도 있는 인간들에 비하면 제 소설속에 인간들은 악한 수준은 아닐까 생각해봤는데…”

제가 휴일이라는 인물을 극혐하는 이유는 단순히 악하기 때문이 아닙니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데다 질낮은 짓만 골라서 하는, 게다가 극중에선 착한 사람으로 버프를 먹는 위선적인 인간이기 때문이에요.

3. 독자층 고려
작가님께서 쪽지 중에서 문피아 이야기를 하셨는데요. 그와 관련하여 이 글을 힐링 글로 보겠다면 딱 한 부류 사람들이 생각납니다. 40~50대 남성우월적인 남자. 문피아 떡타지 떡무협에 널려있는 남성우월적인 섹스신에 익숙해 있는 독자층을 노리셨다면, 그들은 만족할 겁니다. 그러나 그 이외 대중들에게 설득력을 갖기엔 어려울 거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작가님 스스로 잘 아시는 것 같습니다. 쪽지 중엔 이렇게 말씀하셨지요.
“나름 힐링소설을 꿈꿧다면 돌맞겠죠 ..”

계속해서 작가님은 힐링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셨는데, 어디가 힐링인지 묻고 싶습니다.
예쁜 여주인공이 야동을 찍어준다는 점인가요?

제가 이 글을 읽고 떠오르는 단어를 말한다면, 세상 모든 단어를 말한 뒤 가장 나중에 나올 말이 힐링일 겁니다. 이 글은 모든 방향에서 부숴진 사람들에 대한 이야깁니다.

저는 글을 읽으면서 재미를 잃을 때가 언제냐면, 이 글 속의 세계가 인위적이라는 느낌을 받을 때입니다. 인물이 행동하는 이유가 설명되지 않을 때, 흐르는 사건이 작위적으로 흘러갈 때, 진짜 사람이 아니라 실 달린 마리오네트라는 느낌을 받을 때 글을 읽지 않게 됩니다. 떠나게 되요. 그런 의미에서, 호경과 휴일은 작가님의 의도 아래에 인간성을 말살당했다고 생각합니다. 미리 생각해둔 서사적 구조 아래에, 좀 더 편리하게 극을 이끌고자 쉽게 인간성을 지워버린 느낌입니다. 제가 몰입을 방해받은 원인은 정확히 거기에 있습니다.

힐링이라는 이야기에 대해서 좀 더 이야기 해야겠습니다.
보통, 나이 많은 변태 아저씨들은 인터넷에서 유출된 리벤지포르노를 보면서 그런 상상을 합니다. 저 여자 찾아가서 따먹으면 어떨까. 재밌겠다. 젊고 잘생기고 돈 많은 휴일은 그 저질 아저씨들 대리만족시켜주는 용도로밖에 생각되질 않습니다. 그 사람들이 하는 힐링 말고는, 다른 힐링 포인트를 못 찾겠어요.

“아, 우리 모두 인터넷에 잘나가는 리벤지포르노 피해자를 추적해서 야동을 제작하자! 야동을 통해 새로운 문화를 열자!”

이게… 어디가 힐링일 수 있는가. 그게 설득력이 전혀 없습니다.

 

일단, 이 세가지가 제가 리뷰에 적었던 내용 외에 새롭게 적힌 내용이고, 나머지는 제 리뷰를 받아들이시기 힘들다는 말씀이셨는데요.

4. 캐릭터.

저는 두 캐릭터 모두 클리셰에 가깝다고 이야기한 바 있습니다. 그리고 작가님의 쪽지를 본 뒤에도 역시 그 생각은 같습니다. 전형적이예요.

a. 호경.

호경이 가장 이해할 수 없는 캐릭터라고 하셨는데,
제겐 현실성이 없는 캐릭터일뿐, 모든 행동이 이해 되는 캐릭터입니다.

“남성이 성적으로 하자는 모든 요구를 들어주는 섹스머신”

그게 전부입니다. 아주 비현실적일뿐이지, 이 설정 하나만 하면 모두 이해가 돼요.
이 인물은 인격이 없어요. 감정도 없고, 수치심도 없습니다. 그러니 갈등도 없지요.

이점을 고치지 않는 한 분량을 고치든 시점을 고치든 뭘 고치든 초반부는 어그러질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b. 휴일

휴일에 대해서도 이야기해 볼까요. 작가님은 이렇게 말씀하셨지요.

“휴일은 워낙 무던한 놈이다.”

무던하다. 이 인물은 무던하지 않아요. 무던하다: 성질이 너그럽고 수더분하다. 섹스에 미쳐서 야동찍겠다고 불법 사찰하는 인간이 어디가 성질이 너그럽고 수더분한가요. 질 낮은 변태에 반사회적인데다, 제일 괴팍한 인물입니다. 주희가 그나마 정상적인 시각을 갖고 있지요.

작가님은 ‘담으려던 게 많다보니 그릇이 터져버린 느낌’, ‘확실한건 삶에 모든 재미를 잃은 인간’.
‘오로지 복수심만 남은 캐릭터. 그리고 그것을 배배꼬아 잃어버린 재미를 찾고 싶어한다.’

이런 식으로 말씀하시는데요. 글에 적혀있는 휴일은 그런 캐릭터가 아닙니다.

제가 보기에 휴일은 참 많은 삶의 재미를 느껴요. 초미녀 호경과 섹스하는 재미도 느끼고, 영상을 촬영하는데서 재미도 느끼고, 그걸로 결국 장사해서 돈 버는 재미도 느끼잖아요. 여기에 어디에 복수심이 있습니까? 프롤로그에나 잠깐 나오는 게 전부인데요? 진짜 여친에게 복수하려고 하는 게 맞긴 한가요? 1부에선 늘 호경과 휴일은 발정기 토끼들마냥 섹스하는것만 나옵니다. 돈 걱정 없이 롤하고 집에가서 초미녀와 섹스하고 그걸 야동으로 만들어 파는 인생인데, 엄청 재밌을 거 같은데요. 아무리 말로는 재미없니 어쩌니 밝혀도, 설득력이 없는 게 그런 겁니다.

이건 20대 초반 철부지 남자애들이 꿈꾸는 이상적인 삶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금수저라 일 안하고 겜하고 떡치고 먹고 자고.

작가님이 의도하신 바와 글에 적혀있는 캐릭터와는 전혀 달라요. 의도가 어떻든 행동과 대사에서 이 인간은 너무나 재밌게 사는데 오히려 작가님이 의도하신 것이 가짜라고 생각하는 편이 현실성 있지 않습니까. 예를 들면 금수저 아랍 왕자가 부인 30명 데리고 전세기 타고 호화 여행하면서 사는데, 잘생기고 20대에 건강합니다. 이런 삶을 사는 사람이. “인생은 재미없다.”하면서 매일 실실 웃고 다니면 그걸 누가 믿어줄까요.

정말 삶의 재미를 잃었는데, 복수심에 불탔다 치면, 왜 야동을 만드는지부터가 크게 공감을 사지 못해요. 몽테크리스토백작처럼 다른 사람이 되어 복수극을 하던가 하면 모르겠는데. 야동을 만들어서 복수를 이루겠다는 것에 설득력이 너무 떨어집니다. 심지어 다른 여자랑 야동 찍어서. 복수에 대한 연결고리가 너무 약해요.

복수하는데 야동을 만든다면 그 과정과 인과가 정말정말 설득력있어야하는데, 1부엔 복수의 대상인 전여친이 없습니다. 프롤로그 잠깐 언급되는 게 전여친의 전부입니다. 1부에선 초미녀를 새로 만나 겜도 하고 떡도 치고 영상도 찍고 룰루랄라 잘 지냅니다. 영상편집하는 여자 보조까지 얻은 셈인데요. 왜 전여친을 계속 저주할까요? 정말 이거 전여친에게 복수하고 싶어서 하는 행동 맞나요? 그냥 하고싶은 거 아닌가요?

나중에 밝혀지는 어떤 사실이나 그런 것과 별개로 이미 엄청나게 이상하게 쌓여 있습니다. 뒤에 이중인격자든 싸이코패스든 별로 중요하지 않습니다. 세계정복을 꿈꾸는 악마라고 해도 별로 이상하지 않아요. 이미 이상한 뭔가가 쌓여 있으니까요.

저 개인적으로는 초반부를 읽으면서, 휴일이 호경이를 폭행 강간한 건데 1인칭 시점이라 제멋대로 이야기한거면 차라리 낫겠다. 그런 생각까지 했습니다. 살아있는 인간이라면, 호경이는 당연히 화내고 거부하고 처절하게 싸워야 해요. 그냥 다 해주는, 프리패스 해주는 사람은 정말 인간성이 결여된 인물이고 설득력이 없는 마리오네트같은 존재인겁니다. 거기서 개연성이 팍팍 깎이는 것이고요.

5. 주희 시점에서 반전이 나오기 때문에 그 뒷부분을 독자들이 읽는 걸까?

저는 그나마 주희가 정상인이라서 읽어나갈 수 있었습니다. 다른 이유가 아닙니다. 유일하게 일반적인 시선으로 인물을 보는 캐릭터라서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했어요.

저는 혈연에 관련된 내용은 오히려 개연성이 떨어진다고 생각되어 몰입을 방해했습니다.

작가님께선 주희 시점에서 나오는 사건을 ‘반전’이라 언급하시며, 그게 재밌어서 그 뒤로 계속 보게 된다고 생각하시는 것 같은데요. 휴일과 주희가 혈연임이 드러나는 사건 말입니다. 그러나 제 기준에선 그건 반전이 아닙니다. 자잘한 언급이나 복선이 없기 때문에, ‘와!’하고 놀라지 않고, ‘뭐야?’ 라고 생각했거든요.

반전이라고 하려면 사건이 드러나기 전에 뭔가 떡밥이 보여야 하는데 이 글에선 그런 장치가 안 보입니다. 제가 제언에서 말씀드린 것도 이것과 관련된 것입니다.

추가로, 주희라는 인물에 대해서도 좀 적어보자면요. 사실 다른 인물들을 워낙 많이 까서 주희는 일부러 안 깐 거기도 한데요. 주희도 표현에 있어서 크게 결여된 감성이 있습니다. 주희는 겪은 사건에 비해 너무 어른스럽고 의연합니다. 어린 나이에 성폭행을 겪었다면 보일 법한 반응들, 이런 것들이 전무해요. 남성에 대한 혐오감도 있을 수 있는데, 너무 약하게 표현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게다가 그런 사연을 알고 나면, 야동을 좋아하는 미성년자 여자라는 컨셉도 다소 이상하게 느껴집니다. 상식적으로 미성년자가 성폭행을 당했는데, 그 뒤에도 취미로 야동을 본다면 그 자체에 대해서도 뭔가 한 마디 필요하지 않을까요?

더구나 일본식 야동에는 강간씬이 진짜 매번 나오는데, 주희가 야동마스터로 나온다는 게 너무 이상하잖아요. 휴일 사이드킥으로 같이 지내게 하기 위해 다소 무리를 둔 설정이라 생각했습니다.

6. 개연성에 대하여

작가님은 이렇게 말씀하시면서 초반부 개연성이 좋다고 판단하셨습니다.

“우연이 없다면 어떻게 플롯 초입을 만들까요.. 그부분에서는 나름 연결이 잘 되었다고 생각했습니다.ㅜ”

마치 한 30%정도 되는 우연처럼 말씀하시는데, 제가 말씀드린 확률은 그를 훨씬 밑돕니다.
그때 그렇게 표현했지요.

하늘에서 떨어진 벼락을 맞았는데 유전자 변이가 일어나서 토르가 될 확률이라고요.

정말 한번 하나하나 뜯어 보겠습니다.

저 문장에 대응하는 확률은 세가집니다.
사건 A. 사람에게 벼락이 떨어진다.
사건 B. 벼락 맞은 사람에게 유전자 변이가 일어난다.
사건 C. 유전자 변이가 되어 토르가 된다.

각자의 확률은 정말 엄청나게 낮습니다. 게다가 동시에 일어날 확률이면 곱연산이니 정말 엄청나게 더 낮아지겠지요. 그런데, 만약에 극중에서 정말 이런 사건이 필요하다. 다른 방법이 없고 정말 써야할 수밖에 없는 사건이다. 그렇다면 반드시 사건이 일어나기에 앞서 관련된 떡밥을 풀어야지요.

각자에 대응되는 떡밥으로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1. 인물이 피뢰침 역할을 하는 우산을 들고 있어서 벼락 맞을 확률이 올라간다.
2. 스파이더맨처럼, 유전자변이 동물이나 진보된 과학의 영향을 받아 인물이 유전자 변이될 확률이 높아져 있다.
3. 소설에 서장에 토르가 죽고 인간계에 떨어진다 따위의 설정을 넣어둔다.

 

이렇게 하면 그나마 봐줄만한 장치가 되는 겁니다. 이런 노력이 이 글에는 없어요.

이 글에서 우연이라고 하는 것들을 적어 볼까요?
사건 A. 엄청난 미모의 젊은 여성이 리벤지포르노를 부끄럽게 여기지 않는다.
사건 B. 부끄러움과 수치심이 없는 미녀가 잘나가는 젊은 남자들 말고 굳이, 중년 돼지 변태 PC방 사장과 자고, 사실혼 관계를 갖는다.
사건 C. 하필이면 PC방 사장의 딸이, 휴일이 모르는 혈육이다.

게다가 이 우연들은 말이지요. 특히 사건 A요. 이건 남자가 너무 떡치기 좋게만 설정된 아주 말도 안되는 설정입니다. 혹시 정말 리벤지포르노 대상이 된 여성들 만나본 적 있나요? 아니면 리벤지포르노 관련 사건 인터뷰라도 찾아보신 적 있어요? 여기엔 그런 노력이 전혀 보이질 않아요. 현실에선 이런 여성들이 얼마나 치를 떠는데요. 그런 수치심 없이 잘 대주는 캐릭터가 마냥 ‘착하다’고 묘사하는 게 불편한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무엇보다, 복선,  그러니까 무슨 떡밥이라도 있어야 이 인물을 이해하는데, 아무 떡밥이 없어요. 그냥 착하다고만 나오는데 이게 착해서 될 일이 아니잖아요. 천사같다고 묘사하면 될 일이 아니에요.

 

사건 A처럼 적고 싶다면, 앞서 리뷰에서도 적었듯 이 인물이 개연성을 갖도록 어떤 장치를 했었어야 합니다.
정말 노출광 호색한 변태라든가, 어떤 이유라도 좀 붙어야 한다는 겁니다.

사건 B는 중년 돼지 페티쉬가 있지 않은 이상에야… 아니 그렇다 쳐도 월광이라는 시골까지 와서 중년 변태를 만나는 거는 이해할 수가 없어요. 본인이 수치심이 전혀 없다는데. 이건 저도 별 방법이 떠오르지 않습니다. 정말 말이 안되는 낮은 확률인 거고요.

사건 C는 앞선 글에서 언급했듯 아버지가 월광에 살았다든가 거기서 어떤 여자를 만났다든가 어떤 떡밥을 미리 뿌렸어야 한다는 겁니다. 그냥 뜬금없이 야동배우 찾아왔는데 야동배우가 있는 PC방 사장이 혈육을 데리고 있다? 이건 상식선을 아득히 벗어나 있습니다.

 

게다가 작가님께서도 우연이 겹치면 작위적이라고 소설에 써두시지 않았습니까.

이건 사건 전개가 너무 작가 편의적으로 적혀져 있다고 생각될 수밖에 없는 겁니다. 뭔가 자연스러운 세상이 아니라 창조주인 작가가 제멋대로 뒤틀어 놓은 티가 팍팍 나는 거에요. 그걸 두고 작위적이라고 말하는 것이고요.

우연을 없애자는 것이 아닙니다. 모두 필연적이고 결정론적인 삶을 사는 소설을 쓰자는 뜻이 아니에요. 그럴싸한 우연을 만들자는 겁니다.

저도 소설을 쓰는 입장에서 우연한 만남과 우연한 사건을 씁니다. 당연히 쓰지요. 세상에 우연히 일어나는 일들이 얼마나 많은데요. 근데 하필이면, 저렇게 정말 확률이 낮은 사건만 꼭꼭 뭉쳐서 쓰진 않습니다. 그리고 만약,어쩔 수 없이 확률이 낮은 사건을 써야 한다면 앞에 떡밥을 뿌려놓습니다. 적어도 저는 그렇게 해야한다고 믿기 때문에 끝부분 제언에서도 비슷한 말씀을 드렸던 겁니다.

 

사실 2부를 제대로 읽기 전에 들었던 걱정은 작가님께서 쪽지에서 말씀하신 부분인데요.
1부가 아무것도 없다고 판단하는 것입니다.

1부는 버리는거고 아무것도 없는데, 2부에서 이중인격이 나오면 재밌어질거라고 말씀하신 부분이요.

휴일이 이중인격이라고 하려면 위에서 말씀드린 맥락에서 당연히 1부에서 떡밥을 풀었어야 하는데, ‘이놈이 이중인격같은 모습이 보였나’ 하면 그런 건 없었거든요. 말투나 행동에서 드러나는 다른 인격이 묘사된 적은 제 기억엔 없습니다. 망가지고 개연성이 없다뿐이지 단일인격이거든요.

그래서 2부에서 이중인격이라는 게 드러나면 무리수가 여러개 엮일 것 같아서 걱정했습니다.

(안타깝게도 그리고… 이후에 이건 다시 언급되게 되네요 ㅠㅠ)

 

여기까지가 쪽지에 적어주신 부분에 대한 제 의견입니다. 제 나름대로 열심히 적어 보았는데, 어느 의견을 특정하여 ‘왜 아닌가’에 대해 말씀해주신다면야 저도 그에 관해 이야기하겠지만, 앞서 말씀드렸듯, 그저 ‘아니다’고 부정하신다면 그저 흘려 들으시는 게 더 좋을 것 같습니다.

 

초반부에 대한 내용은 충분히 정리했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중후반부에 대한 리뷰를 시작하겠습니다. 중후반부에서는 초반부와 같은 비판은 되도록이면 피하겠습니다.

 

1. 너무나도 친숙한, 여캠 BJ 미소

2부 초반부는 무난히 읽을 수는 있었지만, 인물과 사건 전개가 너무 평면적입니다. 가슴 크고 골빈 금발 벽안 미녀(bimbo)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듯, 미소는 여캠을 부정적으로 생각하면 떠오르는 이미지 그대롭니다. 또한 여캠이 되기까지 겪는 일조차 전형적이고요. 공주병 날라리가 여캠 되는 이야기지요. 날라리로 놀다가 임신, 호구 잡고 중절 수술도 하고 성매매도 하고 밑바닥 구르다가 여캠 데뷔. 아주 약간 특이한 점이라면 폭삭 망한 아이돌 출신이다 정도가 있겠네요. 인물이 너무 전형적인 인물이라 크게 주의를 끌지 못합니다. 더구나 사건 전개, 그러니까 휴일이가 미소랑 섹스하기까지 전개되는 이야기도 아주 전형적입니다. 잘 빼입고 좋은 차 몰고 가니 차 보고 여자가 뿅 가서 ‘오빠 우리집 와서 한잔하자’ 이런 얘기지요.

그러니까, 그냥 다음 야동 대상이 여캠 BJ다 라고 했을 때 떠오르는 모든 진부함이 저기에 담겨 있습니다. 그래서 읽기는 참 쉬운데, 글에 흥미가 떨어져서 건너 띄어 읽게 돼요. 그리고 결국 너무 예상하기 쉬운대로 흘러갑니다.

어딘가 독창적이어야 하지 않을까요? 너무 평면적인 전형적인 인물과 플랏인데요. 조연도 아니고 극의 주연인데. 물론, 전형적인 인물과 서사로 맛깔나게 쓴 글도 있긴 합니다. 근데 대개 그런 글들은 인물의 감정이나 생각 따위를 전개하는 데 있어 독창적인 정서들이 녹아납니다. 글이 읽히는 호흡이든, 어디든. 어딘가 진부하지 않은 지점들이 있어요. 2장을 시작한 뒤로, 2장 5월 1화 전까지는, 그런 부분에서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2. 덩달아 개연성을 잃어가는 주희

가장 개연성이 떨어지는 부분은 주희가 아메리카 방송을 하겠다고 선언하는 부분입니다. 거기서 왜 미소방 매니저를 꼬시겠다는 목표가 생기는지 전혀 이해가 가지 않아요. 애초에 주희는 미소방 매니저랑 그 전까지 아무 사건도 얽혀있지 않은데요. 이건 너무 뜬금없습니다. 이후에도 왜 그러겠다는 건지는 전혀 밝혀지지 않습니다. 애초에 주희는 공무원에게 복수하기 위해서 혈안이 되어 있어야 정상 아닌가요? 복수심은 왜 갑자기 사라진 건지, 휴일의 아메리카 bj 따먹기 대작전이 시작되니까 얘까지 덩달아 아메리카를 하는 이유는 뭔지, 잘 이해가 안 갑니다. 단순히 휴일 사이드킥이니까 모든 것을 같이 하려다 보니 동기를 이상하게 밝히게 된 거 같기도 해서… 몰입이 크게 깨졌습니다.

쓰러진 뒤에도 계속 할 정도라면 반드시 뭔가 그럴싸한 동기가 나와야 합니다. 행동하는 동기가 전혀 없는데 너무 적극적으로 행동하니까 이것 역시 작위적으로 느껴졌습니다.

차라리 휴일이 여캠에 빠진 새에 주희는 따로 무슨 공작을 벌여서 복수극을 계획해야 1부에서 쌓은 내용이 의미있다고 생각합니다.

이후 방송 열심히 하면서 그냥 검정고시 준비하는 학생처럼 나오던데… 완전히 1부에서 쌓은 내용을 잊으신 듯 합니다. 2부 끝나고서야 갑자기 또 공무원 이야기로 돌아가는데, 그 사이에 주희는 단기기억상실증이라도 가진 건지. 알 수 없는 노릇입니다.

3. 이중인격 설정

앞에서 예상했던 부분이 터졌습니다. 뿌려진 떡밥 없이 갑자기 이중인격이 됐습니다. 떡밥이 부족하다는 비판은 충분히 이야기된 것이니, 복선 이야기는 그만두고. 그냥 이중인격 드러나는 이야기만 보겠습니다. 이 이야기만 봐도 크게 세가지 지점에서 현실감을 잃었습니다.

a. 휴일은 살인사건 목격자입니다. 폭행을 당한 피해자고요. 경찰은 기본적으로 얘를 살인범으로 의심도 안할까요? 주어진 상황에선 간단히 조서만 쓰고 나온다는 것은 제 상식에선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b. 일반인이 사람 죽은 걸 목격한 뒤에, 납치사건을 경찰 도움 없이 혼자 쫓을 생각을 한다. 휴일은 국정원 최정예 요원이거나 살인에 익숙한 사람이 아닙니다. 갑자기 특수부대 요원 출신이라도 된 건가요? 일반인, 그러니까 이전에 묘사되던 휴일같은 평범한 대한민국 남성이라면 이렇게 반응할 수는 없습니다.

c. 작가님이 묘사한 상황은 이중인격이라기엔 좀 애매합니다. 서로 다른 인격. 통상적으로는 나이나 성별 성격 따위가 다른 서로 다른 두 인격이 한 몸에 들어있으면 이중인격이라고 부르는 거잖아요. 여기에 그런 묘사가 있나요? 이건 좀 더 정확히는 이소룡의 혼이 빙의된 겁니다. 그냥 싸움 대신 해주는 대타이지요. 이중인격은 인격이 두개라는 개념이지 다른 하나가 갑자기 원펀맨 만들어 준다는 개념이 아니잖아요. 작가님이 쪽지로 이중인격이라고 적지 않았으면 정말 심령 장르에 대한 글로 봤을 것 같습니다.

 

결국엔 이것도 개연성이 부족하다는 이야기로 귀결되긴 하네요…

 

4. 총평.

사실은 이중인격 부분을 읽고 나서 뒷부분 전부 다 읽어야 할지 좀 많이 머뭇거렸습니다. 여기까지가 작가님이 재밌을 거라고 생각하신 부분이기도 했는데요, 저는 솔직히 많이 고통스러웠거든요. 인물이 단순히 악해서가 아니라, 개연성이 없어서, 집중이나 몰입이 안돼서 고통스러웠습니다. 어떻게든 꾸역꾸역 다 읽긴 했는데, 결국엔 전개되는 모든 사건에서 비슷한 이야길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제 생각엔 초반부가 어그러지면 중후반부가 어그러지는 것은 당연한 수순입니다. 모래성을 쌓으면 그 위에 뭘 쌓아도 무너지는 겁니다. 실제로 읽기 전에, 사전 정보로 작가님이 ‘이중인격’을 언급한 뒤 했던 걱정은 현실로 드러났습니다. ‘1부엔 이거 내용 하나도 없는데 뜬금포로 나오는 거 아닌가 했던 걱정 말입니다.

휴일이 뜬금없이 잔혹해지는 것도 그래요. 저는 여전히 동의하지 않습니다만, 작가님은 휴일은 무던한 놈이라고 말씀하셨지요. 몇 가지 질문을 던져 보겠습니다. 작가님 기준에서 봐도 휴일이 무던한 놈에서 손가락 자르는 미친놈이 되기까지, 그 과정의 감정이 너무 생략됐다고 보진 않나요? 왜 갑자기 싸이코패스처럼 잔혹해져 있나요? 이중인격으로 땡처리 하면 되는 건가요? 그리고 손가락 잘린 놈은 병원에 보내면 걔는 경찰에 신고 안할까요? 손가락 자른 미친놈을 본 10대 여자인 주희 반응이 ‘진짜로 한 거야?’ 이걸로 충분합니까? 간호사는 아무리 봉투에 소시지가 들어있다 한들 응급실에 손가락 잘려 나온 사람한테 웃으면서 ‘천하장사 좋아하시나 봐요’라는 대사를 칠 수 있는 건가요? 제가 볼 때는 이런 개연성이 확보가 전혀 안 되어 있어요. 이후에도 이런 것들이 정말 많습니다. 법에 관련된 것도 그렇고 그 뒤에 이어지는 공무원 스토리도 그렇고… 정말… 정말 많아요.

이렇게 개연성을 과도하게 잃는 지점에선 글을 계속 끊게 됩니다. 못 읽겠어요. 말이 안된다고 생각하니까요. 보통 좋은 소설에서는 그 세계로 확 휘어잡는 힘이 있다고들 하잖아요. 몰입되는 기분이요. 그걸 억지로 가져보려고 해도 자꾸 툭툭 튕겨져 나갑니다.

원래는 순차적으로 거울의 시 까지도 리뷰를 이어 써 봤는데요. 그것도 결국엔 같은 지적으로 귀결되었습니다. 그래서 일일이 사사건건 개별적 사건을 이야기하기보다, 근본적이고 일관된 지적 세가지를 정리하고 마무리를 지으려 합니다.

제가 공통적으로 <메이킹 필름>을 읽으면서 몰입을 방해받은 요소는 이 세가집니다.

a. 캐릭터가 전형적이다, 클리셰다.
b. 사건 전개에 개연성이 부족하다.
c. 모든 여성 캐릭터가 남성편의적이다.

앞에 a,b는 정말 많이 이야기했으니, c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끝내겠습니다.

작가님께서는 모든 여성캐릭터를 너무 남성편의적으로 묘사합니다. 여성 캐릭터는 단 하나도 휴일과 마찰을 빚지 않아요. 심지어 만화가게 알바 현정이마저 쭉빵걸에 휴일이 좋아하는 걸로 나오잖아요. 그냥 휴일이 용사 주인공으로 나오는, 마초 하렘 판타지 야겜 RPG 하는 기분입니다. 솔직히 그렇게 보면 좀 편해집니다. 비판적일 이유가 없어지지요. 그냥 읽으면 읽을 수는 있습니다. 그냥 주인공이 유출녀 따먹는 게 어때. 여캠 BJ 따먹는 게 어때. 사람 손가락 자르는 게 어때. 뇌를 비우고 마초적인 정신을 듬뿍 집어넣은 다음에 섹스 폭력으로 점철되는 이야기를 읽어나가면 그냥 어찌저찌 읽을 수는 있습니다.

c는 대중적인 소설로 <메이킹필름>을 쓰자면 반드시 고쳐져야 하는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글을 다 읽고 난 다음, 작가님께서 힐링이라는 단어를 쓰셨다는 걸 다시금 떠올려 봤습니다.
어떤 지점에서 이 글이 힐링일 수 있는지, 정말 힐링되는 부분이 있다면 따로 쪽지라도 한번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진심으로 잘 모르겠거든요…

솔직히 저도 좋은 점을 찾고자 노력을 많이 했는데, 제 식견에서는 찾아낼 수가 없었습니다. 제가 첫 리뷰에서 좋게 봤던 주희는 복수심을 잃고 떠돌아서 그 플랏도 동력을 많이 잃었어요. 이후에 나오기는 하지만… 2부에서 복수에 대한 생각을 완전히 까먹는 게 너무 임팩트가 큽니다…

 

 

이 글을 다 쓰고 나니, 어지간하면 작가님만 읽으셨으면 좋겠네요. 공개해서 작가님께 좋을 게 없는 리뷰같습니다.

다 읽고 뭐라도 도움 되는 말씀을 드리려고 노력은 했는데, 만족하실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되도록 건설적으로 말씀드리고 싶었는데, 너무 비판만 써서 저 개인적으로는 잘 못쓴 리뷰같긴 합니다. 근데, 그렇다고 이 글을 읽고 정말 다른 할 이야기가 떠오르지도 않아서 어쩔 도리가 없네요. 본래 제가 쓰던 소설 쓰는 것보다 더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분량상 쪽지에 대한 이야기가 꽤나 길기도 합니다. 앞서 말씀드렸듯, 뒷부분에 대해서 좀 더 쓰기도 했는데, 뒷부분에 대한 주요 리뷰는 결국에 저 세가지로 다시 요약되는 것이라, 같은 비판은 되도록 하지 말자는 요지에서 줄였습니다.

어쨌건 좋은 이야기는 못해드려 죄송합니다. 그나마 이 리뷰 중에서 뭐라도 잘 취사선택하셔서 더 좋은 작품 만드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으면 좋겠네요.

건필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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