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독후감은 스포일러가 내재되어 있으니 가능하시면 소설부터 읽으시길,
여태껏 삶을 살아오면서 뭔가 인생을 기록하거나 뭔가 지나간 일을 남기기 위한 기록을 해보진 않았습니다.. 과거 학창시절 그렇게 일기의 중요성을 설파하시던 슨생님들의 말씀을 귓등으로도 듣지 않았습니다.. 여전히 뭔가 삶의 기록과도 같은 내용으로다가 끼적거리지도 않습니다.. 다만 책을 조금씩 읽기 시작하면서 뭔가 읽게되면 꼭 내가 이 작품을 읽었네하면서 티를 내곤 하지요, 꼭 독후감을 잘 쓰고 뭔가 내용을 고민하는 부류의 끼적거림이 아니라 말 그대로 내가 니 작품 읽어줬으니 고마워하셈, 뭐 이런 느낌으로다가 읽은 티를 냈던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여하튼 그렇게 일종의 같잖은 기록이지만 그나마 제 삶의 일부를 남기고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나름 스스로를 토닥거려주기도 합니다..
어느날 제가 이 세상에서 사라진 시점에 누군가가 나라는 사람에 대해 일부분일지라도 이런 사람이었구나라는 모습으로 떠올려진다면 나쁠 것도 없지요, 물론 어설프지만 제가 읽은 작품의 재미와 내용을 혹자들이 얘가 이렇게 읽었네, 나도 한번 읽어봐야지하면 그것만큼 좋은 것도 없지요, 이 세상에 없는 사람의 일종의 기억이 타인으로 하여금 공감이 형태로 기억되면 그것만으로도 같잖은 독후감이지만 나름 괜찮은 끼적거림이 아니었나 또 스스로 토닥거려봅니다.. 이번에 읽은 작품은 이런 기록과는 조금 차원이 다른 형태지만 아주 먼 미래, 은하계의 멀고 먼 저편으로 가는 한 우주탐사선의 워프항행 기록일지를 시간순으로 보여주는 일종의 항행일기 단편소설이라고 보시면 될 듯 싶습니다..
노틸러스호는 우리가 속한 태양계를 벗어나 새로운 행성을 탐사할 목적으로 항해를 시작합니다.. 모든 승우원은 냉동수면으로 목적지에 도착 시까지 동면에서 해제되지 않게 되어 있으나 노틸러스호의 메인 A.I인 U-3987은 워프도중 꾸준한 승무원의 바이탈 상태를 체크하던 중 한 승무원에게서 이상신호를 감지하고 이에 대한 관찰을 꾸준히 일지에 기록하게 됩니다.. A.I의 관점에서 자신에게 프로그램화 된 명령의 기준에서 벗어나지 않은 변수와 정보를 토대로 이상 신호가 감지된 승무원에 대한 지속적인 관찰과 이와함께 추가 승무원의 바이탈 이상 소견에 대한 명령과 우선시 되는 자신에게 주어진 명령의 변수를 조절하여 U-3987만으로 이러한 여러상황에 대한 지속적인 관찰이 비효율적이라는 판단에 따라 A,I는 승무원의 상태를 관찰하는 보조A,I인 ‘의무병’과 이러한 바이탈 이상소견등에 대한 연구 목적으로 동결해제된 보조 연구모듈인 ‘연구자’를 작성하여 이들이 이끌어내는 요청의 타당성을 검토하여 새로운 단백직 구조의 단세포 생물을 만들어내는데 성공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러한 연구자 A,I의 연구진행과정과 메인 A,I U-3987의 판단은 워프항해도중 꾸준히 진화되어져 나가는데,,,
말그대로 항해일지라고 보시면 될 듯 싶습니다.. 하지만 이 기록은 인간이 필요한 내용에 대해 기록한 것이 아니라 멀고 먼 미래의 시간적 배경으로 한 워프를 통한 시간과 공간의 왜곡지점을 통과하는 우주의 항해와 관련하여 인간이 자신의 역할을 담당하지 못할 때 U-3987이라고 불리우는 인공지능의 존재가 자신에게 부여된 프로그램화된 인간의 판단적 기준에 따라 모든 것을 컨트롤해나가는 상황을 기록에 남기는 것이지요, 뭐 딱히 극적이라거나 새로운 긴장감을 보여줄만한 상황과 이야기의 구성으로 흘러가지는 않습니다만 담담하지만 있는 그대로의 상황의 흐름에 대해서 진행되어지는 인공지능의 발전과정과 변화된 모습들이 상당히 사실적이면서도 구체적으로 그려진다는 것이지요, 그러니까 저같은 이과적 문장에는 이해도가 급격하게 떨어지는 독자들에게는 조금은 해석하기 쉽지않은 단어들이 다수 등장하지만 뭐 에일리언 시리즈를 비롯한 많은 SF영화들를 통해서 이런저런 미래의 대화를 들어본 적이 있다는 이유로 그럭저럭 내용을 직시하는데에는 큰 무리가 없었습니다..
뭔가 극적인 변화나 상황적 긴장감이 가득할 듯한 분위기로 흘러가는 점은 이 작품의 궁금증과 가독성에 상당한 도움을 줍니다.. 인간이 아닌 인공지능의 시점으로 벌어지는 항해시의 특이한 상황에 대한 관찰적 시점은 상당히 흥미롭고 또 이러한 상황에 따라 조금씩 그 변화를 진행시켜나가는 일지의 모습이 매력적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기록속에서 독자로서 조금은 드라마틱한 상황의 구성이 조금 더 구체적으로 발현이 되었더라면하는 아쉬움은 상당히 큽니다.. 개인적으로 이러한 형태의 작품을 읽어본 적이 없어서 초반과 중반에 이어지는 상황에 무척 흥분하고 기대되었던 점이 크다보니 이후 이어지는 상황과 마무리에 있어서 작가님의 의도와는 다르게 조금 아쉬움이 크게 다가왔던 것 같습니다.. 또한 인간이 등장하기 시작하면서 대화의 톤이나 구어체의 문장들이 대단히 어색했습니다.. 전체적으로 일지의 형식으로 그려진 무채색의 무감각하고 무정한 문장들이 주는 감성적 기운이 후반부의 등장인물들의 대화속에서 뭐랄까요, 한순간에 뭉개져버린다고나 할까요, 여하튼 마지막 인간들의 대화적 장면의 문장적 가벼움은 개인적으로는 이 작품의 의도와 어울리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말씀드린대로 저로서는 이러한 형식의 소설적 형태를 그동안 접해보지 못해서 상당히 매력적이고 호기심을 가지고 읽어 나갔습니다.. 물론 담담하고 일지의 기록 그 자체의 의도를 목적으로 관점적 방법론의 진행에 대해서 제가 다른 말씀을 드릴 수는 없지만 기록의 의도속에 상황적 긴장감과 함께 스릴러나 호러적 감성의 위험적 요소를 조금 더 드러내어놓으셨다면 대단히 좋았었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이 소설의 설정이나 구성이나 소재를 그대로 둔 상태에서 상당히 많은 줄기의 드라마틱한 상황의 연결과 구성이 이어질 수 있었을 것 같아서 말이죠, 이 작품의 배경이나 전반적인 틀이 상당히 매력적이어서 뭐 흔하고 누구나 만들어낼 수 있는 그런 설정이겠지만 그래도 대중적 흥미를 조금 더 넣어준다고 해서 나쁠 것은 없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어차피 전 대단히 얄팍한 대중독자일 뿐이니까요, 인공지능의 위협은 늘 재미난 소재중 하나 아니겠습니까, 네네,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상당히 흥미진진할 것으로 예상하고 매력적인 진행과 구성이라 생각하고 읽어 나갔지만 중반을 넘어서서 후반부로 갈수록 조금은 재미없었다라는 생각을 하면서 마쳤습니다.. 좋은 설정과 구성인데 밋밋하다는 것이죠, 아마도 작가님의 의도가 충분히 있으셨겠지만 혹여라도 퇴고를 다시 하신다면 이러한 부분도 조금 고려해보셔도 좋지 않을까요, 물론 이런 생각은 만고 저 개인적인 독단적 감상일 뿐이니 다른 독자분들의 의견도 중요하실겝니다.. 여하튼 잘 읽었구요, 앞으로도 건필하시고 응원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