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를 모시고 서울 여행을 다녀온 적이 있답니다. 평생 일만 하시느라고 놀러 다니질 못하셨던 분이셔서 어딜 가고 싶으냐는 말에 머뭇머뭇 하시다 고르신 선택지는 명동이었네요. 어머니 젊으셨던 시절에는 그래도. 그리고 아이 낳아 기르실 시절에는 그래도 명동이 젊은이들을 위한 젊음의 거리 같은 느낌이었던 거여요. 하지만 다시 방문한 명동은 그렇지 못했죠. 외국인들을 잡기 위해 다국어로 홍보하는 화장품 가게, 옷가게, 쇼핑할 거리들만 넘쳐나는 곳이 되어버렸으니까요. 거리가 죽은 느낌이었어요. 한바퀴 돌고 나서 조금 실망한 얼굴의 어머니를 위로했던 기억이 납니다. 다음날 갔던 곳은 홍대였는데, 얄궂게도 비슷한 운명에 처하게 되었네요. 점점 외국인을 위한 쇼핑 명소로 변해가는…….
작중에서 다룬 장소들이 그 짧은 여행을 떠올리게 하더군요. 분명 예전에는 아니었는데 상업적이고 경제적인 이유들로 밀려나는 젊은 예술가들의 얼굴이 스쳐지나가면서, 그 자리를 도깨비와 비인간인 모종의 존재로 풀어가는 이야기에 흥미를 느끼게 되었답니다. 도깨비의 터였던 땅과 영감을 불러일으키는 존재들. 머무를 곳을 잃은 신은 결국 사라진다는 이야기가 서글펐어요. 그리고 점점 더 그네들의 머무를 곳은 비좁아져 가겠지요. 홍대 다음은 또 어디일까요? 그리고 그곳은 얼마나 빨리 경제적 상황들에 떠밀려 사라지게 될까요.
그러나 분명히 많은 곳들이 무수한 사람들에게 기쁨을 주는 곳이었을 거라고 생각해요.
씨어터 제로가 사라져가듯, 많은 소극장이, 공방이, 예술가들의 모임이, 그네들 모여 술잔 기울이던 단골 술집이 사라져가는 것이 못내 애석하고 아쉬운 사람들에게 더더욱 가슴 아프게 읽힐 글입니다. 혹여 유독 오랫동안 그 장소에 머무는 손님을 본 일이 있나요? 그가 도깨비이길 바라며 찾아올 영감을 기다려 볼 수 있다면 좋겠어요. 그들이 아직 우리 곁을 떠나가지 않았다면.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