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일러가 있습니다. 글을 먼저 읽고 와주시면 좋겠어요.
작가가 몰입해서 쓴 글만큼 재미있는 글 찾기도 드물 거라고 생각해요. 집중해서 3만자 쯤 두드리고 나면 그 부분만큼은 아무리 분량이 길어도 훅 읽히더라고요. 개인적인 경험이었는데,
이 글에 나오는 히로키 역시 그런 몰입과 집중으로 글을 썼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리고 그런 몰입이 그 세계를 진짜 살아있는 세계로 만들어버린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들었답니다.
이제 막 이별을 경험한 ‘나’는 낯선 남자로부터 위로를 받습니다. 그런데 보통 남자가 아니어요. 갑자기 나타나서, 사라져버리는 종류의 남자입니다. 다른 사람들에게서 겹쳐져서 나타나는데 실존 인물이 아닌 것 같지 않아 ‘나’를 초조하게 만드는 사람이에요. 심지어 한국 사람도 아닙니다. 그의 이름은 히로키라고 해요. ‘나’는 여러 사람들에게서 히로키를 보다가 점점 용준이라는 회사 동료로부터 그를 보는 횟수가 빈번해지게 되는데, 그와의 만남은 지속하지만 그녀가 원하는 사람은 용준이 아니라 히로키였기 때문에 두 사람의 불행은 예정된 것이었겠지요……. 결국 프로포즈 자리에서까지 히로키를 봐버린 ‘나’는 폭발하고 맙니다. 그 시점에서 히로키는, 그녀의 존재를 느끼게 되죠.
어쩌면 다른 차원의 이야기 같다는 생각도 잠시 들었어요.
‘나’에게 일어나는 모든 일들을 히로키가 창작하고 적기에 그녀가 있는 모든 장소에서 히로키가 보이게 되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고 생각해요. 그러나 히로키에게 그녀가 보이는 건 조금 다른 이야기겠지요! 자신이 창작한 세계에서의 히로키는 신이지만, 신에게 존재감을 드러내는 등장인물의 경우에는 뭐라고 불러야 할까요. 아무튼 재미있는 이야기었어요. 그리고 그녀가 히로키를 사랑하게 되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인 것 같네요. 그 중요한 순간들을, 그리고 일상의 모든 순간들을 함께 하는 사람인 셈이니까요.
재미있는 발상이었고, ‘나’와 히로키의 다음이 궁금해져요. 히로키가 원고를 수정하지 못한 건 그가 적은 것들이 이미 그녀의 삶이 되어버렸기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지나가버린 시간을 돌이켜 고쳐버리면 없는 일이 되어 버리는 거니까.
많이 본 소재인데 이렇게 접근하니까 색다르고 재밌었어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다른 분들도 읽어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잘 읽었습니다.